지난 4년여 동안 재취업에 성공한 총경 이상 고위직 경찰 5명 중 1명이 경찰청 산하 기관인 도로교통공단 임원으로 재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상·하 기관 관계로 무더기 재취업이 채용 과정과 향후 업무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큰데도 공직자윤리위 취업 심사는 느슨한 게 배경으로 지적된다. 그 결과 현재 교통공사 임원 절반 이상이 경찰 출신이다.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인사혁신처에서 받은 ‘퇴직공직자 취업 심사 현황’ 자료를 9일 보면, 2020년부터 2024년 7월까지 총경 이상 퇴직 경찰 중 취업 심사를 신청한 이는 117명으로, 이중 108명의 재취업이 허가됐다. 재취업이 허가된 이들 중 도로교통공단에 취업한 이들만 21명(19.4%)이다. 계급별로는 치안정감이 2명, 치안감 6명, 경무관 7명, 총경 7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교통공사에 본부장급 이상으로 임용됐는데, 이 중 2명은 이사장까지 맡았다.
현재 공직자윤리법은 ‘기관에 대한 영향력 행사’ 등을 이유로 총경 이상 경찰공무원일 경우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심사를 받도록 한다.
특히 경찰과 도로교통공단은 상·하 관계 기관인 만큼 영향력 행사 우려가 한층 크지만 대부분 ‘예외 사유’에 속한다며 손쉽게 심사를 통과한 모양새다.
공직자윤리위 자료를 보면, 교통공사에 취업한 퇴직 경찰들은 “밀접한 업무 관련성이 없다”거나 “국가의 대외경쟁력 강화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전문성이 증명되고, 취업 후 영향력 행사 가능성이 적은 경우” 등을 들어 재취업이 허락됐다. 재취업이 제한된 건 2020년부터 지난 7월까지 단 3명에 그쳤다.
그 결과 교통공사 임원 대부분은 경찰 출신으로 채워졌다. 2015년 이후 선임된 도로교통공단 상임임원(이사장, 안전·교육·방송본부장 등) 절반 이상인 17명 중 9명이 경찰출신 이었다. 1980년 1대 이사장부터 최근 16대 이사장 모두 고위직 경찰 출신이었다. 도로교통공단은 지난해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D’ 등급을 받았다.
용혜인 의원은 “취업제한기관에 이렇게 많은 퇴직 경찰이 들어가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그 자체로 문제”라며 “인사혁신처는 퇴직공무원, 특히 고위 퇴직공무원의 취업 심사 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경찰도 내부통제 시스템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김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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