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한옥마을 뒤덮은 외국어 간판…"뭐 하는 곳이냐" 질문 수차례[현장르포]
1,999 6
2024.10.08 21:01
1,999 6


제578돌 한글날을 이틀 앞둔 지난 7일 찾아간 서울 종로구 경복궁역 주변. 지하철에서 내려 2번 출구로 올라서자, '파리바게뜨', '이디야커피' 등 순수 한글로 적힌 간판들이 가득했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런 한글 간판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가기도 했다.


흔히 '서촌'이라 불리는 이곳은 종로구에서 10여년 전부터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조성 사업'을 진행해 왔다. 따라서 한글 중심의 차별화된 간판 디자인으로 꾸며, 서촌이 간직한 역사·문화 콘텐츠를 개발·보존하겠다는 취지였다. 이 덕분에 다른 곳 보다 한글 간판이 새겨진 건물이 더 많은 것으로 인식됐다.

그러나 현실의 '아름다운 한글 간판'은 역 주변뿐이었다. 서촌 내부로 들어갈수록 외국어 간판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역 출구에서 100m가량 지점부턴 영어 간판으로 된 카페·음식점 등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8일 방문한 홍대입구의 한글 간판 사정은 더 열악했다. 젊은 세대들에게 '핫플레이스'로 통하는 탓인지, 서울 마포구 서교동 골목에선 200m를 걸을 동안 총 17개의 외국어 간판을 확인했다. 이곳에서 영어 간판이 달린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씨(37)는 "홍대는 관광객을 포함해 외국인이 많이 오는 상권이라 오히려 외국어 간판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한글날은 우리 글자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거리에서 한글 간판은 여전히 홀대를 받고 있는 셈이다.


한글이 업주의 환영을 못 받는 것을 시대적 흐름으로만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다. 법률적인 측면도 살펴봐야 한다. 현행 옥외광고물법 시행령을 보면 '광고물의 문자는 원칙적으로 한글맞춤법, 국어의 로마자표기법 및 외래어표기법 등에 맞춰 한글로 표시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외국문자로 표시할 경우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한글과 병기(倂記)해야 한다.


하지만 이는 면적이 5㎡ 이상인 간판과 4층 이상의 건물에만 적용된다. 간판이 작거나 3층 이하 건물엔 법 적용이 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여기다 특허청에 등록된 상표를 그대로 표시하는 경우엔 '특별한 사유'에 해당해 옥외광고물법 적용에서 제외된다는 규정도 존재한다. 대형 프랜차이즈의 외국어 간판을 제재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시행령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익명을 요구한 한 카페 직원은 "간판이 영어라 다양한 연령층에서 무엇을 하는 곳인지, 뜻이 뭔지 물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이모씨(29)도 "외국어 간판이 많아지면서 무엇보다도 어린이나 노약자들이 간판을 알아보기 너무 어려워졌다"며 "길을 지나가다 외국어 간판을 보고 부모님께 무슨 가게인지 설명한 적이 몇 차례나 된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일부 지자체에선 각자의 방법으로 한글 간판을 권유하고 있다. 역사문화지구로 선정된 인사동의 경우 종로구가 별도의 옥외광고물 규정을 적용하는 방법으로 한글 간판을 권고한다. 수원시는 지난해 시민들의 제안으로 '아름다운 한글 간판 만들기' 사업을 처음 시작했다. 외국어 간판을 한글로 교체하거나 한글 표기를 추가하는 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지난달 25일 정준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옥외광고물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법 적용 대상을 전 건물로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옥외광고물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건범 사단법인 한글문화연대 대표는 "간판은 소비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역할을 하는데, 외국어 간판은 외국어 능력이 부족한 소비자를 배제할 뿐만 아니라 한국 고유 도시 정체성을 훼손한다는 문제가 있다"며 "현행 옥외광고물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장유하 기자 

서지윤 수습기자 



https://n.news.naver.com/article/014/0005250836?cds=news_edit

목록 스크랩 (0)
댓글 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이니스프리💚] 답답함/속건조/백탁 고민 ZERO! #투명수분선세럼 ‘그린티 수분 선세럼’ 체험 이벤트 462 10.07 24,221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2,965,12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6,666,55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4,613,267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5,984,50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1 21.08.23 4,844,383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3,877,469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41 20.05.17 4,439,49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7 20.04.30 4,910,046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598,447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20156 이슈 트위터에서 반응 폭발적인 에스파 윈터 흑발 숏컷 스타일링 23:44 100
2520155 기사/뉴스 출산율 급감에…“중국, 공무원이 임신계획·생리주기까지 조사” 23:44 25
2520154 유머 그때 그 케톡 역사플.jpg 3 23:41 654
2520153 이슈 흑백요리사 이 얘기 듣고 개쓰레기프로 평가 수직떡락.twt 24 23:41 1,172
2520152 이슈 9년 전 오늘 발매된_ "CLOSER" 2 23:40 114
2520151 유머 촬영기간 11개월의 중국 영화 3 23:40 733
2520150 이슈 트랜디한 할머니의 달고나 2 23:37 1,254
2520149 이슈 대놓고 한국의 리한나&에미넴 노리고 따라했던 노래...twt 10 23:37 1,357
2520148 이슈 출입문 앞에서 막혀서 못들어가고 계속 얼굴인식 시도하는 르세라핌 허윤진 2 23:37 742
2520147 이슈 7년차 가수 기강 잡는 22년차 연습생 8 23:36 672
2520146 유머 당근 먹는 척 하면서 버리는 푸바오🐼 9 23:36 672
2520145 이슈 진짜 뭐라고 표현해야 할지 모를 이혼 소송 17 23:36 1,169
2520144 이슈 현재 너무 이갈고 컴백해서 팬들도 어리둥절하다는 걸그룹 48 23:32 4,472
2520143 기사/뉴스 [단독] '패륜 아빠'도 유족구조금 받을 수 있다... '김레아 사건'의 또 다른 비극 23:32 615
2520142 이슈 추억돋는 케이티 페리 마지막 메가히트곡...twt 6 23:32 497
2520141 유머 줄 누가 이렇게 세웠어 누가봐도 정지선 라인은 갱단이잖아.x 19 23:30 2,103
2520140 유머 어느 엔터 사장의 특이점이 온 걸그룹 맴버 예명 짓기 3 23:29 766
2520139 이슈 [흑백요리사] 나폴리맛피아 인스타그램 소감문 (스포유) 53 23:29 3,475
2520138 이슈 21년 전 어제 발매된_ "애송이" 4 23:29 218
2520137 유머 눈에 뵈는 게 없어 의사소통이 안 되는 팬 1 23:28 5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