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안84의 새로운 도전으로 주목받았던 '태어난 김에 음악일주'(이하 '음악일주')가 막을 내렸다. 탄탄한 IP로 자리잡은 '태어난 김에 세계일주'(이하 '태계일주') 시리즈와 달리 '음악일주'의 결과는 어딘지 모르게 아쉽다. 제작진에게는 새로운 숙제가 놓였다고도 볼 수 있다.
'태계일주'의 스핀오프인 '음악일주'는 기안84가 자신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던 가수의 꿈을 위해 나아가는 여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기안84는 미국과 자메이카를 여행하며 음악에 대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이를 바탕으로 음원까지 발매했다.
다만, 음악이라는 기획 의도는 신선했지만 시청률이라는 결과물은 좋지 못하다. '음악일주'의 마지막회 시청률은 3.3%였다. '태계일주' 시즌3 마지막회의 시청률 6.2%와 비교하면 아쉬운 수치다. 최고 시청률 역시 3.8%에 불과하다. '태계일주'가 세 시즌을 거치며 꾸준히 최고 시청률을 높여왔다는 점(5.2%→6.1%→6.7%)을 고려하면 더욱 아쉽다.
'태계일주'와 달리 '음악일주'가 시청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지 못한 이유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두 프로그램의 차이에 대해 먼저 짚어봐야 한다. '태계일주'는 '태어난 김에 사는 남자'라는 기안84의 별명에서 힌트를 얻어 제작된 작품으로 기안84의 자연스러운 매력과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담아내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음악일주'에서도 기안84와 여행이라는 재료는 변하지 않았다. 처음 미국에 도착해 화장실을 찾아 헤매는 모습이나 싸이퍼에 즉석으로 참여해 랩을 뱉는 기안84의 모습은 '태계일주'가 사랑받았던 날것의 매력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싶었다. 그러나 음악이라는 재료가 새롭게 추가되며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했다.
'태계일주'가 가진 매력은 시작과 끝만 정해놓은 채 그 안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는 의외성에 있었다. 그러나 '음악일주'는 음악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다 보니 의외성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음악을 배우고 경험하기 위해서는 들어갈 수밖에 없던 세팅이 작위적인 느낌을 주며 기존에 가지고 있던 매력과 동떨어졌던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기안84와 여행, 음악이라는 재료가 조화롭게 익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음악일주' 종영 이후 김지우 PD는 '태계일주'의 네 번째 시즌이 내년쯤 방영될 것 같다는 힌트를 남겼다. 동시에 "'현지 밀착'과 '날 것의 모습'이 잘 드러날 수 있는 곳에서 다시 한번 여행을 시작해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시청자분들이 원하는 것에 대해 깊이 깨닫는 시간이었다. '태계일주'만이 줄 수 있는 재미에 대한 시청자분들의 요구를 좀 더 분명히 알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번에 배운 것을 바탕으로 시즌4로 따뜻하게 다시 돌아오겠다"라고 강조했다. 스핀오프를 마치고 돌아오는 '태계일주'가 '음악일주'의 아쉬움을 씻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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