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커피 쏟고 개에 뜯긴 책들, 내 책이라도 이럴까요
5,256 32
2024.10.07 17:01
5,256 32

[김성호의 바로여기 9] 서울양천도서관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책이' 전시




지난달, 이곳 열람실 한쪽에서 자그마한 행사가 열렸다. 공간은 얼마 차지하지 않았지만 제법 오래 기억에 남는 전시였다. 전시의 제목은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책이!', 낙서, 오염, 절취 등 오·훼손도서를 전시한다는 설명이 함께 나붙었다. 그를 가만히 살펴보다보니 정말이지 이런 전시가 꼭 필요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사실 일찌감치 했던 생각일 수 있겠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린 게 벌써 삼십년을 훌쩍 넘었으니 말이다. 공공도서관은 늘 우리 곁에 있지만, 따지자면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시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공공서비스다.

한때는 열악했던 것이 시민의 힘이 커지고 문화증진과 독서보급의 필요가 일어나며 시민 가까이로 다가온 서비스다. 그로부터 오늘의 시민들은 제 돈을 들이지 않고도 양질의 도서를 쉽고 편하게 빌려볼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모든 시민이 한 마음일 수는 없는 일이다. 공중도덕이란 말이 무색하게도 오로지 저 하나만을 돌보고 다른 이들을 불편케 하는 이가 주변에 적잖이 있는 것이다. 책을 빌려보다보면 정말이지 상태가 엉망인 책을 쉬이 만날 수 있다. 온갖 방법으로 더럽혀지고 훼손된 책을 보았다. 그 때문에 제대로 된 독서를 할 수 없게끔 상한 사례도 적잖았다.


UzgoCE

▲ 서울교육청 양천도서관 밑줄이 가득한 책장
ⓒ 김성호



가장 흔한 사례는 책에 낙서하는 것이다. 밑줄을 긋고 별표를 치고 메모까지 한다.


mNEyyr

▲ 서울교육청 양천도서관 낙서가 빼곡한 책장
ⓒ 김성호



밑줄 많은 또 다른 책 위엔 '낙서란 나와 책 사이의 일방적인 대화이다'란 글귀가 쓰였다. 



omcvsS

▲ 서울교육청 양천도서관 책장째로 절취된 책(오른쪽)과 반려견이 뜯어먹은 책 모습.
ⓒ 김성호


sTlckb

▲ 서울교육청 양천도서관 커피로 추정되는 액체에 훼손된 책.
ⓒ 김성호

책이 훼손되는 흔한 사례로는 음료를 쏟거나 빗물에 적시고, 반려견이 물어뜯은 경우도 있다. 

QwZGPY

▲ 서울교육청 양천도서관 문제를 풀어놓은 모습.
ⓒ 김성호

또 하나 분통 터지는 사례가 있다. 책 안에 문제가 들어 있는 경우다. 어떤 사용자는 빈칸을 남기지 못하고 직접 문제를 풀어 그 답을 책 안에 적어놓는다. 아예 채점까지도 해두는데, 그러면 다음 이용자는 책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VwhCmD

▲ 서울교육청 양천도서관 냄비받침으로 쓰인 흔적.
ⓒ 김성호

책을 냄비받침으로 쓰는 사례도 있다.


QfBUjG

▲ 서울교육청 양천도서관 물에 젖은 흔적.
ⓒ 김성호


도서관 책을 빌려 처음 상태 그대로 반납하는 건 공중도덕과 관련된 일이다. 공공서비스를 유지하고 공동체를 유익하게 하기 위하여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다. 그러나 조잡한 이기심으로 이를 망치는 이들이 적잖다.

이번 전시는 자기 잘못이 어떤 결과를 일으키는지, 타인의 시선에서 생각해본 적 없는 이들을 위해 기획됐다. 누군가는 이와 같은 전시를 보고 다시는 전과 같은 잘못을 하지 않으리라 기대한다. 대단한 악인이 아니라 우리 주변의 평범한 이들이 책을 빌려 훼손하고 그대로 반납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아질 것을 기대하는 건 멋진 일이다. 도서관이 공중도덕 없는 이를 비난하고 개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렇게 전시를 해 유머를 섞여 알렸다는 게 멋스럽다. 이 글은 그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쓰였다. 이건 작지만 멋진 전시인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김성호 작가의 브런치에도 함께 실립니다. 

김성호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448083?sid=102


목록 스크랩 (0)
댓글 3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멜론🍈] 맡겨줘 덬들의 인생 플리,,,✨100만원, MMA티켓, 맥북까지! 선물과 함께 찾아왔어요🎶 143 10.05 33,651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2,944,133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6,642,52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4,592,456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5,959,069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1 21.08.23 4,837,079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3,869,14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41 20.05.17 4,426,81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7 20.04.30 4,904,151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586,970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1202 기사/뉴스 "'족보'는 족발보쌈세트, '시발점' 얘기했더니 욕하냐"‥학생 문해력 저하 심각 20:30 25
311201 기사/뉴스 [MBC 단독] 도용한 신분증으로 30여 차례 출입‥해병대사령부는 "보안 사고 아냐" 11 20:22 508
311200 기사/뉴스 "의정 갈등에 세금 남용…의료개혁 홍보비로 120억원 썼다" 5 20:19 146
311199 기사/뉴스 '동행명령장' 검토에 황급히 출석한 이진숙‥'유튜브 출연' 여야 모두 비판 5 20:07 569
311198 기사/뉴스 한상혁 때는 틀리고 이진숙 때는 맞다? ‥방통위 '이중 잣대'도 도마에 20:04 241
311197 기사/뉴스 [단독] 명태균 "공 세웠으니 친분 밝혀도 된다고"…내놓은 주장이 3 20:04 509
311196 기사/뉴스 검찰, 임성근 피의자 전환 압수수색…경찰 불송치 결정 뒤집고 수사(종합3보) 5 19:55 1,390
311195 기사/뉴스 "지금이 가장 싸다" 난리 난 서울 아파트…서민들 속탄다 [현장+] 19:52 1,890
311194 기사/뉴스 '10일 컴백' 에이비식스, 타이틀곡은 '네이키드'…이대휘 작사·작곡·프로듀싱 2 19:51 309
311193 기사/뉴스 뉴진스 母, 하이브 CCTV 은폐 의혹 제기…“바보 취급” 7 19:46 1,107
311192 기사/뉴스 하이브·SM·JYP·YG, 음반판매량 생태계 '왜곡' 지적에 "책임감 느껴" 49 19:36 2,105
311191 기사/뉴스 파출소 가던 길, 여경 팔 뿌리치는 문다혜…음주사고 직후 [영상] 33 19:10 4,558
311190 기사/뉴스 "충격적인 건.." '1박2일' 매너 실험카메라 중 유일하게 문세윤만이 막내 작가의 짐을 들었고 이준의 변명엔 물음표가 백개가 뜬다 44 19:05 4,942
311189 기사/뉴스 온앤오프, 첫 캐릭터 '온꼬미즈' 공개...멤버들이 그린 귀여운 세계 21 19:02 920
311188 기사/뉴스 태일, '집단 성폭행' 혐의였다…NCT에 재 뿌린 중범죄[종합] 464 19:00 40,333
311187 기사/뉴스 간이 녹아 사라진 '반도체 소년'… 회사는 "술 때문에" [열아홉, 간이 녹았다] ② 12 18:50 2,485
311186 기사/뉴스 아일릿 측 "뉴진스 인사 무시? 있지도 않은 일이 국감까지" 358 18:30 24,969
311185 기사/뉴스 "소주 4병 마셨다"던 '순천 살해범' 박대성..거짓말이었다 11 18:29 3,019
311184 기사/뉴스 BTS 슈가 음주라며 일반인 CCTV 내보낸 ‘뉴스룸’ 법정제재 받았다 8 18:27 1,723
311183 기사/뉴스 군장병에 ‘무료 커피’ 준댔더니… “아들이 군인” “제대한 지 50년” 14 18:20 4,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