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략)
한 해 선천성 심장병 수술 건수는 4000여건. 심장에 문제가 있는 아이들은 대부분 체중 1㎏도 안 되는 초미숙아로 태어난다. 김 교수가 수술한 아이는 400∼500g에 불과했다. 그 심장은 아기의 새끼손톱만 한 크기다. 뛰어난 실력의 흉부외과 교수라도, 소아 심장은 손대지 않을 만큼 수술에서 극악의 난도를 자랑한다.
이제는 그 소아 심장 수술이 가능한 곳이 전국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 기피과 ‘투톱’인 흉부외과와 소아과가 만났으니 의료진 기근이다.
김 교수는 기피 원인으로 높은 소송 위험, 병원 홀대, 열악한 근무 여건을 꼽았다. 소아외과의 원가 보존율은 70% 수준이다. “주사 하나를 놓을 때도 소아는 여러 명이 달려들고, 시간도 더 오래 걸리는데 수가 차이가 안 나니 진료할수록 적자입니다.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도 매년 100억원 이상 적자가 납니다. 그렇게 병원에서 소아 심장 분야는 ‘아웃사이더’입니다. 병원 회의에서조차 ‘소아 심장 수술 몇건 없네요’라고 말합니다. 수술 횟수도 많지 않고 돈도 못 번다는 핀잔이죠. 그런데 1시간이면 끝나는 수술 수십번 하는 것이 과연 소아 흉부외과의 존재 이유일까요? 돈 많이 버는 과가 큰소리치는 게 아니라, 사람 살리는 필수과가 병원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야죠.”
병원 홀대도 서럽지만 환자에게서 위안을 받기도 어렵다. ‘소송의 위험’ 때문이다. “소아 수술은 기대여명이 길다 보니 소송이 걸리면 10억원씩 나옵니다. 어떤 병원이라도 1∼2번 소송 걸리면 소아 심장 수술을 접게 됩니다.”
그 역시 예외는 아니다. 여러 병원에서 ‘위험하다’는 이유로 거부당했던 한 선천성 심장병 환자도 2번의 수술을 받은 이후 소송을 걸었다. “멀쩡하게 걸어 들어간 아이”가 죽을 고비를 넘겼다는 것이 소송의 이유였다. “저도 그만두고 싶은 소아 흉부외과를, 누구에게 권할 수 있을까요. 한 사람의 미래를 생각하면요.” 지금이라도 꺼져가는 소아 심장 분야에 심폐소생은 불가능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어린이병원이 ‘어른 병원’에 기생해야만 하는 시스템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기승전 ‘수가’라고요? 네. 맞습니다. 그게 전제되지 않고서는 한발도 더 못 나갑니다. 병원이나 의사 내에서 ‘합의안’ 가져오라는 것도 말이 안 됩니다. 흉부외과 내에서도 입장이 엇갈려서 ‘이제 소아 심장은 포기하자’는 말까지 나옵니다.”
(생략)
그래서 그 소송은 어떻게 됐을까. 소송 기간 아이의 심장이 나빠지자, 부모는 김 교수에게 3차 수술을 부탁해왔다.
(생략)
https://n.news.naver.com/article/022/0003974376?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