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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하이브 vs 뉴진스, 혁신을 가로막다 [권상집의 논전(論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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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6 1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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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의 '원칙 대응'에 대중의 반응은 '싸늘'
경영권·수익 싸움에 뉴진스는 다치고 하이브 이미지는 악화


하이브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갈등이 7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그사이 하이브의 CEO는 이재상 대표로 교체됐고, 뉴진스 소속사인 어도어 역시 8월27일, 민희진 전 대표를 해임하고 김주영 사내이사를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CEO를 모두 교체했다는 건 소모적 논쟁을 끝내기 위해 새로운 조타수에게 협상의 전권을 넘겼다는 뜻이다. 침묵하던 뉴진스가 목소리를 내며 다시 2라운드가 시작되었다.

뉴진스가  9월11일 소속사에 알리지 않고 라이브 방송을 진행한 이유는 해임된 민 전 대표를 다시 CEO로 돌려 달라고 요구한 데 있다. 엔터테인먼트 기획사 대표가 아이돌 그룹을 해체하거나 교체하는 데 목소리를 낸 사례는 있어도 아이돌 그룹이 직접 회사에 자신들이 존경하는 인물을 CEO에 재선임하라고 요구한 일은 전무하다. 하이브엔 악재다. 프레임이 '하이브 vs 민희진'에서 '하이브 vs 뉴진스'로 바뀌었다.

10월3일 서울 용산구 하이브 사옥 ⓒ시사저널 박정훈



단호한 하이브 vs 단호한 뉴진스

뉴진스는 하이브가 자신들의 제안을 받지 않을 경우 법적 분쟁으로 나아가겠다고 최후통첩을 던졌다. 협상 전략으로 치면 '벼랑 끝 전술'이다. 벼랑 끝 전술은 상대에게 양보를 요구하는 핵심 전략이다. 하이브는 뉴진스의 강공에 원칙을 내세웠다. 하이브의 신임 CEO인 이재상 대표는 "원칙을 지킨 자가 최후의 승자가 됐다"고 발언했다. 복합적인 의미가 담긴 메시지에는 결코 양보란 없다는 의지마저 읽힌다.

뉴진스의 라이브 방송은 위력적이었다. 방송 이후 하이브의 주가는 장 중 한때 6% 넘게 급락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기술력에 중점을 둔 제조업과 달리 브랜드 파워와 신뢰도로 먹고사는 분야다. 해당 산업은 그래서 늘 '하이 리턴, 하이 리스크'가 공존한다. 리턴(Return)은 CEO와 멤버가 노력한다고 항상 성과로 돌아오지 않지만 리스크(Risk) 영역은 멤버 또는 CEO의 메시지 한 방으로 극대화할 수 있다.하이브와 민 전 대표는 뉴진스를 설득하기 위해 지난 6개월간 모든 노력을 기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뉴진스는 확고하게 민 전 대표의 손을 들어줬다. 명분은 직장 내 괴롭힘. 직장 내 괴롭힘은 엔터테인먼트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에 가장 치명적인 이슈 중 하나다. 뉴진스 멤버 하니와 소속사 대표는 국회 국정감사 출석 요청까지 받았다. 뉴진스가 자신들 입장을 굽힐 생각은 없어 보인다.

하이브는 원칙을 내세웠다. 국내 최고의 아티스트 뉴진스와 어도어 소속사의 계약 기간은 아직도 4년10개월 남아있다. 위약금은 4500억원이 넘는다. 뉴진스가 설사 하이브와 어도어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뉴진스라는 브랜드와 팬덤명 '버니즈'를 사용할 수는 없다. 브랜드, 킬러 콘텐츠 등 핵심 IP(지식재산권)는 늘 기업에 있다. 뉴진스라는 브랜드 포기와 4500억원을 모두 감당하기엔 뉴진스는 아직 어리다.

그룹 뉴진스가 9월3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서울 패션위크(SEOUL FASHION WEEK) 2025 S/S’ YOUSER 컬렉션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이브의 분노, 원칙과 양보 사이

하이브는 지난 2분기에도 매출액 6405억원을 기록했다. 역대 최고 분기 매출액을 또다시 경신했다. 일각에선 영업이익 등 수익성 하락을 지적했으나 세부 항목을 자세히 살펴보면 하이브는 여전히 강력하다. 음반, 음원 매출은 전년 대비 상승했으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K팝 상위 10곡 중 8곡이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의 음악이다. 미국의 '상반기 CD 판매량 TOP 10' 중 무려 3팀이 하이브 소속 아티스트다.

하이브가 뉴진스에 원칙 대응을 강조하는 이유다. 하이브는 민 전 대표와의 갈등과 노이즈를 마무리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뉴진스는 국내외 대중음악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지만 하이브에 중요한 점은 뉴진스의 성장성보다 불확실성 해소에 있다. 이미 시장과 증권 업계에서는 내년도 BTS의 완전체 컴백에 더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하이브의 성장에 뉴진스는 중요하지만 필요충분조건은 아닐 수 있다.

하이브와 뉴진스는 원칙과 최후통첩이란 표현을 써가며 강 대 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지만 대중의 사랑과 욕구를 통해 성장하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특성상, 이 대립에서 승자와 패자는 없다. 승자는 상처뿐인 영광을 얻게 될 테고 패자는 명분을 얻더라도 모든 걸 잃을 수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Time'은 9월25일 하이브와 뉴진스의 갈등을 기사로 다루며 하이브와 뉴진스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음을 지적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대중의 애정과 신뢰는 기업과 아티스트의 혁신과 성장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 다양한 아티스트를 발굴하기 위해 수많은 계열사(레이블)를 운영하는 하이브는 올해도 변함없이 압도적 성과를 창출했다. 하지만 리스크를 너무 키워 강점과 약점,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기업으로 K팝 팬들에게 각인되고 있다. 하이브가 내세운 단호한 원칙도 중요하지만 원칙보다 더 중요한 건 대중의 애정과 신뢰다.

하이브가 한국형 혁신을 일으키는 데 공헌한 BTS의 팬덤 '아미'는 트럭 시위와 근조화환을 내걸었다. 최근 불거진 멤버 슈가의 음주운전에 관해서도 멤버 탈퇴를 요구하는 등 사회적 책임의 목소리를 한층 더 강조하고 있다. 하이브의 해외 팬들은 하이브 사옥 앞에 모여 욕설과 손가락질하는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과거와 같은 묻지마 팬덤은 사라진 지 오래다. 팬들은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을 요구하고 질문한다.

하이브는 이미 조직 내부적으로 뉴진스가 빠졌을 때 실적이 어떻게 변화될지 모든 상황을 점검하고 검토했을 것이다. BTS 외에 세븐틴, TXT, 엔하이픈, 보이넥스트도어, 르세라핌 등 뉴진스의 성과를 메워주는 걸 넘어 팬들의 기억 속에서 뉴진스를 사라지게 할 아티스트는 풍부하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손익 계산만 냉정히 따지면 강공 대치로 인해 피해를 보는 건 뉴진스다. 하이브는 뉴진스가 없어도 성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하이브 vs 뉴진스로 프레임이 전환된 이후 하이브를 바라보는 대중의 반응은 다소 싸늘하다. 방시혁 의장은 5년 전 서울대 졸업식에서 음악 산업 종사자들이 정당한 평가를 받고 상식이 구현될 수 있도록 분노하고 싸울 것이라고 말해 모든 이의 박수를 받았다. 뉴진스의 분노를 이제 하이브도 들어봐야 하지 않을까. 경영권과 수익을 위한 어른들 싸움에 혁신이 가로막히고 뉴진스가 다치는 건 불행한 일이다.


출처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586/0000087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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