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지역의 한 소방서에서 지난달 26일 조식으로 제공된 급식 실제 사진. 흰쌀밥에 계란후라이, 고추장, 배추김치, 사골국이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한병도 의원실, 소방청 제공
소방공무원의 한 끼 급식단가가 3000원 초반대에 불과한 곳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체계적으로 식단을 관리해줄 영양사가 없거나 심지어 ‘식단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곳도 많았다. 지역별 지원도 제각각이어서 소방공무원들에 대한 부실급식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소방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대구 A소방서의 경우 한 끼 단가가 불과 3112원에 그친 것으로 파악됐다. 경남 B소방서는 3852원, 전북 C소방서는 3920원에 그쳤다. 이번 조사는 소방청에서 전국 241개 소방서 중 지역별로 1곳을 표본으로 선정해 조사한 결과다. 시도별 전체 평균 가격은 아니다.
3000원대 급식 단가는 주로 4000원대에 형성돼있는 편의점 도시락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이다. 서울시 공립고등학교의 무상급식 단가(5398원), 서울시 결식우려아동 급식단가(9000원)와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전남 D소방서, 강원 E소방서, 울산 F소방서, 서울 G소방서는 한 끼 급식 단가가 4000원대에 머물렀다.
급식 단가는 소방서별로 최대 2.2배까지 차이가 났다. 이처럼 급식단가가 지역별로 천차만별인 이유는 각 시도별로 소방공무원 급식예산 지원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공무원 정액급식비가 일반 행정 공무원의 경우 한 달 20식(하루 두 끼)을 기준으로 하는 반면, 현업 공무원(3교대 근무자)의 경우 한 달 30식(하루 세 끼)을 기준으로 하다 보니 한 끼 단가가 크게 떨어진다. 소방관은 내근직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현업 공무원로 분류된다. 일반 근무자의 1식 단가는 7000원인 반면, 현업 공무원의 1식 단가는 4666원에 불과하다.
균형 있는 식단과 위생관리를 위한 영양사가 아예 배치되지 않은 지역도 있었다. 전남 지역 소방서에는 아예 영양사가 단 1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북·경북·제주 지역의 소방서에는 영양사가 1명에 불과했다. 아예 ‘식단표’조차 없는 상태로 급식이 이뤄지는 곳도 많다고 한다.
한 의원은 “소방관의 한 끼 식사는 ‘국민을 구하는 힘’으로 이제는 소방력을 저해하는 부실급식을 끝내야 할 시점”이라며 “소방청은 인사혁신처와 현업근무자 정액급식비 인상 논의를 시작으로 시·도별 급식체계 전수조사 및 조례 제정을 통해 급식체계 일원화 추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김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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