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딥페이크 성범죄, ‘장난’으로 여기는 이들에게 [세상에 이런 법이]
1,151 2
2024.10.03 18:29
1,151 2
지난 대선 때 홍준표 예비후보(현 대구시장)의 ‘돼지 흥분제’ 사건(대학생 시절 같은 하숙집 남학생들이 약물을 이용한 준강간 범죄를 공모하였다가 미수에 그친 사건)이 화제가 되었을 때, 어느 연세 지긋한 남성의 어떤 말을 듣고 뜨악한 적 있었다. 대략 이런 말이었다. “그때 일을 지금 기준으로 판단해선 안 돼. 그땐 그게 별일 아니었어. 더한 일도 많았어.”

지독한 가해자 논리다. 남들도 다 그렇게 생각한다고 과장한 것도 그들이다. 그렇게 스스로를 정당화해온 것이다. 반면 가해자 집단 바깥의 사람들, 특히 피해자에 더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예나 지금이나 그러한 행위가 잔인하고 끔찍하기만 하다. 그러니 ‘그땐 별것 아니었다. 지금 기준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라는 식의 말은 과거에 가해자 집단이 가진 태도를 옹호하는 말에 불과하고, 더 중요하게는 과거에 피해자 측이 가졌을 고통을 여전히 무시하고 폄훼하는 말에 불과했다.


‘딥페이크’ 성범죄(특정인에 관한 사진·영상을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합성·가공하는 행위)와 관련해서도 우리는 언젠가 비슷할 얘기를 듣게 될지 모른다. 세상이 지금보다 나아져 모든 사람이 그러한 사진과 영상을 심각한 범죄물로 받아들이게 되었을 때, 그때 또 누군가는 짐짓 현재의 가해자들을 비슷한 논리로 옹호할지 모른다. 지금이야 심각한 범죄로 취급되지만 그땐 아니었다고. 그냥 ‘사진 좀 합성한 거 정도’로 치부했다고. 역시나 피해자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가해자 집단의 논리일 뿐이다. 피해자의 고통은 세상이 그것을 올바르게 바라보는 시점에 비로소 거대해진 것이 아니다. 원래, 처음부터, 심각했다.

공감은 법보다 훨씬 빨라야 한다


어떤 부류의 범죄행위들은 그것을 끔찍하고 잔인한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는 집단을 기반으로 자행된다. 과거에는 술이나 약물을 이용한 준강간 범죄도 그랬다. 앞서 언급한 돼지 흥분제 사건은 같은 하숙집 동료들끼리 계획하고 실행된 범죄였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이를 “장난삼아 한 일”이라고 했다. 그가 무려 국회의원 시절에 펴낸 자서전에 버젓이 그렇게 쓰여 있다.

N번방 사건, 딥페이크 범죄도 비슷하다. 그러한 사진과 영상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집단을 믿고 계획되고 실행되었으며, 또 번성했다. 그런 점에서 그 사진·영상을 만들어 유포하고 소비한 사람들과 그것들을 심각한 범죄물로 여기지 않은 사람들은 함께 거대한 가해자 집단을 이룬다.


그러한 범죄와 자신 사이에 분명한 선을 긋고자 한다면, 관련 행위에 대하여 올바른 평가부터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그 평가는 마땅히 피해자 측의 마음을 가늠하고 공감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대단히 높은 수준의 공감능력이 필요한 일도 아니다.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해보아도 그 범죄의 타깃이 된 사람과 그 가족들의 고통을 대충이나마 짐작할 수 있다. 그조차 하지 않아 이 지경에 이르렀을지 모른다.


임자운 (변호사) editor@sisain.co.kr

https://naver.me/5PVKRziM

목록 스크랩 (0)
댓글 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아비브🌿] 겨울철, 거칠어진 피부 촉촉하게 보습케어✨ '아비브 부활초 세럼 & 부활초 크림' 체험 이벤트! 401 00:07 10,775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679,602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494,28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5,708,762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7,110,88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4 21.08.23 5,288,883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1 20.09.29 4,263,18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55 20.05.17 4,852,876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2 20.04.30 5,319,47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060,167
모든 공지 확인하기()
317105 기사/뉴스 한국 ‘기후대응’ 올해도 최하위 평가…“할 수 있는데도 안 한다” 24 18:38 999
317104 기사/뉴스 애플, 라이트닝-3.5mm 헤드폰 잭 어댑터 곧 판매 중단 5 18:24 1,628
317103 기사/뉴스 "임영웅, 인기 가수 넘어 '사회문화적 현상'"…학술대회 열린다 6 18:02 512
317102 기사/뉴스 어도어 측 “민희진 일방적 사임 통보 안타까워, 뉴진스에 최선 다할 것” [공식입장] 326 17:14 20,323
317101 기사/뉴스 던전앤파이터 X 중국피자헛 콜라보 메뉴 (개구리 주의!) 5 16:44 993
317100 기사/뉴스 "열흘 간 3억원치 팔렸다"…라이즈 원빈·쇼타로 착용한 '바라클라바' 화제 264 16:34 35,345
317099 기사/뉴스 [단독] 검찰, 김병만 전처 제기한 폭행 의혹 '무혐의' 처분 18 16:26 3,157
317098 기사/뉴스 끝나도 끝난 게 아니다‥'정숙한 세일즈' 정주행의 힘 16 16:24 1,141
317097 기사/뉴스 고민시, 취약 계층 위해 5천만 원 기부…"따뜻한 겨울 보내시길" 11 16:09 525
317096 기사/뉴스 부산 180억 전세사기 50대 여성에 징역 15년 확정…'사기죄 최고형량' 43 16:04 2,398
317095 기사/뉴스 [단독] '방송금지' 故김성재 편 '그알', 내년 공개?..배정훈 PD "30주기 준비 중" 9 15:56 1,507
317094 기사/뉴스 [인터뷰] 배우 이세희, "아직 갈 길이 멀어서 좋다고 생각해요." 6 15:42 1,444
317093 기사/뉴스 "젖소 이리와~츄르 먹자!" 캣맘이 된 구청, 무슨 일? 10 15:26 2,033
317092 기사/뉴스 [속보]“키이우 美대사관 폐쇄…직원들에게 대피 지시” 32 15:25 3,216
317091 기사/뉴스 교제 폭력 시달리다가…불 질러 연인 살해한 40대 심신미약 호소 5 15:25 804
317090 기사/뉴스 [속보] 키이우 美대사관 "대규모 러 공습 가능성…직원 대피 지시" 7 15:25 1,459
317089 기사/뉴스 법원, 연세대 논술 효력정지 이의신청 기각…연세대 "즉시 항고" 3 15:24 706
317088 기사/뉴스 "BTS 돌아오잖아" 개미 빼고 야금야금 사둔다?…하이브 분위기 '반전' 46 15:16 1,924
317087 기사/뉴스 ‘정년이’ 동성 키스신 삭제 이유, 김윤혜 “여러 촬영본 중 하나”[EN:인터뷰] 10 15:15 3,280
317086 기사/뉴스 “ 국내는 좁다"…기안84, 뉴욕 마라톤 대회 도전 과정+풀코스 완주(나혼산) 7 15:09 9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