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경성크리처'가 더 커진 세계관으로 앞선 혹평을 뒤집는 데 성공했다. 시원한 액션, 그리고 짙어진 로맨스가 이미 떠난 팬들의 마음을 되돌릴 수 있을까.
지난해 12월 공개된 '경성크리처' 시즌1에 이어지는 이야기다. 시즌1으로부터 79년이 흘렀지만 괴물을 만드는 잔혹한 인간의 욕심은 변함이 없었다. 인체 실험을 자행하던 옹성병원이 있던 자리에는 전승제약이 세워졌고, 전승제약은 돈을 빌미로 비밀리에 사람들을 모은 뒤 그들을 실험체로 쓰고 있었다. 앞선 시즌에서 주인공들이 옹성병원을 폭파시키며 일제의 만행에 맞서 싸웠다면, 이번엔 전승제약을 상대로 또 다시 맞서면서 이들의 음모를 밝혀내는 과정을 그렸다.
현대로 넘어오면서 이야기는 확장됐다. 나월댁(김해숙), 구갑평(박지환) 등 장태상과 함께 했던 인물들이 대거 빠진 대신 쿠로코 대장(이무생), 승조(배현성) 등 새로운 캐릭터들이 새롭게 합류했다. 이들은 더 커진 세계관 속에서 각자의 욕망에 따른 선택을 하며 시즌1과는 다른 재미를 안겼다. 24시간 동안 나진의 활동을 멈출 수 있게 하는 약이 만들어지는 등 현대 설정에 맞는 변주도 있다.
확장된 서사 속 완성도는 한층 단단해졌다. 전 시즌이 과도한 신파, 개연성이 떨어지는 스토리로 혹평받았던 것과 달리 이번엔 신파적 요소를 빼고,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사건을 짜임새 있게 배치해 얼개를 촘촘하게 메꿨다. 풍부해진 스토리 속 장태상과 윤채옥의 로맨스 또한 79년을 뛰어넘어 더욱 짙어졌다.
그러면서도 속도감 있는 전개로 지루함을 덜어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앞서 감독은 시즌1이 다소 느린 전개로 긴장감을 떨어뜨렸다는 피드백을 받아들이고, 시즌2의 속도감을 높이기 위해 재편집했다고 밝힌 바. 잔가지를 친 감독의 한 수, 그리고 새로운 빌드업이 필요 없다는 시즌제만의 장점이 더해지면서 몰입감도 올라갔다.
가장 진일보한 부분을 꼽자면 단연 액션이다. 전승제약의 생체 실험으로 인해 괴력을 갖게 된 쿠로코들은 초인적인 괴력을 발휘하는데, 이들의 빠르고 파워풀한 액션은 시즌1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감을 자아낸다. 특히 손에서 나온 촉수를 활용한 액션신은 크리처물만의 매력을 잘 살렸다.
배우들의 연기 역시 단단하게 뿌리를 지켰다. 시즌1부터 작품을 이끈 박서준, 한소희는 보다 안정적인 연기를 선보였다. 박서준은 초반 능청스러운 모습부터 분노와 좌절, 절절한 로맨스까지 다양한 감정선을 매력적으로 소화했다. 화려한 액션신 또한 빼놓을 수 없다. 한소희 또한 남성에 뒤지지 않는 고난도의 액션을 소화하며 팽팽한 긴장감을 더했다. 대사톤 또한 현대로 넘어오면서 한층 자연스러워졌다. 이번 시즌의 새 얼굴 배현성은 그동안 보여주지 않았던 차가운 살기를 보여주며 힘을 보탰다.
분명 앞선 시즌에 비해 좋아진 부분이 많다. 그러나 이 작품에 가장 큰 허들이 있다면 바로 시즌1이다. 앞 시즌을 보지 않으면 독특한 세계관과 소재를 이해하기 힘든 것. 시즌1이라는 진입장벽이 새로운 시청자의 유입을 막는 장애물이라는 게 아쉬운 대목이다.
아직 회수되지 않은 떡밥도 있는 상황에서, 결말에는 새로운 떡밥도 등장했다. 쿠키 영상을 통해서는 시즌3 가능성까지 남겼다. '경성크리처'의 세계관이 앞으로도 이어질 수 있을지 궁금증을 더하는 마무리다.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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