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사는 윤혜란씨는 지난 1일 오전 반려견 ‘솜이’와 청계천을 찾았다. 윤씨는 “자택 인근엔 반려견과 산책할 공원이 없어 전에는 20분 거리에 있는 성북천을 찾았다”며 “이제 청계천이 개방돼 안전하게 산책할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시는 지난 27일 동대문구 황학교 하류부터 성동구 중랑천 합류부까지 이어지는 청계천 4.1㎞ 구간에 반려견 출입을 시범 허용한다고 밝혔다. 2005년 청계천 복원 이후 19년 만이다.
시범 운영 기간 청계천을 산책하려면 반려견에게 1.5m 이내의 목줄을 착용시켜야 한다. 맹견일 경우 입마개가 필수다. 배변봉투도 지참해야 한다.
견주들은 이제 반려견이 차량에 치이는 사고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환영했다. 서울 중구 황학동에 사는 김지연(41)씨는 2일 “풀과 흙냄새를 마음껏 맡을 수 있으니 반려견의 기분도 좋아 보인다”며 “반려견 배변만 잘 수거하면 크게 문제 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네 살 자녀와 함께 청계천 산책을 나온 이상윤(45)씨는 “집에서 반려견을 키우지 않아 자녀가 공원이나 산책로에서 강아지를 만나게 한다”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부 시민은 통행에 불편하다는 등 부정적인 반응을 내놨다. 박모(65)씨는 “청계천 산책로 일부 구간은 성인 두 명만 지나가도 꽉 찰 정도로 좁은 길들이 많다. 갑자기 반려견이 공격하면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큰 반려견들은 들어오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매일 청계천에서 달리기를 한다는 한성욱(33)씨는 보행자 간 안전사고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씨는 “최근 러닝을 하다가 반려견을 마주쳤는데, 달려들까 봐 긴장했다”며 “청계천은 한강보다 훨씬 폭이 좁고, 자전거나 킥보드를 타는 사람들도 있어서 반려견들이 달려들면 큰 사고로 번질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반려견이 남긴 배변 등이 제대로 처리되지 않을 가능성을 지적하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시는 현장 요원을 통해 부정적 민원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시 관계자는 “시범 운영 기간 문제점을 분석해 앞으로 계속 반려견 출입을 허용할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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