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빅터 레이예스가 1일 창원 NC전에서 KBO 단일시즌 안타 신기록을 세운 후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많은 우려 속에 '레전드'의 등번호를 달고 한국 생활을 시작했던 외국인 타자가 1년 만에 리그 새 역사를 썼다. 롯데 자이언츠의 빅터 레이예스(30)가 잊을 수 없는 시즌을 마무리했다.
레이예스는 1일 창원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 경기에서 1번 지명타자로 출전, 5타수 2안타 2타점을 기록했다.
이로써 경기 전 시즌 200안타를 기록 중이던 레이예스는 2014년 넥센 서건창(현 KIA)이 보유한 한 시즌 개인 최다안타 기록(201안타)을 10년 만에 경신하게 됐다. 특히 9회 타석이 돌아올 지 알 수 없던 상황에서 동료들이 출루를 이어가며 마지막 경기 마지막 타석에서 이뤄낸 대업이어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기록 달성 후 레이예스는 "너무너무 기쁘다. 오늘은 잊을 수 없는 하루가 될 것 같다. 그리고 건강하게 시즌을 마무리할 수 있어서 더 기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압박감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안타를 치면 칠수록 모든 사람들에게 집중을 받는다. 그래서 최대한 열심히 치자는 마인드로 임했다"며 그동안의 과정을 돌아봤다.
이날 경기를 끝으로 2024시즌을 마감한 레이예스는 올 시즌 144경기 전 게임에 출전해 타율 0.352(574타수 202안타), 15홈런 111타점 88득점, 출루율 0.394 장타율 0.510, OPS 0.904의 성적을 거뒀다. 최다안타 타이틀과 함께 타율 2위, 타점 6위, 2루타 1위(40개) 등 여러 부문에서 상위권에 올랐고, 덕분에 2일 발표된 2024 KBO 정규시즌 MVP 후보에 이름을 올렸다.
시즌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레이예스는 빅리그 5시즌 경험이 있는 선수로, 통산 394경기에서 타율 0.264, 16홈런 107타점, OPS 0.673을 기록했다. 트리플A에서 지난해 20홈런을 기록하기는 했으나, 메이저리그에서는 인상적인 장타력은 아니었다. 여기에 삼진 287개를 당하는 동안 볼넷은 49개에 불과했고, 2022년에는 양쪽 햄스트링을 모두 다치는 등 건강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그럼에도 롯데는 "간결한 스윙을 바탕으로 콘택트 능력과 강한 타구 생산이 돋보였다"는 평가를 내리며 레이예스를 영입했고, 등번호 29번도 부여했다. 이 번호는 통산 117승과 100완투를 기록한 '고독한 황태자' 윤학길(63)이 선수 시절 달았던 것으로, 2022시즌부터 비공식 결번 상태였다. 하지만 남은 두 자릿수 등번호가 없는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사용하게 됐다.
빅터 레이예스의 타격 모습.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여러 우려도 있었지만, 레이예스는 시범경기부터 0.350(20타수 7안타)의 타율로 좋은 감각을 선보였다. 레이예스만큼은 꾸준한 타격감을 과시했다. 4월까지 0.347의 타율로 시작한 그는 5월 0.302, 6월 0.398, 7월 0.405, 8월 0.300의 월간 타율을 보여줬다. 올해 가장 낮았던 타율이 0.314(5월 25일)이었을 정도다.
장타가 부족했던 건 아쉬웠다. 김태형 롯데 감독도 "외국인 타자는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장타가 필요하다. 타율 3할에 35홈런 정도는 쳐주면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레이예스에 대해서는 "타율 0.280에 30홈런 치는 것보다는 낫다"며 "레이예스는 최고다. 어느 감독이라도 레이예스를 쓰라고 하면 다 쓸 것이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8월부터 이미 서건창의 안타 기록을 깰 페이스를 보여줬던 레이예스는 9월 들어서도 0.364(88타수 32안타)의 타율로 감을 이어갔다. 이에 롯데도 그의 타순을 2번으로 올려 기회를 더 줬고, 최종전에서는 아예 1번으로 올렸다. 그리고 레이예스는 결국 KBO의 새 역사를 썼다.
기록 달성 후 레이예스는 다음 시즌 잔류 여부에 대해 "롯데에서 야구를 오래오래 하고 싶다"며 "지금은 그걸 신경쓸 때는 아니고, 일단 푹 쉬고 몸을 제대로 만든 뒤 얘기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런 복덩이라면 구단 입장에서도 재계약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양정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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