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엔 김범석 기자] 바둑에서 자기의 수를 줄이는 수. 결정적 실수나 전략 미스인 자충수다. 축구로 따지면 자책골. 재미와 만듦새 모두 호평받던 넷플릭스 서바이벌 예능 ‘흑백요리사’(연출 김학민, 김은지)가 자충수를 뒀다. 지난 10월 1일, 패자부활전과 15명 중 톱8을 가리는 8~10회가 공개됐는데 갑자기 등장한 팀내 방출 미션이 시청자 비판을 받고 있다.
각 5명으로 구성된 3팀의 레스토랑 미션이 벌어졌는데 제작진이 긴급 공지 형식으로 방출 카드를 들이민 게 화근이었다. 팀마다 비밀 투표로 잉여 인력을 1명씩 방출해 기존 3팀 외에 한 팀을 더 급조한 것. 이 과정에서 흑수저 중식 셰프인 ‘만찢남’과 ‘철가방 요리사’는 자진 방출 의사를 밝혀 분위기가 험악해지지 않았지만, 대통령 셰프 안유성 명장은 최현석 팀에서 투표로 아웃돼 어색한 기운이 감돌았다.
여기까진 나쁘지 않았다. 예능의 독한 MSG 정도로 넘어갈 수 있으니까. 그러나 문제는 절차적 공정성 훼손. 방출된 세 요리사는 경쟁 팀보다 1명 열세인데다 시간도 6시간 이상 손해여서 무조건 불리했다. 시간에 쫓겨 식당을 열어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메뉴 구성과 재료 구입, 손질의 한계가 필연적인 상황.
결국 이들은 다른 팀처럼 일식, 양식 등 셰프 간의 콜라보나 역할 분담, 팀워크 없이 각자 손에 익은 필살기 메뉴를 따로따로 등장시킬 수밖에 없었고 시간에 쫓겨 가격 전략 역시 치밀하게 세우지 못했다. 매출 합산 결과 이들은 최하위를 기록, 전원 탈락했다. 시청자들은 ‘재미있게 보다가 맥이 뚝 끊겼고 불쾌한 기분이 들었다’, ‘텐션을 높이려는 의도이겠지만 누가 봐도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이 와중에 PD 텐동 늦게 나가는 걸 강조하네 소름 돋는다'며 불만을 쏟아냈다.
제작진이 내세운 나름의 어드밴티지가 있었지만, 문제는 실효성이 전혀 없었다는 사실. 방출된 3명이 기존 팀의 장단점을 알고 있는 만큼 거기에 대적할 만한 전략을 짠다면 승산이 있을 수 있다는 제작진의 항변. 하지만 예능 경험이 없는 출연자들인데다 쫓기는 시간의 압박감 속에서 이는 벌칙의 연장일 뿐 어드밴티지로 보기 어려웠다.
이쯤되면 답이 나온다. 방출된 이들이 극적으로 살아남으면 그야말로 반전 드라마가 되고, 여기서 떨어져도 어쩔 수 없다는 제작진의 게으름이 엿보이는 대목이었다. 모처럼 악마의 편집이 없는 고품격 요리 서바이벌 프로라 반가웠지만, 방출 미션은 ‘오직 맛으로만 승부를 본다’는 기획 의도를 스스로 깎아 먹은 셈이 됐다. 그렇고 그런 서바이벌 프로가 된 느낌.
2주 연속 넷플릭스 글로벌 비영어 TV 부문 1위를 기록한 ‘흑백요리사’는 오는 8일, 마지막 2회가 공개된다.
https://m.entertain.naver.com/article/609/00009039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