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NS에서 광고를 본 큰아들 강나루씨가 “은퇴 전 라스트 댄스라고 생각하고 지원해 보시라”고 권한 게 ‘흑백요리사’ 출연의 계기였다고 한다. 강씨는 “자주 접하지만 가장 안 알려진 요리사가 급식조리사라고 생각했다”며 “어머니를 통해 이 직업이 많이 알려지길 바랐다”고 말했다.
프로그램에 등장한 메뉴는 모두 가족의 도움을 받아 완성됐다. 특히 입맛이 까다로운 큰아들이 어떤 맛을 더하고 덜어낼지 조언해 줬다고 한다. 이씨가 2라운드에서 선보인 ‘오골계 볶음탕’도 5~6가지 메뉴를 연습한 끝에 “엄마 볶음탕, 이거 되겠는데”라는 아들의 반응을 듣고 탄생한 작품이다.
이씨가 처음 급식조리사의 길로 들어선 건 2006년. 비 오는 날 초등학교 1학년 둘째 아들에게 우산을 건네러 학교에 갔다가 우연히 급식조리사 모집 소식을 들었다. 평범한 주부였던 이씨는 교육청의 시험과 면접을 보고 학교 급식 조리사가 됐다. 그렇게 시작한 일이 15년간 이어졌다. 이씨는 “아이들한테 ‘오늘 진짜 맛있었어요’라는 말을 들으며 요리하는 게 참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일에 재미를 느끼니 열정도 붙었다. 매일 7시 전에 출근해 9시까지 요리책과 인터넷을 뒤적이며 ‘초딩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연구했다. 비빔국수처럼 매운 음식은 1~3학년용 양념과 4~6학년용을 따로 만들었다. 수육 소스는 아이들이 꺼리는 새우젓 대신 양파소스로 대체했다.
이씨와 조리실무사 두 명이 매일 책임져야 했던 점심은 모두 120인분. 9시쯤 재료 검수를 마치고 조리까지 단 두 시간 안에 일을 마쳐야 했다. 조리 순서를 머릿속에 그리고 멀티플레이를 하며 국과 반찬을 만들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장갑·방수 앞치마 등을 착용하다 보니 여름엔 땀띠로 고생하는 날이 많았다.
그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아이들이 예뻐서 일을 그만두기 쉽지 않더라”며 미소지었다. 이씨의 마지막 근무 날, 하북초등학교 학생들은 삐뚤빼뚤한 글씨로 “항상 맛있는 요리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우주만큼 사랑합니다”라고 쓴 편지를 건넸다. 영상 감독인 큰아들이 이씨의 은퇴를 기념해 유튜브에 올린 영상에서 학생들은 “집밥보다 급식이 맛있다”고 소리쳤다.
이씨는 방송 출연 이후 외출할 때면 “함께 사진 찍어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는다고 했다. 그는 “솔직히 이렇게까지 잘 될 줄 몰랐다”며 “부담도 되지만 또 언제 이런 경험을 해보겠냐”며 웃었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814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