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최고의 흥행작이었던 ‘베테랑’의 후속작이 9년만에 개봉했다. 9년이라는 시간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그 중 베테랑에게 있어 치명적인 것은 ‘범죄도시’였을 것이다.
아마도 베테랑으로부터 일부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을 범죄도시 시리즈는 이제 너무 거대한 프랜차이즈가 되어 버렸다. 베테랑 형사라는 이미지도 마석도가 가져가 버렸다. 서도철은 마석도의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베테랑에겐 두 가지의 선택지가 있었다. 또 하나의 범죄도시가 되느냐, 탈 범죄도시가 되느냐.
둘 다 쉬운 길은 아니었을 것이다. 전자는 범죄도시와의 비교를 피할 수 없었을 것이고, 후자는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를 상실할 가능성이 있었다.
베테랑2에서 가져 온 화두는 사적 제재다.
베테랑과 범죄도시의 공통점 중 하나는 의심할 여지 없는 명백한 사회악을 악역으로 세웠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범죄도시 시리즈는 4편이 나온 지금까지 이 기조를 지키고 있다.
베테랑2는 시작부터 전작과, 그리고 범죄도시와 다른 길을 가겠다고 선포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사적 제재를 가져오면서 베테랑은 또 다른 벽을 끌어들이게 됐다. 드라마 ‘비질란테’다.
사적 제재가 흔한 소재이기는 하지만, 불과 10개월 전에 사적 제재를 정면으로 다룬 한국 드라마가 먼저 나왔으니 비교를 피할 수가 없게 됐다.
올해 2월에 나온 ‘살인자ㅇ난감’도 사적 제재를 주요 소재로 삼고 있다. 하지만 비현실적인 능력을 가진 인물을 주인공으로 세움으로서 비질란테와의 직접적인 비교는 피했고, 이야기는 물론 메시지에 있어서도 비질란테와 차별화할 수 있었다.
베테랑2는 애초에 사적 제재에 대해 깊게 다룰 의도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앞서 나온 두 작품은 인물들이 자신의 정의관에 따라 행동하고, 그것을 충돌시키는 묘사로 각자의 정의관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를 준다.
하지만 베테랑2의 ‘해치’는 살인을 정당화하기 위해 사적 제재를 도구로 쓸 뿐인 인물로 그려진다.
이것 또한 잘 활용했다면 작품의 개성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게추를 다른 데에 두었어야 했다.
물론 베테랑2에는 그런 거 없다.
캐릭터의 개성이라기엔 너무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주요 소재라기엔 사유가 없다. 사적 제재에 관해 탐구할 것처럼 잔뜩 늘어 놓아 놓고 수습하지 않은 채 사라질 뿐이다.
논쟁적인 소재를 맥거핀처럼 사용해 버리니 이후의 전개가 급격하게 납작해진다.
더 큰 문제는 이 납작해진 구도 안에서조차 모순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본작에서는 사적 제재를 부정하는 장치로 외국인 여성 ‘투이’가 등장한다. 가짜 뉴스로 인해 사적 제재의 타겟이 되는 인물이다. 이 인물을 통해 관객은 사적 제재가 나쁜 이유 중 최소 한 가지는 공감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이후 서도철이 해치를 특정 인물로 확정하는 과정에서 명확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는다. 사적 제재를 부정하는 주인공이 사적 제재와 다름 없는 행동을 똑같이 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모순점에 대해 주인공은 어떠한 반성이나 성찰도 없이 넘어가 버린다.
후반부에 이르러서는 너무 많은 것들이 날림으로 마무리가 된다.
지지부진했던 수사는 관객조차 납득시키지 못하는 허술한 단서를 근거로 급하게 진전된다.
서도철의 정의관을 흔들 거라 기대한 해치는 그저 극악무도한 악당이 된다.
서도철의 아들이 해치에 동조하게 되는 과정이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여 그려진다. 관객은 아들이 해치와 관계된 어떠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을 기대하게 되지만, 그런 거 없고 그냥 인질로 잡히는 데 소모된다.
해치는 인질극을 벌이며 서도철에게 선택을 강요한다. 하지만 서도철은 선택을 할 필요가 없다. 그 전에 문제가 해결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결정적인 순간마다 흐지부지 넘기는 것이 반복되니 만들다 만 작품처럼 보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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