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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4가 삼성전자(61,300원 ▼200 -0.33%)의 글로벌 HBM 시장 진입 성공 여부를 판가를 승부처로 떠올랐다.
경쟁사인 SK하이닉스 (172,700원 ▼1,900 -1.09%)가 지난달 먼저 현존 최고 사양인 HBM3E(5세대) 12단을 세계 최초로 양산하면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벤더(공급사) 우선 순위를 또 한번 놓쳤다.
세계 최대 HBM 구매자인 엔비디아는 메인 벤더와 그 외 공급사들에 대한 가격 정책이 차별적인 것으로 유명하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HBM4를 엔비디아에 가장 먼저 공급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과 양산 속도를 올리고 있다. 현재 시장 주류인 HBM3와 HBM3E 8단 제품, 내년도 주류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HBM3E 12단보다도 한발짝 앞선 후속 제품이 현재 삼성전자의 HBM 전략에선 중요성이 가장 높다는 의미다.
HBM '큰 손' 엔비디아의 벤더 정책이 삼성전자의 이같은 전략 배경으로 작용했다. 엔비디아는 첫번째 공급사와 두번째 공급사, 세번째 공급사별 대우를 크게 차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납품 속도가 빠르고 물량이 많은 메인 벤더사에겐 가장 높은 단가를 책정하고 개발 과정에서 자사 제품과의 스펙 협의 부분에서도 편의를 제공한다. 두번째 공급사는 소위 본전을 챙겨주지만, 세번째는 이미 메인 공급사가 만들어놓은 스펙을 맞추기 위해 더 많은 품이 드는데다가 가격 역시 원가 정도만을 책정하고 물량도 소량만 수주한다.
차세대 제품 개발과 양산 속도가 글로벌 HBM 전장의 승패를 결정한다는 얘기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가 올해 상반기 삼성전자 DS(반도체) 부문 경영진과 만나 "HBM3E를 12단 구조로 만드는 것을 성공한다면 메인 벤더 지위를 보장하겠다"고 말한 것 역시 이같은 철저한 벤더사별 차별 정책을 내포한 발언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의 세번째 벤더사는 사실상 본전만 간신히 챙길 정도"라며 "후순위 벤더들에게 억울하면 더 잘하라는 식의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는 곧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각각 1위와 2위 벤더사 자리를 차지한 HBM3E의 경우, 삼성전자가 뒤늦게 공급을 시작해도 실익은 거의 없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삼성전자는 HBM3E 8단과 12단 모두 아직 엔비디아 퀄(품질) 테스트 통과 전이다. 현재로선 사실상 납품 이력을 남기기 위해 퀄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1등을 놓친 HBM3E에 집중하기보다 제로베이스에서 새롭게 벤더사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HBM4에 사활을 건다. HBM 양산 속도전에서 경쟁사에 밀린다면, 애초에 받을 수 있는 수주 물량이 줄어들어 삼성전자의 강점으로 꼽히는 월등한 캐파(CAPA, 생산능력)도 무의미해진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누가 (엔비디아 공급사로) 1등으로 들어가느냐가 매우 중요하다"며 "HBM3E를 공급하는 것과 HBM4를 공급하는 것이 완전 별개의 이슈인 셈"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