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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44년 전, 아니 44년째 고통" 5·18 성폭력 증언에 모두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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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1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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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urid



같은 스카프를 목에 두르고 국회에 모인 여성들. 이들은 "광주, 전주, 목포 등 지역에서 새벽 첫차를 타고 왔다"고 했다. 국민들 앞에서 하고 싶은 말을 적은 종이를 여러 번 읽어보기도 하고, "너무 떨린다"고 말하는 옆 사람의 어깨를 서로서로 쓰다듬기도 했다. '5·18 성폭력 피해자 증언대회'를 앞둔 30일 오전 국회에서의 모습이다.

5·18민주화운동 당시 성폭력을 당한 피해자들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국회도서관 대강당을 찾아 처음으로 집단 증언에 나섰다. 국가를 향해서는 '책임 있는 조치'를, 국회를 향해서는 '피해 회복을 위한 입법'을 요구했다.

얼굴과 이름을 공개한 채 증언에 나선 피해자들은 당시 겪은 피해를 소상히 설명하면서 "44년 전 고통이 아니라 44년째 계속되는 고통"이라고 강조했다. 증언을 듣기 위해 모인 260여 명의 참석자들은 눈물과 박수로 답했다.


이날 증언대회는 5·18 계엄군 등에 의한 성폭력 피해 증언자 모임 '열매'가 주관했고, 국회의원 29명이 공동주최했다. 열매 간사를 맡는 윤경회 간사는 "5·18 성폭력은 (정부 차원에서 조사한) 최초의 국가 폭력 인정 사건이고 오늘 이 자리는 그다음을 준비하기 위한 자리"라며 "조사위는 40여 년 전 피해를 본 분들의 치유와 명예 회복, 그리고 배·보상을 위해서 국가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권고사항을 내놓았고, 이를 종합보고서에 담아 대통령실과 국회에 보고했다. 하지만 (보고한 뒤) 3개월이 지났는데도 아무런 변화가 없어 국회에 역할을 요구하고자 한다"라고 설명했다.

이날 현장엔 더불어민주당 의원, 조국혁신당 의원, 진보당 의원이 참석했다. 이들이 무대에 오른 뒤 피해자 13명이 박수와 환호를 받으며 무대로 향했다. 피해자들은 스카프를, 국회의원들은 장미 꽃다발을 서로에게 선물했다.

이날 증언대회는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한 교수는 "피해자들이 고통과 트라우마에 그치지 않고 이를 증언하는 용기를 보여주고, 또 그 용기에 우리가 응답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무대에 놓인 의자에 열매의 대표를 맡고 있는 김복희씨와 최미자·김선옥·최경숙씨가 나란히 앉았다. 김복희씨는 18세였던 1980년 5월 27일 도청에서 연행된 이후 상무대에서 수사관에게 당한 성고문과 화장실에서 군인에게 당한 성폭행, 광산경찰서에서 당한 성적 모욕과 학대를 증언했다.

김씨는 "그해 5월 22일 교제를 하던 남자 친구가 (계엄군의 총에 맞아) 사망한 이후 정신이 반 정도 나가 전남도청으로 향했다"라며 "(5·18 마지막 날인 5월 27일 전남도청에서) 계엄군에게 머리를 맞으며 끌려 나왔고 '빨갱이' 소리도 들었다"고 회상했다.

특히 "군홧발과 곤봉으로 맞으면서 상무대로 연행됐는데 조사를 받는 중 상의를 올리고 바지를 내려야 했다"며 "너무나 수치스러워 울면서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했는데, 저를 화장실까지 인솔한 병사가 제 입을 막으면서 그곳에서 성폭행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실 지금도 마음이 몹시 아프고 (피해 사실을) 세상에 드러내는 것이 너무나 두렵지만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며 "또 어딘가에서 지금도 5·18 성폭력 피해를 드러내지 못하고 계신 분들이 계실 수도 있다. 이런 분들의 고통을 이제는 국가가 보듬어줘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최미자씨는 "5·18 역사 왜곡, 성폭력 피해자 비난 등 2차 피해는 현재까지 지속 중"이라며 "5·18 성폭력은 '피해자만 아는 사실'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아는 사실'이 되어야 하기에 큰맘 먹고 증언대회에 나왔다"고 덧붙였다.

이날 무대에 올라 증언하지는 않았지만 증언서를 준비해 온 피해자 가족은 "국가가 국민을 짓밟고 성폭행까지 저지르는 비정상적인 행위, 비극적 피해를 증언하고자 우리는 국회에 모였다"며 "국민 여러분과 국회의원분들께 알리고 외친다. 피해자의 남은 삶은 어루만지는 것이 참된 역할이고 피해자의 명예 회복과 배·보상을 통한 아픔을 덜어주는 것이 본질"이라고 전했다.


열매의 법률 지원을 맡은 하주희 변호사(법무법인 율립)는 국회의원들을 향해 "오늘 증언이 열매를 맺을 수 있도록 입법을 통해 해결해달라"고 요청했다. 하 변호사는 "그간의 과거사 사건을 보면 피해자들이 소송하는 방식으로 피해를 일일이 해결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일인가"라고 물으며 "이를 국회의원 여러분이 입법적으로 해결해 주면 좋겠다. 증언이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이들의 피해를 온전히 위자(慰藉)해야 한다. 5·18 보상법을 개정하는 것이 가장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피해자들이 증언의 동력으로 언급한 서지현 전 검사는 "일본군 위안부 성폭력, 5·18 성폭력, 그리고 지금의 딥페이크 성폭력 등 여성들에 대한 성적 착취는 그 형태만 바뀌었을 뿐 언제나 계속되어 왔다"며 "국가의 역할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용기를 낸 피해자들에게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 있는 조처를 하고 아직 밝혀지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진상을 밝혀내고, 재발 방지 조치를 마련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너무나 오랫동안 제대로 된 국가의 역할을 하지 않은 대한민국에 요청한다. 이제까지 우리는 서로의 용기였다"며 "이제 국가가 우리의 용기가 되어달라. 44년이라는 시간을 버텨내고 이 자리에 선 피해자들의 용기에 응답하라"고 강조했다.




박수림

남소연



전문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447514?sid=102


https://omn.kr/2adg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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