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인점포가 늘어나면서 소액 도난 사고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 이를 발견한 점주가 물건값을 수십배로 배상하라고 요구하면서 갈등도 커졌다. 현장 경찰들은 일부 점주들로부터 무인점포 순찰 업무와 도난 배상액 중재까지 과도한 요구를 받고 있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서울 강북구에 사는 초등학생 A군(10)은 지난달 학원을 마친 후 인근 무인점포에 들렀다. A군은 부모 카드로 5000원을 결제하면서 2000원짜리 과자 한 봉지 계산을 빠뜨렸다. 다음날 다시 매장을 찾은 A군에게 점주는 “어제 2000원짜리 물건을 훔쳤으니 20만원을 배상하라”며 CCTV를 내보였다. A군은 실수였다고 해명했지만 점주는 “엄연한 절도이니 배상액을 내야 한다”고 다그쳤다.
A군의 부모는 “실수라도 잘못은 맞지만 무려 100배에 달하는 금액을 배상하라는 건 과도하다”고 항의했다. 하지만 점주는 “배상하지 않으면 학교에 알리고, 경찰에도 절도죄로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학부모는 점주와 언쟁을 벌이다 결국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은 배상액이 과도하다며 조정을 시도했고, 결국 A군은 물건값의 10배인 2만원을 물어주게 됐다.
당시 출동했던 경찰은 29일 “해당 점포는 같은 사건으로 몇 번이나 신고가 들어왔던 곳”이라며 “이전에는 한 여중생에게 5000원을 계산하지 않았으니 70만원을 배상하라고 요구해 결국 5만원을 내는 것으로 중재했다”고 말했다.
경찰에 따르면 무인점포 절도 범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21년 3월부터 그해 12월 전국에서 발생한 관련 범죄는 3514건이었다. 2022년엔 6018건으로 늘었다. 지난해는 이보다 배 이상 증가한 1만847건의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무인점포가 늘어난 여파다.
경찰 관계자는 “무인점포 신고를 받고 출동하면 대부분이 절도 사건이나 고객이 계산하지 않은 물건에 대한 합의금으로 갈등이 생긴 상황”이라며 “최대 10배 정도로 배상을 제안해 합의를 본다”고 말했다.
점주들은 실제 절도가 자주 일어나는 만큼 경찰이 더 신경써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북구의 한 무인매장 업주는 “대부분의 점주는 CCTV로 매장을 수시로 살피고, 방범 업체도 고용하고 있지만 실제 범죄가 발생했을 땐 처벌을 위해 경찰을 부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업주의 지속적인 신고나 요구에 골머리를 앓는 경우도 있다. 다른 경찰관은 “무인점포 업주가 같은 건을 가지고 수십 번 신고할 경우 업주에게도 협박죄 등이 적용될 수 있다고 주의를 준다”며 “일부 점주는 본인 매장 근처를 중심으로 순찰을 돌아달라는 민원도 넣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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