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리얼리티, 절대 티 나지 않습니다.”
짝퉁을 소개할 때 쓰이는 상습적인 표현이지만, 이 제품은 조금 의아하다. “캐리어(짐가방) 새로 샀는데 허전하신가요? 허전해서 여행 초보 같아 보이세요? 당신의 캐리어를 더욱 가치 있게, 럭셔리하게.” 그렇다. 공항에서 짐 부칠 때 항공사 직원이 캐리어에 붙여주는 ‘수하물 스티커’를 파는 온라인 상점이 등장한 것이다. 물론 가짜. 과시욕을 노린 틈새 상품답게 대부분 ‘인천~파리’ 같은 장거리 노선이 인쇄돼 있다. “아시아나항공 등 국적사의 다양한 디자인, 뉴욕·로스앤젤레스·두바이 등 유명 도시 표기, 항공사 코드까지 신경 썼습니다.”
해외여행은 돈과 시간이 많이 드는 행위다. 길이 5㎝ 남짓한 이 작은 스티커 쪼가리가 캐리어에 수십 장 붙어있다는 건 ‘나 돈깨나 있다’는 소리 없는 아우성인 셈이다. 가짜 수하물 스티커에는 좌석 등급(비즈니스)이나 특별 회원(GOLD) 여부 등이 함께 표기돼 허세를 부풀린다. “캐리어 소유자의 품격까지 생각했다”는 슬픈 호객. 가격은 스티커 30여 장에 1만원 수준이다. 단돈 1만원으로 대략 1억원어치 항공료를 쓴 부자 행세가 가능한 것이다. 한 구매자는 “스티커를 붙이니 나름 여행도 많이 다녀온 것 같고 더 패셔너블한 느낌”이라는 후기를 남겼다.
가짜 수하물 스티커는 의미 없는 그림일 뿐이지만 ‘진짜’ 캐리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특히 소규모 공항에서 오배송 확률이 커진다고 한다.
이슈 허세인가 패션인가… ‘가짜 수하물 스티커’ 붙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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