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팁/유용/추천 (구 1박2일 신입 PD)유호진 PD가 생각하는 사랑이란
4,901 32
2024.09.28 22:27
4,901 32

출처 : 여성시대 (탈코의 아름다움)

본문 출처 유호진PD 페이스북

봄이기도 하고
사랑의 깊이가 보이는 글이라서
몇 년이나 지나서 읽음에도
마음에 울림을 줘서 들고 옴















연애를 시작하면 한 여자의 취향과 지식, 그리고 많은 것이 함께 온다.
그녀가 좋아하는 식당과 먹어본 적 없는 이국적인 요리. 처음듣는 유럽의 어느 여가수나 선댄스의 영화. 그런걸 나는 알게된다. 그녀는 달리기거리를 재 주는 새로 나온 앱이나 히키코모리 고교생에 관한 만화책을 알려주기도 한다.

그녀는 화분을 기를지도 모르고, 간단한 요리를 뚝딱 만들어 먹는 재능이 있을지도 모른다. 아주 많은 나라를 여행해 보았거나 혹은 그녀의 아버지 때문에 의외로 송어를 낚는 법을 알고 있을수도 있다. 대학때 롯데리아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했었던 까닭에 프렌치후라이를 어떻게 튀기는지 알고 있을수도 있다, 그녀는 가족이 있다. 그녀의 직장에, 학교에는 내가 모르는 동료와 친구들이 있다. 나라면 만날 수 없었을, 혹은 애초 서로 관심이 없었을 사람들. 나는 그들의 근황과 인상, 이상한 점을 건너서 전해듣거나, 이따금은 어색하나마 유쾌한 식사자리에서 만나게 되기도 한다. 나는 또 다른 종류의 사람들을 엿보게 된다.
그녀는 아픈 데가 있을수도 있다. 재정적으로 문제가 있을수도 있다. 특정한 부분에 콤플렉스가 있을수도 있다.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부모님과 갈등을 겪고 있을수도 있다. 그건 내가 잘 모르는 형태의 고통이다. 그러나 그건 분명 심각한 방식으로 사람을 위협한다.

그녀의 믿음 속에서 삶이란 그냥 잠시 지속되었다가 사라지는 반딧불의 빛 같은 것일 수도, 혹은 신의 시험이자 선물일 수도 있다. 혹은 그런 고민을 할 여유가 없는 것이 삶 자체라고, 그녀는 피로에 지쳐 있을 수도 있다.
요컨대 한 여자는 한 남자에게 세상의 새로운 절반을 가져온다. 한 사람의 인간은 어쩔 수 없이 편협하기 때문에 세상의 아주 일부분 밖에는 볼 수 없다. 인간은 두 가지 종교적 신념을 동시에 믿거나, 일곱 가지 장르의 음악에 동시에 매혹될 수 없는 것이다.

친구와 동료도 세상의 다른 조각들을 건네주지만, 연인과 배우자가 가져오는건 온전한 세계의 반쪽. 에 가깝다. 그건 너무 커다랗고 완결되어 있어서 완전하게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그녀가 가져오는 세상때문에 나는 조금 더 다양하고 조금 덜 편협한 인간이 된다.






실연은 그래서 그 세상 하나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연인이 사라진 마음의 풍경은 그래서 을씨년스럽지만 그래도 그 밀물이 남기고 거대한 빈공간에는 조개껍질 같은 흔적들이 남는다. 나는 혼자 그 식당을 다시 찾아가보기도 하고, 선댄스의 감독이 마침내 헐리웃에서
장편을 발표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기도 한다. 그런 것을 이따금 발견하고 주워 들여다보는 것은 다분히 실없지만, 아름다운 짓이기도 하다.
한편으로, 그러한 실연이 없는 관계- 결혼 생활이 시작된다면 그 모든 절반의 세계는 점차 단단히 나의 세계로 스며들기 시작할 것이다. 그건 굉장히 이상하고 기묘한 일일 거라고 생각한다. 그 세계의 리스트에는 그녀가 가져온 좋은 것과 문제점 모두가 포함된다. 그건 혜택과 책임으로 복잡하게 얽힌 대차대조표라서 어차피 득실을 따지기가 어렵다.
세월이 감에 따라 그녀가 최초에 나에게 가져왔던 섬세한 풍경들의 윤곽, 디테일한 소품들은 생활이라는 것에 차차 -혹독히 침식되겠지만, 그 기본적인 구성이 변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들은 여전히 나와 몹시 다르고, 다양해서 이따금 경이로울 것이다.



한 사람이 오는건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오는 것,이라는 말을 웬 광고판에서 본 적이 있다. 왜 아침에 그 문구가 생각났을까. 아무튼 사람을, 연인을 곁에 두기로 하는 것은 그래서, 무척이나 거대한 결심이다.




목록 스크랩 (16)
댓글 32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야구의 재미는 끝이 없다! 이종범-정민철-박재홍-이대호 티빙 오리지널 <퍼펙트 리그 2024> 티빙 이용권 증정 이벤트 145 11.11 79,745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619,969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421,913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5,613,528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6,989,104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4 21.08.23 5,249,538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4,230,681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54 20.05.17 4,809,402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2 20.04.30 5,278,518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0,026,859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53901 이슈 저속노화 교수님이 쇼닥터가 아닌 이유 22:05 30
2553900 이슈 KGMA 베스트 아티스트 최종 투표결과 순위.. 22:05 46
2553899 유머 하품하는 루이바오 🐼🥱 (귀여움 주의) 22:05 52
2553898 이슈 엔시티 드림 X 샤이니 민호 뽀갈(?) 챌린지 #WhenImWithYou 22:05 40
2553897 기사/뉴스 김준수는 왜 4년 간 8억을 뜯겼나…'알라딘' 직격탄→방송국도 집중 취재 [종합] 3 22:04 203
2553896 이슈 오컬트 영화 <사흘> 왓챠 점수 근황 3 22:04 211
2553895 이슈 13년 전 오늘 발매♬ AAA 'Charge & Go!/Lights' 22:03 14
2553894 이슈 “내가 이래서 회의 안 들어가” 집단적 독백이 난무하는 NCT DREAM의 하루💬 | 아이돌 인간극장 1 22:02 46
2553893 정보 규현(KYUHYUN) The 1st Album [COLORS] ‘어느 봄날 (Prologue & One Spring Day)’ Track Video 5 22:02 57
2553892 이슈 국내 팬싸인회에서 한국인이 0명인 날이 와버림.twt 18 22:01 1,161
2553891 이슈 오늘자 배우 백현진 인스타 (feat.광화문 집회) 1 22:01 955
2553890 유머 후이바오는 뜽희임오가 좋아요🐼🩷 5 22:00 645
2553889 이슈 뉴진스 KGMA 그랜드아티스트 대상 수상소감 29 22:00 1,172
2553888 정보 🐼영화 『안녕, 할부지』 일일 관객수 추이 (~11/15)🐼 2 22:00 125
2553887 유머 오늘자 럽라 콘서트의 미친 무대 22:00 242
2553886 이슈 KGMA 그랜드 아티스트 뉴진스 다니엘 수상소감 15 22:00 744
2553885 이슈 방금 끝난 베이비몬스터 팬싸인회 2 21:58 473
2553884 이슈 [bl] 벨드 키스씬에서 삭제되었던 대사 메이킹으로 알게 됨 7 21:57 1,200
2553883 유머 요즘 근로 돈 많이 들어와서 오버나이트 씀 46 21:57 3,628
2553882 유머 원영이 이목구비가 내 미래보다 뚜렷해.jpg 6 21:56 78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