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오명언 기자 = 27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경성크리처' 시즌2는 기대보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작품이다.
넷플릭스가 제작비 700억원을 쏟아부은 회심의 대작이었지만, 시즌1 공개 이후 기대가 컸던 탓인지 시청자들의 평가는 인색한 편이었다. 시각적인 볼거리는 화려하지만, 이야기의 밀도가 떨어지고 장르가 가늠이 안 된다는 등의 반응이 나왔다.
시즌2는 편집 마무리 단계에서 과감하게 재편집을 선택했다.
큰 틀은 비슷하지만, 언론에 미리 공개된 시즌2 1∼3화는 앞선 시즌의 단점을 어느 정도 보완한 듯 보인다. 속도감 있는 전개로 로맨스, 액션, 크리처물의 장르적 재미를 훨씬 충실하게 살려낸다.
시즌2는 2024년 서울을 배경으로 한다. 인간도 괴물도 아닌 존재로 늙지도, 죽지도 못하고 1945년부터 홀로 세월의 무게를 버텨온 윤채옥(한소희 분)이 사랑했던 남자 장태상과 모든 것이 닮은 장호재(박서준)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윤채옥은 경성에서와 마찬가지로 '은제비'라는 이름으로 실종자를 찾아주는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며칠째 연락이 끊겼다는 아들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받고 마지막 행선지를 추적해서 한 모텔로 찾아가는데, 방 안에는 한쪽 눈알과 뇌가 사라진 싸늘한 주검만이 남아있다.
인간의 짓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는 자상을 남긴 살인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 종로구 일대를 중심으로 비슷한 시체가 연달아 발견되자 경찰은 이를 연쇄살인 사건으로 규정하고 조사에 착수한다.
우연한 계기로 살인 현장에서 함께 목격된 윤채옥과 장호재는 용의자로서의 혐의를 벗기 위해 진범을 추적해 나선다.
돌고 돌아 수십 년 만에 서로를 다시 만난 두 남녀주인공의 로맨스는 앞선 시즌에서보다 자연스럽게 느껴진다.
미녀들의 구애에도 끄떡하지 않더니 윤채옥에게 첫눈에 반해 목숨을 거는 장태상(박서준)보다, 80여년의 세월 동안 한 여자에 대한 마음을 간직해온 장호재가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와닿는다.
크리처물의 장르적 특징도 도드라진다. 시즌 1보다 괴물의 개수도 많아졌고, 종류도 다양하다.
모성애를 간직하고 있던 지난 시즌의 괴물과 달리 이번 시즌에 등장하는 괴물들은 무자비하고 집요하다. 초인적인 힘을 얻게 된 윤채옥은 백여명의 비밀 정예 요원인 쿠로코들도 거뜬히 상대해내는데, 괴물들을 때려 부수는 쾌감이 오락적 재미를 살린다.
이전 시즌에 비해 액션의 스케일도 크고, 강도도 높지만, 개연성을 포기한 듯한 장면도 더러 있어 아쉬움을 남긴다.
장호재는 교통사고로 전복된 차에서 멀쩡하게 걸어 나와 도망치는 윤채옥을 쫓아가고, 초인적인 힘을 가진 쿠로쿠들은 주인공을 구하러 온 조력자가 차로 한 번 들이받자 저항 없이 쓰러진다.
시리즈를 연출한 정동윤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크리처(괴수)를 통해 과거와 현재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며 "79년 동안 많은 게 발전했지만, 여전히 개인적 이익을 취해 끔찍한 짓을 벌이는 사람들이 여전히 그 자리에 있다는 것을 꼭 얘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2024년의 전승제약은 1945년 일제 군부의 생체 실험이 이뤄지던 옹성병원을 연상하지만, 극 중반부까지 전승제약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베일에 싸여있다.
전승제약과 옹성병원은 어떤 연결고리가 있고, 이들이 생체 실험을 진행하는 이유는 무엇이며, 쿠로쿠는 왜 만들어졌는지 등에 대한 내용이 어떻게 펼쳐질지 관심을 끈다.
'경성크리처' 시즌2는 총 7부작으로 만들어졌으며, 이날 전편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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