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부터 아이유·임영웅까지, 상식이 통하는 역조공 문화의 진화
[엔터미디어=정석희의 TV 돋보기] 지난번 MBC <전지적 참견 시점>에 배우 윤종훈이 팬들을 위해 선물을 고르는 장면이 나왔다. 일명 ‘역조공’ 문화가 있다고 듣기는 했어도 방송에서 접한 건 처음이다. 그리고 이번 주 유튜브 채널 <살롱드립2> ‘배우 이준호 편’을 보며 또 한 차례 놀랐다. 2013년 KBS <뮤직 뱅크> 때 공개 방송 응원을 온 팬들이 밥을 굶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이준호. 회사 측에 ‘팬들 밥 좀 사주면 안 되느냐’ 했더니 ‘누구 돈으로 사주느냐’고 묻더란다. 그래서 사비로 팬들의 밥값을 기꺼이 지불했고 나중에 다른 2PM 멤버들도 동참했다나.
흔히 연예인들이 ‘팬 여러분의 성원에 보답하고자...’ 사탕발림 소리들은 잘 하지만 실제로 팬들이 고생하는 게 안타까워서, 고마워서 밥값을 냈다? 아마 2013년 그 즈음에는 보기 드문 일이었을 게다.
지금은 팬들의 정성에 보답하는 속 깊은 스타들이 꽤 있다고 들었다. KBS <살림하는 남자들 2>에 가수 박서진이 팬 카페 ‘닻별’ 체육대회 때 2,200명의 팬들을 위해서 간식차를 부르는 장면이 나오지 않았나. 2,200명분이면 도대체 얼마인가? 그런가하면 지난 24일 <동네스타K>에 출연한 그룹 엑소 멤버 백현. 지난 9월 ‘Pineapple Slice’로 솔로 활동을 시작하면서 응원을 온 팬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자 밥에 다과에 거기에 교통비까지 드렸단다. 티머니에 지불한 돈만 4,650만원이라고.
이른바 ‘역조공’ 문화의 선두에는 양대 산맥 아이유와 임영웅이 있다. 아이유가 얼마 전 콘서트를 앞두고 월드컵 경기장 주변 주민들에게 종량제 봉투를 선물했다는데 그에 앞서 지난 5월 임영웅이 공연 연습장 주변 주민들에게 참외 상자를 전하며 양해를 구해 화제가 됐다.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아기가 있다거나 입시를 앞둔 학생이 있다거나 환자가 있다거나 하면 콘서트 소음이 얼마나 괴롭겠나. 그래도 이런 식으로 양해를 구하면 한결 마음이 누그러들 밖에. 고마워할 줄 알고 미안해 할 줄 알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 되어가서 다행이다. 하지만 역조공 문화도 과열되면 곤란하지 않을까? 또 다른 병폐가 될 수도 있으니까.
한때는 ‘연예인 DC 안 되느냐?’ 당당히 묻는 장면을 예능에서 심심치 않게 봤다. 연예인이 무에 그리 대단한 벼슬이라고 할인을 요구하는지. 그래도 요즘은 눈치들이 생겼는지 그런 터무니없는 모습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 카메라 안과 밖이 다른 두 얼굴의 싸가지들도 워낙 많은 터라 어쩌면 제작진들이 눈치가 생겨서 아예 편집을 해버리는지도. 뿐만 아니라 시장에 가서 물건값 깎고 덤 달라고 턱없이 조르는 장면 또한 보기 어려워졌다.
뉴스를 보면 세상 돌아가는 게 가관이지만, 이처럼 바람직한 방향으로 개선이 되는 부분도 있어 반갑다. 어쨌거나 올바른 팬 문화는 올바른 품성의 스타가 존재해야 비로소 가능하다. 누구 좋아하실 때 제발 인성을 보고, 사람 됨됨이를 보고 좋아하시길. 지켜보다 아니다 싶으면 바로 마음에서 끊어내시길.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면서 보낸 풋풋한 시간이 부끄러움으로 남지 않도록.
https://youtu.be/ShjZ3K6gCB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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