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질 관광은 그만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인근에서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이드를 따라 이동하고 있다. 백동현 기자
최근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이 크게 늘어났지만 서울은 물론, 대한민국 이미지까지 실추시키는 중국·동남아 발(發) 저질 ‘덤핑 관광’ 문제가 여전하다는 서울시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 단체 여행 과정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까지 쇼핑센터에 사실상 감금하는 등 과도한 쇼핑 강요로 관광객들을 심리적·물리적으로 압박하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공식 여행 일정을 취소하는 등 도를 넘은 여행사 측의 횡포가 서울시의 잠입 체험으로 드러났다.
서울시는 서울 이미지를 실추시키는 저품질 덤핑관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중국과 베트남에서 판매 중인 서울행 저가 패키지 상품을 대상으로 품질 점검을 했다고 27일 밝혔다. 점검에는 현지 외국인으로 구성된 요원이 투입됐다. 2인 1조로 구성된 점검 요원은 4박5일 등 단기 저가 패키지 상품 7개(중국 3개·베트남 4개)를 직접 구매해 관광객으로 위장, 출국부터 귀국까지 모든 일정을 동행하며 숙소·선택 관광 등 여행 전반에 대한 점검표를 작성했다.
요원들은 이들 패키지 상품 일정 대부분이 관광보다는 단체 쇼핑에 집중돼 서울의 역사와 문화를 여유롭게 즐길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또 쇼핑센터 방문은 4∼8회에 달했다. 방문한 쇼핑센터는 주로 건강기능식품, 화장품점 등이었는데 상품의 원산지나 제조일이 명확히 표시되어 있지 않아 신뢰도가 떨어졌다는 지적도 나왔다.
쇼핑 실적에 따라 관광객을 대하는 가이드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졌으며 버스 이동 과정에서부터 물건 구매를 지속적으로 권유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전했다. 한 일정에서는 가이드가 관광객들이 물건을 살 때까지 40여 분간 쇼핑센터 퇴장을 제지했으며 관광객 한 명이 물건을 구매하자 비로소 쇼핑센터 문을 열어주며 다음 일정으로 출발하기도 했다.
관광지 체류시간은 훑어보는 수준으로 매우 짧았다. 비가 온다는 이유로 서울숲 관광이 취소됐지만 대안을 제시하지 않고 호텔에서 자유시간을 보내도록 하는 등 날씨와 동선 등의 이유로 관광 대부분이 일정표대로 진행되지도 않았다. 예고 없이 일정을 취소하자 관광객과 가이드 간 언쟁이 오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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