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지났는데도 더위는 가실 줄을 모른다. 더위 때문인지, 가족들이 모인 자리에서 올해는 야구 다음으로 가장 많이 나왔던 이야기가 '기후위기'였다.
채식 이야기, 공장식 축산 이야기 조금, 그리고 올해부터 가족 모임에 나타난 이제 7개월 된 아기의 미래까지... 이야기가 여기까지 흐르자 가족들은 기후위기에 대해서 말하기를 그만두고 기아의 야구 경기에 집중했다. 전쟁과 무기거래의 얘기는 꺼내보지도 못한 채.
충격적인 군사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
기후변화는 폭력적인 분쟁과 전쟁의 증가, 무기 거래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기후가 변하기 때문에 더욱 희소해질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것이다. 이는 이주와 국내, 국가 간의 긴장으로 이어진다.
다른 한편으로, 전쟁과 분쟁은 화석연료로 치러지기 때문에 막대한 양의 탄소 배출을 유발한다. 2022년 지구적 책임을 위한 과학자(SGR)와 분쟁과 환경 관측소(CEOBS)의 연구에 따르면, 군사 분야의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하나의 국가로 본다면 중국, 미국, 인도 다음 세계 4위의 배출량에 해당하며, 민간 해운(3%)과 민간 항공(2%)을 합친 것보다 크다.
기후변화와 전쟁에 관한 얘기로 출발했지만 이 배출량 추정치에는 전쟁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즉 벙커 연료, 작전구역 내 건설, 작전구역 내 폐기물, 의료 후송, 산불,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피해, 전쟁 폐기물, 재건, 토양 황폐화, 토지 용도변경, 환경 복원, 의료 서비스, 주민 강제 이주 등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 전 세계 군사 부문이 소비하는 화석연료의 양은 훨씬 더 막대하며 지구 온난화에 대한 책임 역시 더욱 크다.
전쟁은 엄청난 불의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외에도 생물 다양성을 파괴한다. 여기에는 지하수 공급과 대기를 오염시키는 산업 시설에 대한 공격, 곡물 저장고, 야생동물 보호구역 및 기타 중요한 생태계를 고의적으로 폭격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예멘, 아프가니스탄, 수단, 에리트레아,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등의 국가는 전쟁이 계속되면서 활기찬 문화를 회복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호하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물론 군 배출량을 보고하는 정부도 있는데 대부분 부분적인 수치만을 보고한다. 예를 들어 군용 항공기의 수치는 '항공' 카테고리에, 군사 기술 산업은 '산업' 카테고리에, 군사 기지는 '공공 건물' 카테고리 아래에 숨겨져 있다. 따라서 SRG나 CEOBS의 연구자들이 군사분야의 책임을 묻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지만 실제 영향을 정확히 알기는 매우 어렵다.
한국의 경우는 쓸 이야기조차 없다. 아예 집계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비판이 계속되니 2020년 '군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및 탄소중립 정책 추진방안'이라는 연구용역을 실시했는데 용역보고서 자체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보고서에 실린 2020년 군 배출량 추정치만 공개했는데 약 388만톤CO2eq으로 같은 해 '공공부문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대상인 전국 783개 기관의 전체 배출량인 370만톤CO2eq 보다 높은 수치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무기가 거래되지 않으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무기 거래는 대중의 눈을 피해 보통 밀실에서 진행되지만 매년 아주 대놓고 무기를 사고파는 시장이 열리기도 한다. 공군의 ADEX, 육군의 KADEX와 DX KOREA, 해군의 MADEX, 경찰의 치안산업박람회 등이 그것이다.
올해는 육군의 KADEX와 DX KOREA가 일주일 간격으로 충남 계룡대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다. 무기박람회는 단순히 무기 전시장이나 체험장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수주계약이 이뤄지는 시장이다. 이 박람회에서 무기 회사들은 전 세계 바이어들에게 무기와 장비를 전시한다. 한국 정부는 잠재적 구매자가 될 나라의 방산 관련 고위인사들을 소위 VIP로 초청하는데 이중 일부는 현재 전쟁이나 분쟁 중이거나 자국민을 상대로 인권 유린을 자행하는 정권의 사람들이다.
무기박람회에 구경 가면 삶과 환경을 파괴하는 전쟁과 분쟁이 여기서 시작되는구나를 잘 알 수 있다. 게다가 이 시장은 기업, 정부, 싱크탱크 및 연구자들이 전략, 파트너십 및 기술에 대해 소통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국가 후원 행사이기도 하다. 즉 우리의 세금이 쓰인다는 얘기다. 디클래시파이드 UK(Declassified UK)의 무기거래 연구자인 안나 스타브리아나키스(Anna Stavrianakis)는 '무기 생산 비용은 사회화되어 있지만 이익은 사유화되어 있다'고 말한다.
물론 군사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은 무기 거래와 군사비 지출이 가져오는 광범위한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실제로 무기회사들은 친환경 무기의 개발로 친환경 전쟁을 치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가능하지 않은 시나리오인데 이미 개발되어 상용화된 무기들의 대부분이 화석연료로 움직이게 설계되어있고 수명주기 자체가 수십 년으로 매우 길기 때문이다. 게다가 친환경이라면 살인무기가 갑자기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현재 우리 세금이 가장 긴급히 유용하게 쓰일 곳 중의 하나는 기후재정이다. 기후 변화에 따른 손실과 피해를 완화하고 장기적 전망을 세우기 위해 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군사부분에 지출되는 돈은 이렇듯 당면한 위협에 적응하고 해결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올해 한국의 소위 '국방' 예산은 약 59.4조 원인데 기후예산은 약 13.8조 원이다.
채식 이야기, 공장식 축산 이야기 조금, 그리고 올해부터 가족 모임에 나타난 이제 7개월 된 아기의 미래까지... 이야기가 여기까지 흐르자 가족들은 기후위기에 대해서 말하기를 그만두고 기아의 야구 경기에 집중했다. 전쟁과 무기거래의 얘기는 꺼내보지도 못한 채.
충격적인 군사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
기후변화는 폭력적인 분쟁과 전쟁의 증가, 무기 거래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기후가 변하기 때문에 더욱 희소해질 자원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는 것이다. 이는 이주와 국내, 국가 간의 긴장으로 이어진다.
다른 한편으로, 전쟁과 분쟁은 화석연료로 치러지기 때문에 막대한 양의 탄소 배출을 유발한다. 2022년 지구적 책임을 위한 과학자(SGR)와 분쟁과 환경 관측소(CEOBS)의 연구에 따르면, 군사 분야의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5%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하나의 국가로 본다면 중국, 미국, 인도 다음 세계 4위의 배출량에 해당하며, 민간 해운(3%)과 민간 항공(2%)을 합친 것보다 크다.
기후변화와 전쟁에 관한 얘기로 출발했지만 이 배출량 추정치에는 전쟁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 즉 벙커 연료, 작전구역 내 건설, 작전구역 내 폐기물, 의료 후송, 산불,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피해, 전쟁 폐기물, 재건, 토양 황폐화, 토지 용도변경, 환경 복원, 의료 서비스, 주민 강제 이주 등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실제 전 세계 군사 부문이 소비하는 화석연료의 양은 훨씬 더 막대하며 지구 온난화에 대한 책임 역시 더욱 크다.
전쟁은 엄청난 불의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 외에도 생물 다양성을 파괴한다. 여기에는 지하수 공급과 대기를 오염시키는 산업 시설에 대한 공격, 곡물 저장고, 야생동물 보호구역 및 기타 중요한 생태계를 고의적으로 폭격하는 행위가 포함된다. 예멘, 아프가니스탄, 수단, 에리트레아,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 등의 국가는 전쟁이 계속되면서 활기찬 문화를 회복하고 아름다운 자연을 보호하고 유지할 수 있는 능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물론 군 배출량을 보고하는 정부도 있는데 대부분 부분적인 수치만을 보고한다. 예를 들어 군용 항공기의 수치는 '항공' 카테고리에, 군사 기술 산업은 '산업' 카테고리에, 군사 기지는 '공공 건물' 카테고리 아래에 숨겨져 있다. 따라서 SRG나 CEOBS의 연구자들이 군사분야의 책임을 묻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지만 실제 영향을 정확히 알기는 매우 어렵다.
한국의 경우는 쓸 이야기조차 없다. 아예 집계를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비판이 계속되니 2020년 '군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및 탄소중립 정책 추진방안'이라는 연구용역을 실시했는데 용역보고서 자체는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보고서에 실린 2020년 군 배출량 추정치만 공개했는데 약 388만톤CO2eq으로 같은 해 '공공부문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 대상인 전국 783개 기관의 전체 배출량인 370만톤CO2eq 보다 높은 수치인 것으로 확인되었다.
무기가 거래되지 않으면 전쟁은 일어나지 않는다
무기 거래는 대중의 눈을 피해 보통 밀실에서 진행되지만 매년 아주 대놓고 무기를 사고파는 시장이 열리기도 한다. 공군의 ADEX, 육군의 KADEX와 DX KOREA, 해군의 MADEX, 경찰의 치안산업박람회 등이 그것이다.
올해는 육군의 KADEX와 DX KOREA가 일주일 간격으로 충남 계룡대와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다. 무기박람회는 단순히 무기 전시장이나 체험장일 뿐만 아니라 실제로 수주계약이 이뤄지는 시장이다. 이 박람회에서 무기 회사들은 전 세계 바이어들에게 무기와 장비를 전시한다. 한국 정부는 잠재적 구매자가 될 나라의 방산 관련 고위인사들을 소위 VIP로 초청하는데 이중 일부는 현재 전쟁이나 분쟁 중이거나 자국민을 상대로 인권 유린을 자행하는 정권의 사람들이다.
무기박람회에 구경 가면 삶과 환경을 파괴하는 전쟁과 분쟁이 여기서 시작되는구나를 잘 알 수 있다. 게다가 이 시장은 기업, 정부, 싱크탱크 및 연구자들이 전략, 파트너십 및 기술에 대해 소통할 수 있도록 장려하는 국가 후원 행사이기도 하다. 즉 우리의 세금이 쓰인다는 얘기다. 디클래시파이드 UK(Declassified UK)의 무기거래 연구자인 안나 스타브리아나키스(Anna Stavrianakis)는 '무기 생산 비용은 사회화되어 있지만 이익은 사유화되어 있다'고 말한다.
물론 군사분야의 온실가스 배출은 무기 거래와 군사비 지출이 가져오는 광범위한 문제의 일부일 뿐이다. 실제로 무기회사들은 친환경 무기의 개발로 친환경 전쟁을 치를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적어도 가까운 미래에는 가능하지 않은 시나리오인데 이미 개발되어 상용화된 무기들의 대부분이 화석연료로 움직이게 설계되어있고 수명주기 자체가 수십 년으로 매우 길기 때문이다. 게다가 친환경이라면 살인무기가 갑자기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현재 우리 세금이 가장 긴급히 유용하게 쓰일 곳 중의 하나는 기후재정이다. 기후 변화에 따른 손실과 피해를 완화하고 장기적 전망을 세우기 위해 자금이 투입되어야 한다. 군사부분에 지출되는 돈은 이렇듯 당면한 위협에 적응하고 해결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올해 한국의 소위 '국방' 예산은 약 59.4조 원인데 기후예산은 약 13.8조 원이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47/0002447189?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