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허리인 중급 규모 영화를 적극 지원해 제2의 '살인의 추억' '올드보이'가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 한상준 신임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사진)이 26일 서울 종로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 같은 한국 영화 활성화 방안을 제시했다. 한국 영화 위기론이 끊임없이 나오는 가운데 순제작비 10억원 이상~80억원 미만의 중급 규모 영화 제작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대표적인 중급 영화로는 '핸섬가이즈'가 순제작비 49억원에 관객 175만명을 동원했고, '파일럿'이 순제작비 60억원에 관객 465만명을 동원했다. 이날 한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대형 상업영화에 대한 투자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이후 극장 시장이 부진하면서 흥행이 보장된 대형 상업영화로만 투자가 쏠리고 있다"며 "제작 지원 대상을 독립영화뿐 아니라 중급 규모 영화로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신인 감독과 연출자를 발굴할 수 있는 데다 중예산 영화여서 수익 확보가 용이한 것이 중급 영화가 중요한 이유다. 한 위원장은 "중급 영화는 투입 대비 흥행 가능하며 참신함을 갖춘 콘텐츠가 나올 수 있다"며 "투자금 회수로 차기작 제작 동력이 확보돼 영화인들의 '성장 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중급 영화 지원 사업을 100억원 규모로 신설했다. 여기에 기획개발 지원금을 올해 16억원에서 내년 26억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앞으로 1년 동안 10편에 가까운 중급 영화가 각각 10억원 내외로 지원받을 전망이다. 연 50편의 한국 영화가 개봉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중급 영화 지식재산권(IP) 보유 제작사도 지원한다.
한 위원장은 불공정 관행 개선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약속했다. 객단가 조정, 홀드백 문제, 스크린 독과점 등은 계속 제기되는 문제다. 그는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해서 쉽지 않은 문제"라면서도 "데이터 기반 정책 검토와 전문가 의견 수렴을 통해 합리적인 해결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지난 추석 연휴에 '베테랑2'가 극장가를 사실상 독점한 문제에 대해 한 위원장은 다양한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형 영화가 많은 관객을 동원하는 것은 참 기쁜 일이지만 한 편의 천만 영화보다는 열 편의 백만 영화가 더 낫다고 본다"며 "관객들이 보다 참신하고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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