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만 10건에 가까운 '교제살인'이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높아진 여성들은 '안전이별'까지 찾아야 하는 사회가 됐다.
2023년 한 해 동안 최소 49명의 여성이 연인에게 살해당했다는 충격적인 추산(한국여성의전화)까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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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만, 이 단계만 잘 거쳐나가면 피해자 사망하지 않습니다. 정말 확신할 수 있어요.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에서 사라지는 그 여성들의 사건을 보고 들을 때마다 정말 다 살릴 수 있었던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관의 말이다. 74건의 교제살인을 살펴보니 실제 살인이 일어나기 전 폭행 등 다른 피해가 먼저 발생한 경우는 42%, 피해자가 가해자를 신고했던 경우도 전체 사건의 23%에 달했다. 폭행이나 피해자의 신고는 명백한 살인의 전조지만, 이 단계의 대응은 한계도 있다. 폭력의 가속이 급격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이 '강압적 통제(coercive control)'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강압적인 행위들을 '강압적 통제'라고 한다. 뭘 입을 것인지, 어디로 갈 건지, 누구를 만날 것인지, 무슨 일을 할 건지, 언제 귀가할 것인지 이런 것들을 다 상대방이 결정한다. 상대의 주체성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상대방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명령하고 지시하고 그것에 대해서 순종할 것을 강요하는 상태다.
설령 물리적 폭력이 발생하지 않더라도, 연인 혹은 부부의 관계가 평등한 관계가 아니라 일방이 상대방을 온전히 통제하고 있는 관계에 있다면 이는 위험한 '강압적 통제' 상태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관계를 벗어나려고 할 때 살인과 같은 심각한 범죄행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강압적 통제'는 교제살인의 매우 강력한 전조라고 학계에서는 바라보고 있다.
해외에서는 이미 이런 강압적 통제가 위험한 단계에 이르렀다고 판단되면 그 자체로 범죄행위로 인식해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하고 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026335?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