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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퍼스널리티] '지옥에서 온 판사' 박신혜에게서 '악마를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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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6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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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박신혜는 지난 2020년 조일형 감독의 영화 '#살아있다'의 개봉에 앞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악역'을 바라는 마음을 털어놨다. 어떤 장르나 캐릭터라도 괜찮다고 부언했다. 거의 4년 후, 그의 바람은 현실이 되고 있다. 박신혜와는 자칫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피바람이 안방극장에 휘날린다. 눈동자가 보라색으로 변하며 웃음기를 흘리는 박신혜의 모습. 분명 낯설다.

박신혜는 SBS의 금토드라마로 지난 21일 1, 2회가 동시에 방송된 '지옥에서 온 판사'로 돌아왔다. '너는 내 운명', '내 사랑 내 곁에', '그놈 목소리' 등을 연출했던 박진표 감독의 첫 드라마 연출작으로 관심을 모았던 '지옥에서 온 판사'는 판타지 설정을 갖고 있다. 지옥의 재판관으로 죄인들을 심판했던 악마 유스티티아가 실수를 저지른 후 인간세상으로 내려와 마침 목숨을 잃은 판사 강빛나의 몸에 깃드는 이야기다. 

유스티티아는 강빛나의 몸으로 죄인 10명을 지옥으로 보내는 임무를 맡았고, 이를 성공해야 지옥으로 돌아갈 수 있다. 판사의 상황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강빛나는 천인공노할 죄인들을 다양한 궤변으로 형을 감경하거나, 무죄를 줘 사회로 풀어놓는다. 그런 다음 아무도 모르게 찾아가 처단해 그 영혼을 지옥으로 보내는 향연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그를 돕는 다양한 악마 동료들의 활약과 인간 형사로 따뜻한 인간미를 갖고 있지만 이해할 수 없는 판결을 일삼는 강빛나 판사를 의심해 그를 미행하다 진실을 알게 되는 형사 한다온(김재영)이 끼어든다. 악마판사가 된 강빛나는 한다온에게 알 수 없는 마음을 느끼기 시작하고, 결국 한 번도 느낀 적이 없는 인간미의 경지와 자신의 진짜 적이 될 강빛나의 전 시댁식구들과의 일전에 들어간다는 줄거리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한 번에 봐도 각종 유행장르의 매력을 집대성한 백화점식 구성이 돋보인다. 악마판사 강빛나 자체가 최근 '데드풀'이나 '조커' 등 각종 영화로 각광받고 있는 '다크 히어로'의 전형이고, 장르물로서 확실한 응집력을 선보일 수 있는 법정물의 특징도 있다. 거기에 조미료처럼 뿌려지는 코미디의 분위기 그리고 각종 CG와 설정에서 보이는 판타지의 분위기, 현란한 액션도 맛볼 수 있다.

박진표 감독이 이렇게 장르의 성찬을 준비할 수 있는 데는, 박신혜의 역할이 컸다. 2003년 데뷔해 21년 연기경력을 쌓아온 박신혜의 모습은 '지옥에서 온 판사'를 계기로 어느 경지에 올라섰다. 그는 로맨스도 코미디도, 판타지도, 액션도 된다. 지금까지 쌓아온 그의 경력이 이를 증명한다.


거기에 악마 특유의 악(惡)의 기운을 둘러썼다. 악역을 바랐던 박신혜의 모습은 작품에서 전반적으로 신명이 나 있다. 특히 이미 방송된 2회에서 그러한 분위기를 물씬 느낄 수 있는데, 데이트 폭력을 일삼으면서 사이코패스의 모습을 보여주던 문정준(장도하)의 처단 장면이었다. 

강빛나가 첫 번째 처단자로 정하고 벌금형으로 풀어준 문정준의 사건에 피해자 차민정(박전영)과 가족은 절망한다. 문정준은 폭력을 그치지 않고, 결국 강빛나가 쳐놓은 그물로 소환된다. 강빛나는 마치 고대의 '함무라비 법전'에 나온 상황과 같이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상대에게 행한 악행만큼 자신이 고스란히 돌려받는 형벌을 받는다.

이때 강빛나가 문정준에게 고통을 돌려주는 여자친구 역으로 분하는데 그는 달콤한 모습부터 살벌한 모습까지 짧은 시간 넘나드는 모습을 보여준다. 장도하의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발목을 꺾는 비명이 그대로 전파를 탄다. 또한 박신혜는 피가 튀는 폭행장면에서도 이죽거리는 웃음을 그치지 않는다. 한 번도 처해보지 못한 상황에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역할을 하는 박신혜의 모습은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박신혜가 아니었다.


박신혜는 '천국의 계단' 아역을 시작으로 출세작인 '미남이시네요'나 '넌 내게 반했어' '상속자들' '피노키오' 등의 작품을 통해 어렵지만 꿋꿋하고 신념이 있는 인물들을 연달아 연기했다. 특히 '상속자들'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차은상의 '캔디' 이미지는 고스란히 박신혜의 이미지가 됐다. 비록 '콜'이나 '시지프스' 등의 작품에서 거친 이미지를 덧씌우려 했지만, 이것이 그의 이미지 다변화에까지는 가 닿지 못했다. 

결국 '지옥에서 온 판사'는 우리가 알고 있는 박신혜와 우리가 몰랐던 박신혜를 적절히 섞으면서 그가 가는 '제3의 길'로 자연스럽게 시청자들을 인도하고 있는 셈이다. 당연히 시청률은 순간 10%가 넘는 수치까지 올랐고, 전작이면서도 인기리에 방송됐던 '굿파트너'의 초반 성적을 넘어서는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모든 배우에게 변신은 숙명이자 숙제다. 각자 다양한 이유 때문에 이를 보여주지 못할 뿐이지, 모든 배우들은 마음속에 자신 안에 있는 천 가지의 모습을 품고 있다. 하지만 기회가 왔을 때 이를 살려내는 것은 별개의 일이다. 강빛나를 연기하는 박신혜의 모습은 기존에 알고 있던 발랄하거나 귀여운 모습 말고도, 저릿한 냉기를 피워내는 황천의 악마도 그에게 잘 어울릴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그가 그동안 변신의 갈증을 관념으로만 놔두지 않고 이에 맞는 캐릭터가 될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한 덕분에 가능했다.

먼 훗날 박신혜는 2024년을 어떤 의미로 기억할까. 아직 앞길이 구만리인 젊은 배우의 앞에 '강빛나' 그리고 '지옥에서 온 판사'는 꿈틀대는 변화의 기운이 그에게도, 시청자에게도 왔음을 증명하는 역사가 될지도 모른다.


신윤재(칼럼니스트) 


https://naver.me/5qD9YXK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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