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요구한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그의 모친까지 다치게 한 혐의로 구속된 김레아(26)에 대해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이날 법정에서는 김씨 측이 신청한 ‘정신병질자 선별검사’의 확인서가 공개됐다. 김씨는 의경 활동으로 2021년 군복무 했던 당시 변사체 상태로 있던 실종자를 수색작업 과정에서 발견한 후부터 트라우마를 겪어 정신질환을 앓아왔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과 달리 법정에서 공개된 국립법무병원의 정신감정 결과 회신서에는 ‘사건 당시 심신미약 또는 현실 검증력, 판단력 등이 건재했던 것으로 보임’이라는 소견이 기재됐다.
김씨는 사건 당시 게보린 알약 2~3정과 소주 1병을 마셔 심신미약 상태였음을 주장해오고 있다. 하지만 접견실 대화 녹취록에는 사건에 대한 김씨의 구체적인 인지뿐 아니라 언론 보도를 의식하고 자신이 사용하던 컴퓨터를 다른 곳으로 옮겨달라는 부탁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녹취록에서 김씨는 모친에게 “변호사에게 말해서 독방을 쓸 수 있게 해달라. 내가 생활이 안 된다. 인권 그걸로 어필 좀 해달라”고 말했다. 또 “나 아이패드랑 컴퓨터 안 털리는 게 좋으니까 이런 것들 좀 알아봐달라. 거기에 많다”라고도 했다. 검찰이 대화의 의미를 묻자 김씨는 “평소에 아이패드나 컴퓨터, 휴대전화에 소중한 정보들을 모아놔서 그런 것”이라고 답했다.
대화를 이어가던 김씨는 또 “한 10년만 살다 나오면 되지 않을까. 나오면 행복하게 살자. 사랑해 엄마” 등의 말도 했다. 이에 검찰이 “10년이라고 하는 구체적 숫자는 무엇에 근거한 것인가”라고 묻자 김씨는 “피해자의 가정을 망쳐놓고 말씀드리기는 죄송하지만 나는 엄청 큰 죄를 저질렀다. 근데 우리 가족은 아무 죄가 없다. 가족들이 극단 선택하는 걱정을 줄여주는 차원으로 얘기한 것 뿐”이라며 울먹였다.
이어진 최후 진술에서 김씨는 “죄송하다”면서도 “가족과 XX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작성한 글을 건네받은 재판부가 “XX이가 누구냐”고 묻자 그는 “강아지”라고 답했다. 재판부가 “강아지에게도 미안하다는 거냐”고 재차 질의하자 김씨는 울먹이며 그렇다는 취지로 고개를 위아래로 끄덕였다.
이날 방청석에 있던 유족들은 이런 김씨를 지켜보며 두 손을 부들부들 떨다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는 모습을 보였다.
김씨는 지난 3월25일 오전 9시35분쯤 경기도 화성시 소재 자신의 거주지에서 여자친구인 A(21)씨를 흉기로 살해하고, 그의 어머니 B(46)씨에게도 흉기를 휘둘러 전치 10주의 중상을 입게 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김씨는 A씨가 그동안의 폭력 행위에 항의하며 이별을 통보하려고 하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A씨에게 “너는 나를 화나게 만들었어. 마지막 화려하게 장식해야겠어. 다 같이 가보자. 너로는 안 끝낼 거야”라고 협박하는 등 평소 폭력 성향을 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A씨는 혼자 김씨와 관계를 정리할 수 없자 어머니와 함께 김씨를 찾아갔다가 변을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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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레아의 변호인은 “피고인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있고 용서를 구하고 있다”며 “처음부터 폭력적 성향이 있거나, 계획 살인을 벌인 건 아니었다. 피고인 부모는 피해자를 위해 위령제를 지내는 등 죄송한 마음으로 잘못을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살펴 최대한의 선처를 해달라고 간곡히 부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