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는 Nexus라고 하는20년 넘게 정액제로 운영 중인 바람의 나라 서버가 있다.
（넥슨 바람이 미국에서 철수할 때 라이선스를 팔았으며 프리 서버가 아닌 정식 서버다）
한국 바람의 나라와 기본적인 메커니즘은 같지만,
초상 지령서 같은 플레이 요소에 영향이 가는 아이템은 판매하지 않으며,
그나마 판매하는 캐시템도 한국 바람에 비해 매우 한정적인 틀에서만 판매한다.
장비나 기타 아이템도 캐릭터의 파워 요소에 최소한의 영향만 미치며,
따라서 옛날 한국 노가다RPG게임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pay to win이 아닌 옛날 바람만 생각하고 긍정적인 생각이 드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는데,
사실 모든 장점을 상쇄할 이 게임의 최대 단점은 '극도로 폐쇄적인 운영'이라고 할 수 있다.
90년 대부터 운영되어 왔음에도 현재까지도
4차 전직과 전사,도적,주술사,도사 네 직업만 업데이트 되었을 정도로
게임 업데이트에 매우 비관적이며
가장 최근에 업데이트된 신규 지역도 7년 전인 만큼
사실상 시간이 멈춰버린 게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캐릭터 육성보다는 '바카오톡'이나'롤플레잉'에 집중되어 있고
정액제다 보니 당연히 유저 툴은 매우 좁을 수 밖에 없다.
이런 작은 게임 속에서도 그 게임만의 고유성이 드러나는 요소가 여러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직업 롤플레잉（역할놀이）'이다.
즉 무슨 말이냐면, 한국 바람의 나라에 있는NPC（왕,신하,직업과 승급관련 등）가
미국 바람에서는 모두 사람이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 메이플 스토리 속에 있는 여제를 비롯한 시그너스 기사단NPC모두가
미국 바람에서는 다 사람들이라는 뜻.
물론 왕과 같은 강력한 역할을 맡은 유저라 해도 그 체마나 권력을 악용할 수는 없다.
아무리 높은 직위라해봤자 모두'역할놀이'를 위한 것일 뿐이다.
리니지와는 상당히 다른 개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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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모라 불리는 Maya라는 한 유저가 있었다.
이 유저는 미국 바람이 서비스를 시작한 90년대 후반부터 00년대의 전성기,
10년대부터 이어져온 암흑기 모든 순간을 거쳐온,
과연 Nexus의 대모라고 불릴말한 대단한 유저였다.
롤플레잉 게임 안에서 플레이타임이 20년이 넘어가는 만큼,
이 유저가 게임 속에서 차지하는 위치는 가히 대단했다.
1. 인게임 안에서의 마을 중 가장 규모가 큰 국내성 문파（길드）의 길마
2. 도사의PC직업 중 가장 규모가 큰 몽크（수도승）의 헤드 가이드
（당시 모든 도사들은 수도승이 되고싶다면 이 유저의 롤플레잉 수업을 들어야했다）
3. 20년 가까이 축적된 어마무시한 재산과 상위 랭크 스탯의 도사
4. 무한장（유저PVP）을 고정된 스케줄 외에도 자유자재로 열 수 있는 호스트
5. 외국 유저가 많은 미국 게임내에서 유창한 자국어가 가능한 미국인
사실 상술된 이 유저의 특징 외에도
유저들이 Maya라는 사람을 각별히 생각하는 이유는,
이 유저가 대모답게 덕을 갖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게임 내의 롤플레잉에 있어 다른 직업 가이드들은 15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권력 악용,매크로,현금거래 등 수많은 밴을 비롯해 갈아끼워졌음에도
Maya는 20여 년동안 굳건히 자리를 지켜왔고, 많은 유저들의 비리와 악담 속에서도
Maya만큼은 '순수 선'으로서 추앙받는 유저라고 할 수 있었다.
일례로 2018년 경 배돈이 배병대를 이끌고 미국 바람에 상륙했을 때도
크고 작은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며,
이에 당시 배돈이 이끄는 배병대를 따라가지않고
Maya의 클랜으로 흘러 들어간 한국인이 꽤 다수였을 정도로
Maya의 첫인상은 한국인에게도 각별하게 남았다.
생전 써본 적도 없던 한글 독음을 영어로 스스로 필사하며
영어가 서툰 한국인 유저가 불이익을 받지 않게끔한 그녀의 노력은
배돈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그런데 2021년6월1일부터 이 Maya라는 유저가 아무 말 없이 홀연히 자취를 감춰버린다.
물론 며칠 동안 커뮤니티는 그다지 신경쓰지 않았다.
가정사나 개인적인 스케줄때문에 며칠동안 접속을 안한것은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접속을 안한지 열흘 정도가 지나자,그제서야 커뮤니티가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Maya의 부재로 무한장,수도승 수업,커뮤니티 행사,클랜 운영
모든 것이 정지되어버려 진행이 불가능할정도로 스케줄이 악화되었기 때문이었다.
사람들이 이상하게 생각한 이유는Maya가 아무런 말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게임 내에서 많은 고위 역할을 가지고있는 그녀가
지난20년 사이에 홀연히 사라지는 일은없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이에 Maya와 연락이 닿기위해 다른 직업（전사,도적,주술사）가이드들을 비롯해
클랜내의 간부들이 수소문에 수소문을 한 결과,충격적인 소식을 커뮤니티에 전하게된다
그 소식은 바로 6월1일Maya가 세상을 떠났다는 것이다.
몇 년 이상 업데이트가 멈춰버린 작은 게임에서 대모의 부고는 온 커뮤니티를 떠들썩하게 했다.
Maya를 기리는 사자후가 그 날24시간 도배되었고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그녀의 덕을 칭송하고 그리워하는 시100여개가 등록되고,
인게임에서 그녀가 주로 잠수가 탔던 자리 주위에 모여 고인의 넋을 위로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만큼 게임 내에서 Maya의 영향을 받지 않은 유저는 없을 정도였다.
대모의 부고소식에 모든 유저들이 이러한 반응을 보이자,
커뮤니티 각 직업과 길드의 수장들은 중대한 결정을 함에 이른다.
비록 작은 게임이지만6월 내내 이뤄졌던 간헐적인 커뮤니티 행사 스케줄을 모두 취소하고,
Maya의 인게임 장례식 준비에 들어갔다.
롤플레잉 고위층의 유저들과 일반 유저들이 장례식 준비에 바쁘게 움직였고,
그 규모가 어느 정도였냐하면 바람의나라 속에 아무 의미도없는'꽃 그래픽 아이템'을
단순히 장례식 치장을 위해 수집에 열을 올릴 정도였다.
그리고 5일 후,
게임 내의 모든 왕,장관,네 직업의 수장들,모든 클랜의 수장과 간부들
그리고 엄청난 수의 유저들이 모인 자리 속에서
Maya의 인게임 장례는 여왕급의 예우로 성대하게 치뤄졌다.
여담으로 이 날 유저들이 놀랐던 요소 중 하나는 장례식의 규모 외에도
수 년간 없데이트로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도 모르던 운영자들도
Maya를 추모하는 글을 게시판에 올리며 나타나고
장례식을 위한Maya의 캐릭터를 그대로 딴NPC도 일사천리로 만들어주었다.
후에 실제Maya의 장례식 모금도 제일 먼저700달러를 투척할 정도로
그녀를 각별하게 생각했던 것이다.
유저들도 마찬가지로 평소100따리에 불과한 접속률이
6월만큼은 400명이 넘는 유저가 Maya를 보러왔다.
이는 게임이 정액제인걸 생각했을 때,전성기에 육박하는 유저 수가 돌아왔던 것이다.
이 유저들이 합심하여 총7천달러가 그녀의 실제 장례식을 위해 모금되었다.
대모이자 순수 선으로 추앙받던Maya는
이후 인게임 내에 NPC로서유저들에게 영원히 남았다.
그녀의NPC는 그녀가 길마로 있었던 클랜 정문 앞에 세워졌으며 지금은
유저들의Karma（인기도）를 올려주는 퀘스트 전용 NPC역할로 남게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