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방사선 피폭 사고를 당한 삼성전자 직원이 사측의 대응을 비판하며 언론 앞에 처음 나섰지만 이를 다룬 기사는 소수였다. 일부 언론은 방사선 피폭 사고 관련해 삼성전자 노조와 같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반올림(반도체노동자건강과인권지킴이)이 사회적 합의를 파기해 '업계 리스크'를 키우고 있다고 비판하는 기사를 냈다.
지난 11일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가 방사선 피폭 피해를 '질병'으로 규정해 중대재해법 적용을 회피하려는 시도가 드러났다"며 "노동부는 삼성 눈치 그만 보고 피폭 사고에 대해 중대재해법을 적용하라"고 주장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동일한 유해 요인으로 직업성 '질병'자가 3명 이상, 또는 6개월 이상 치료가 필요한 '부상'자가 2명 이상 발생하면 중대재해가 적용된다. 지난 5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발생한 직원 2명의 방사선 피폭 사고가 '부상'으로 규정되면 적용되는 중대재해가, '질병'으로 규정되면 불가할 수 있다.
전삼노는 "현재 재해자가 2명에 불과하다는 점을 이용해 삼성전자는 이 사고를 '질병'으로 처리해 법적 책임을 회피하려 하고 있다"며 "법의 허점을 악용해 노동자들의 피해를 축소하고 처벌을 피하려는 '몸비틀기'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근로복지공단은 피폭 직원들의 산업재해보상보험 신청 과정에서 삼성전자 측의 주장과 같이 피폭 피해를 '질병'으로 처리했다. 이에 전삼노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이 '부상'(injury) 소견을 냈음에도 이를 '질병' 처리한 것은 부당한 결정"이라며 "방사선 화상은 장기간 노출로 발생한 질병이 아닌 한 번의 사고로 발생한 외상이기에 명백히 '부상'으로 판단돼야 한다"고 했다.
피폭 피해자 이용규씨는 기자회견에서 "저는 노동자이기 전에 대한민국 국민"이라며 "화상 부상을 부상이라고 하지 화상 질병이라고 하지 않는다. 저는 명확하게 3도 화상을 진단 받았고 3년 이상의 치료 소견을 받았다. 노동부가 올바른 판단을 해줄 것이라 믿고 있다"고 했다.
이 기자회견을 기사화한 언론은 KBS, MBC, SBS biz, 경향신문,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등이다. 그러나 대다수는 삼성전자가 연중 최저가를 기록했다는 등의 주식 관련 내용에 치중했다. 이날 기자회견 보도자료가 공개된 전삼노 홈페이지에서 한 조합원은 "뉴스 기사 뜨는 게 삼성에서 막는 건지 찾아볼 수가 없다"며 "CNN이나 워싱턴포스트 이런 데 제보해야 되는 것 아닌가"라는 댓글을 달았다.
기자회견 다음날인 12일엔 경제신문을 중심으로 '반올림 리스크' 관련 기사가 연이어 나왔다. 이종란 반올림 상임활동가는 11일 전삼노 주최 기자회견에서 근로복지공단의 '업무상 질병' 주장에 "억지주장"이라고 비판했는데 관련해 데일리안, 서울경제, 이데일리, 이투데이, 파이낸셜뉴스 등이 삼성전자와 반올림이 2018년 조정위원회 중재를 거친 합의를 사실상 파기했다고 비판했다.
▲ 반올림 관련 유사 제목의 기사가 전삼노 기자회견 다음날 연이어 나왔다. 네이버 갈무리
▲ 13일자 서울경제 29면 기사.
서울경제는 해당 기사를 지면에도 실었다. 13일 서울경제는 "재계는 반올림의 행보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삼성과 반올림이 10여 년의 진통 끝에 쌓아 올린 사회적 합의가 일방적으로 파기될 수 있어서"라며 "반올림의 공격이 삼성의 브랜드 가치까지 훼손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고 했다.
[관련 기사 : '손가락 7개 절단 위기' 삼성전자 방사선 피폭 사고 외면하는 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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