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 발길 끊겨 도매상도 '울상'…대형마트는 5천∼7천원대
(서울=연합뉴스) 강애란 전재훈 기자 = "배추 한 포기에 2만2천원이라고 쓰여 있길래 이 가격이 맞는지 몇번을 물어봤다니까요."
배추 한 포기 가격이 2만원까지 치솟으면서 소비자는 물론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 배추를 판매하는 도매상까지 울상을 짓고 있다.
24일 찾은 서울 강서농산물도매시장에서는 배추 세 포기 한 망을 품질에 따라 3만∼5만원대에 판매하고 있었다.
도매상인 김모씨는 "작년에 세 포기 1만5천∼2만원 하던 배추를 올해는 4만원에 팔고 있다"고 말했다.
장마 이후 석 달째 더위가 꺾이지 않으면서 배추 물량 자체가 줄어들어 배춧값이 뛰자 손님들이 발길을 끊어 시장은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도매상인 박모씨는 "작년만 해도 오전 8시까지는 경매받은 배추를 다듬고 포장하는 작업을 했는데, 오늘은 물건 자체가 없어 오전 4시에 (작업을) 다 끝냈다"며 "정부가 가격을 잡겠다고 하는데 배추가 통조림도 아니고 찍어낼 수도 없는데 어떻게 하겠다는 건지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도매상인들은 시장 손님 대부분이 식당을 운영하는 자영업자인데 배추 가격이 오르니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산 배추김치를 찾는다고 전했다.
60대 도매상인 최모씨는 이날 경매로 구매해 아직 팔지 못한 배추 약 50망을 보며 한숨을 쉬었다.
최씨는 "식당을 운영하는 손님이 대부분인데, 다들 중국산 김치를 쓰는지 팔리지 않은 배추가 이렇게 많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품질이 떨어져 밑지고 팔아야 하는데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배추김치가 빠진 백반집 반찬
[촬영 전재훈]
실제 식당에서는 배추김치 대신 열무김치, 오이김치를 제공하기도 했다.
서울 강서구에서 백반집을 운영하는 50대 이모씨는 배추 가격 부담에 배추김치를 기본 반찬에서 뺐다.
이씨는 "배추 한 포기 가격이 2만원을 넘길래 기본 찬에서 빼고 대신 깍두기와 열무김치, 오이김치를 내놓는다"며 "손님도 배추가 비싸다는 것을 아니까 찾지 않는다"고 했다.
원래 밑반찬이 부족하면 손님이 직접 가져다 먹던 서울 종로구의 한 식당에서는 배추김치를 종업원이 가져다주는 방식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메뉴에서 배추를 뺄 수 없는 식당들은 울상이다.
서울 용산구에서 배추, 콩나물 등의 채소를 뷔페식으로 제공하는 한 샤부샤부 식당의 매니저는 "메뉴 특성상 배추만 뺄 수가 없어 손해를 감내하는 수밖에 없다"며 "요즘 채소가 돌아가며 가격이 오르고 있어 걱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이마트 용산점 배추 판매대
[촬영 강애란]
대형마트는 할인 행사 등으로 배추 한 포기를 5천∼7천원대에 팔고 있지만 장을 보는 소비자들은 부담이 크다.
홈플러스는 배추 한 포기를 오는 25일까지 5천990원에 내놓기로 했다. 이마트는 오는 26일까지 배추 한 포기를 6천384원에, 롯데마트는 오는 25일까지 7천992원에 각각 판매한다.
이날 서울 용산구 한 마트에서 배추 가격을 보던 김모씨는 "비싸도 너무 비싸다"며 "작년에는 세 포기에 1만2천원에 샀었는데 이제는 못 사 먹는다"고 말했다.
알 배추 한 포기를 집어 든 박모씨도 "행사가 끝나면 지금보다 가격이 더 오를까 겁난다"며 "김치는 차라리 사 먹는 게 나을 정도"라고 토로했다.
대형마트들은 행사가격이 끝나면 가격이 일부 조정되겠지만 한 포기에 2만원 수준까지 뛰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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