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의 리오넬 메시와 테니스의 노박 조코비치는 성적 면에서 펠레와 페더러를 제치고 사실상 고트 왕관을 물려받았다. 영원할 것 같던 조던의 위상엔 미국프로농구(NBA) 사상 최초 4만 득점을 넘은 르브론 제임스가 어깨를 겨루는 수준까지 올라왔고 슬로베니아산 득점기계 루카 돈치치도 미래 유력 대권 후보로 거론된다.
야구의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는 이들과 결이 다르다. 실력을 떠나 현대 야구에서 사라진 이도류(투타 겸업)를 세계 최고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프로스포츠를 조금이라도 이해한다면 두 포지션을 동시에 잘하는 게 얼마나 힘든 지 안다. 메시가 전반전에 최전방 공격수로, 후반에 중앙수비수로 뛰는 걸 상상할 수 있나. 투수와 타자는 운동 방식, 키워야 할 근력 부위도 다르다. 그럼에도 오타니는 104년 만의 두 자릿수 승수·홈런을 더해 사상 첫 15승·30홈런(2022년), 첫 10승·40홈런(2023년)을 기록했다. ‘유니콘’(상상의 동물)이란 별칭을 얻은 이유다.
오타니는 지난해 팔꿈치 부상으로 올해 투타 겸업을 포기했다. 그런데 성에 안 찼는지 타격의 상극이라는 홈런과 도루의 변종 이도류에 나섰다. ‘호타준족’의 20(홈런)-20(도루), 대단한 기록이라는 30-30, 하늘의 별따기와 같다는 40-40을 가볍게 넘고 불가능의 영역인 50-50에 역대 최초로 도달했다. 50-50 달성 3일 만인 23일 53-55까지 질주했다. ‘1년째 재활 중인 투수’가 55-55, 60-60도 노린다. 그에게 한계란 있는가. 앞으로 그를 넘어설 선수가 있을까. 우리는 종목 별이 아닌 스포츠 전체의 ‘난공불락’ 고트를 보고 있는지 모른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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