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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15분간 이어진 박신혜의 보복 폭행, 이대로 괜찮은 걸까('지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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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3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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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v.daum.net/v/20240923131852867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현실이 아니라는 걸 대놓고 시작부터 드러냈지만 <지옥에서 온 판사>가 이러한 세계관을 굳이 가져온 건 오히려 지독한 죄를 짓고도 합당한 처벌을 받지 않고 버젓이 살아가는 사법 현실을 꺼내놓기 위함이다. 그래서 보여준 첫 번째 에피소드는 끔찍한 교제 폭력이다. 문정준이 차민정에게 벌이는 폭력은 거의 살인에 가깝다. 강빛나의 말대로 육체는 살아있을지 몰라도 이미 정신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로 극으로 몰아세우는 폭력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문정준은 차민정의 부모들까지 똑같이 만들겠다는 협박까지 한다.


<지옥에서 온 판사>는 바로 이러한 교제 폭력의 중대함을 꺼내놓으면서 그럼에도 벌금형 처벌을 받는 고구마 현실을 보여준다. 부모에게 자신이 차라리 죽는 게 낫다고 말하는 피해자의 눈물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첫 회에 이러한 교제 폭력에 대한 고구마 사법 현실을 적나라하게 꺼내놨다면 2회는 그걸 한 방에 날려 보내는 악마 판사 강빛나의 처절한 사이다 보복이 이어진다.


물론 이러한 사이다 보복이 들어간 건 그만큼 답답한 현실에 대한 반작용일 수 있다. 실제 교제폭력을 폭력이라 여기지 않던 시대는 이제 벗어나 있지만 그럼에도 솜방망이 처벌을 함으로써 피해자가 2차 피해를 겪는 일들은 여전히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드라마를 통해서나마 그 답답한 현실을 통쾌하게 풀어내려 하는 것이라는 건 이해될 수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사적인 사이다 보복의 양상이 갈수록 잔혹해지는 건 어딘가 불편함을 남긴다.


고구마 현실을 사이다 판타지로 풀어내는 사적 복수를 담는 콘텐츠들이 늘어나는 건 어찌 보면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모범택시>가 법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갖가지 범죄자들을 소환해내 사적 복수의 장을 만들었고 그 후로 무수히 많은 사적 복수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왔다. <비질란테>, <국민사형투표>, <노웨이 아웃> 같은 일련의 드라마들이 그것들이다. 그런데 그 사적 복수의 자극과 강도 또한 갈수록 높아진다. 그만큼 실제로도 벌어지는 불합리한 법 현실 앞에 국민 감정이 높다는 뜻이지만 과연 이러한 사이다 판타지는 괜찮은 걸까.


어찌 보면 이제 사적 복수를 담은 사이다 판타지 드라마는 하나의 공식이 자리잡힌 것 같다. 현실에서 공분을 일으킬만한 사건을 가져오고, 그 지독한 범죄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며 시청자들의 목구멍에 답답한 고구마를 밀어 넣은 후, 그만큼의 시원한 사이다를 쏟아 붓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폭력의 자극은 점점 강해지고, 그 사이다에 빠져들수록 정작 피해자의 입장은 소외되는 경향 또한 생겨난다. 무엇보다 법 현실에 대한 불신을 넘은 개선의 여지조차 찾지 않는 포기 정서가 담기는 건 위태롭고도 불편한 지점이다. 이 판타지로나마 느껴보려는 사이다 중독은 과연 그 갈증을 풀어줄 수 있을까. 더 큰 갈증을 유발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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