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나도 모르는 이복형제가 100명 있다면?
1,854 3
2024.09.23 19:17
1,854 3
uOShRj

유전자를 복제하는 것도 아니고, 왕비와 수많은 후궁을 거느린 왕조시대 왕도 아닌데 이복형제가 수십 명이 넘을 수 있을까 싶지만 있다. 2017년, 미국 의학계는 발칵 뒤집혔다. 미국 인디애나주에서 불임전문의로 명망 높았던 도널드 클라인 박사가 불임 환자들에게 자신의 정자를 몰래 사용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1970~1980년대까지 클라인 박사는 자신의 불임 환자들에게 다른 기증자의 것이라 속이고 자신의 정자를 몰래 주입, 인공수정 시술을 했다. 이 사실은 클라인 박사의 생물학적 자녀 중 한 명인 자코바 발라드에 의해 알려졌다.


 자신이 정자 기증을 통해 태어났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자코바는 통상적으로 같은 정자를 3번까지 이용한다는 점에 비추어 자신의 이복형제가 있을 것이라 여겼다. 외동이었던 자코바는 유대감을 나눌 이복형제를 찾길 원했고, 2014년 상장한 유전정보분석업체 23앤드미(23andMe)의 광고를 보고 유전자 검사를 받았다. 그리고 나온 결과는 자신과 피를 나눈 이복형제가 일곱 명이 더 있다는 사실. 기증자의 정자를 3번 초과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에 비추어 볼 때 뭔가 이상하다는 걸 감지한 자코바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조사를 시작했고, 결국 충격적인 진실에 다다른다.


‘우리의 아버지’는 가장 처음 문제를 인식했던 자코바가 조사를 시작하면서 형제자매(sibling)의 넘버를 계속해서 카운팅한다. 자신들과 혈족 관계에 있던 사람을 통해 불임전문의였던 도널드 클라인이 생물학적 아버지란 사실을 알아내고, 인디애나 검찰청에 그를 고발 접수하고, 언론 이곳저곳에 제보도 하지만 ‘폭스59’의 기자 안젤라 가노트를 제외하곤 누구도 적극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 와중 DNA 검사를 받게 된 클라인 박사는 자코바를 비롯한 형제자매를 만나는 시간을 갖는다. 그는 불임이었던 형제자매의 어머니들이 간절히 아이를 원해 도움을 주었을 뿐이며, 자신의 정자로 태어난 형제자매가 15명을 넘지 않을 것이라 단언했다. 그러나, 숫자는 이후 계속 늘어만 간다.


 끔찍한 사실은 정자 기증을 통한 불임 시술 외에 친부의 정자를 이용해 인공수정으로 태어났다고 생각한 형제자매들도 있었다는 것. 불임 환자의 남편의 정액 대신, 의도적으로 자신의 정자를 환자들의 몸에 넣은 거다. 친부모의 친자녀라 생각했던 한 사람의 인생이 송두리째 무너지는 경험을 겪는 형제자매가 늘어갔다. 당연히 남편의 정자를 주입받는 것이라 생각했던 불임 환자들은 수십 년 만에 자신이 유사 강간과 다름없는 행위를 겪었음을 깨닫고 충격을 받는다.


‘우리의 아버지’에서 이런 끔찍한 일을 오랜 시간 지속한 클라인 박사는, 지역의 존경받는 의사이자 교회 장로였다. 그의 생물학적 자녀들이 검찰에 조사를 의뢰했음에도, 인디애나 주 법상 불임전문의가 자신의 정자를 인공수정 시술에 사용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단 이유로(!) 클라인 박사는 생물학적 자녀들이 접수한 고소로 검찰 조사를 받다가 사실을 부인하고 거짓 진술을 한 혐의로만 기소된다. 결과는? 판사는 클라인 박사가 80세를 앞둔 고령(2017년 재판 당시)이며 과거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있다는 이유 등을 들며 벌금 500달러와 1년의 집행유예를 내린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환자들에게 거짓말을 하고, 고의로 자신의 정자를 이용해 수십 명의 생물학적 자녀를 같은 지역에 만들어내고, 몇몇은 친부의 정자를 가로채고 자신의 정자를 이용하여 수십 년의 삶을 무너뜨린 죄는 법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벌을 받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아버지’를 제작하는 시점까지 클라인 박사의 생물학적 자녀는 94명까지 확인되었다. 그 수가 얼마나 더 늘어날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다큐멘터리는 대체 클라인 박사가 왜 그런 짓을 저질렀을까도 유추한다. 클라인 박사가 즐겨 인용하던 ‘내가 너를 모태에 짓기 전에 너를 알았다’라는 성경 예레미야 1장 5절에 비추어, 그가 ‘자식을 화살처럼 다발로 가득 만들어 세상을 이롭게 한다’는 교리의 사이비 교단 퀴버풀에 심취해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금발의 푸른 눈을 지닌 백인을 늘리고자 한 인종차별에 입각한 행위일 수도 있다고도 한다. 그러나 가정용 DNA 검사 덕분에 클라인 박사처럼 자신의 정자를 주입한 의사 44명을 추가로 발견했다는 다큐멘터리 말미 내레이션을 보면, 아마도 클라인 박사를 비롯한 그들은 일종의 신이 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과연 우리의 신이 클라인 박사와 다른 의사들을 용서할지는 의문이지만.

https://www.bizhankook.com/bk/article/23912

목록 스크랩 (0)
댓글 3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템포] “밤새지 마세요, 아가씨” 댓글 이벤트 266 00:35 23,364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2,715,905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6,385,280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4,279,485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5,592,93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1 21.08.23 4,718,408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3,734,463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41 20.05.17 4,277,288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7 20.04.30 4,785,990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437,907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07949 이슈 여러분 가을 옷장 정리 아직 하지 마세요. 지금 잠깐 기후변화로 고기압 저기압 균형이 깨져서 시원해진 거라 25일이후부터는 다시 덥대요. 그리고 앞으로도 이렇게 더웠다 시원했다 할 거래요. 21:20 0
2507948 이슈 비행기 앞좌석 '발 민폐' 지적했더니…"우리 아이에게 왜 그래" 21:19 59
2507947 유머 약혐?) 똥모양 차 거름망 21:19 49
2507946 이슈 [기사] 의대교수들 “‘블랙리스트’ 작성 전공의 구속은 의사 악마화” 21:19 15
2507945 유머 김선아 연기력 미쳤고 존잼인 드라마.jpg 5 21:18 370
2507944 유머 곧 문세윤에게 또 혼날것 같은 샤이니 키 3 21:17 619
2507943 유머 의외로 효과 있다는 금연 문구 3 21:16 671
2507942 이슈 배우 김고은의 인생 케미는?.jpgif 12 21:16 202
2507941 이슈 동생이 댄스학원에서 성적인춤 강요당했어.pann 7 21:16 1,125
2507940 이슈 백호(강동호) NuttyNutty너티너티 챌린지 with 모니카 21:13 89
2507939 이슈 광주 구장 챔필 훼손중인 삼성 강민호 선수; 16 21:12 1,943
2507938 이슈 (4시간) 🔥백수저들의 불꽃 신경전🔥 <흑백요리사> 레전드 셰프들의 대결 모음💥 3 21:12 420
2507937 유머 비빔대왕의 요리비법 2 21:12 539
2507936 기사/뉴스 청하, 신곡 ‘알고리즘(Algorithm)’ 리믹스 싱글 발매 1 21:12 95
2507935 유머 숙성된 열매 먹고 취해서 뻗은 새들 18 21:11 1,655
2507934 이슈 오늘 에스파 마카오 팬싸에서 귀염터지는 카리나 윈터 투샷 2 21:10 572
2507933 기사/뉴스 박유천, 일본에서 솔로 데뷔…크리스마스 투어도 5 21:10 374
2507932 이슈 SNL에서 매주 사기결혼 당하는 아이돌 10 21:09 1,847
2507931 이슈 부산 서면에서 철수한 지 6년만에 재입점하는 것 같은 메가박스 14 21:09 931
2507930 기사/뉴스 ‘더트롯쇼’ 윤서령, 인간 비타민의 대명사 ‘아라리요 21:08 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