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딥페이크 성착취 범죄는 쉼 없이 이어지고 있다.
23일 <프레시안> 취재를 종합하면, 추석 연휴 중인 지난 15일 개설돼 현재까지 운영 중인 텔레그램 단체채팅방 '곳간' 참가자들은 디지털 성범죄물을 포함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사진 2800여 개, 동영상 5880여 개를 공유하고 있다. 불과 일주일 새 8600여 건의 성착취물을 주고받은 것이다.
성착취물 중에는 피해자가 미성년자로 추정되는 것들도 다수 있으며, 학교 등에서 여학생의 치마 속을 불법 촬영하거나 집 안을 촬영하는 '홈캠(IP캠)'을 해킹해 얻은 영상들도 많다.
가해자들은 공유한 성착취물을 매개로 수많은 여성들을 성적으로 모욕하는 대화를 매일 수천 건씩 주고받는다. 또한 고민 상담을 빙자해 성매매 정보를 공유하는 한편, '내가 찍은 영상이 여기에도 올라오네'라며 으스대거나 피해자의 근황을 공유하는 방식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뽐내는 가해자들도 다수 있다.
이들은 사망한 피해자마저 성적 모욕의 대상으로 삼고 있다. 한 가해자가 디시인사이드 '우울증 갤러리'를 통해 성인 남성을 만난 직후 사망한 10대 피해자 A씨의 사진들을 올리자, 다른 가해자들은 "쟤가 라이브 켜고 뛰어내린 X이냐", "그래도 XX는 보여주고 갔네", "X은 좋네" 등 모욕적인 발언을 이어갔다. A씨뿐 아니라 다른 성범죄 피해자들도 조롱했다.
대화방 관리자는 여성 지인의 사진을 포르노와 합성(딥페이크)해 성적 모욕을 가하는 '지인 능욕'은 금지한다고 공지했다. 그러나 대화 참가자들은 지인 능욕 성착취물로 알려진 영상·사진을 공유하거나 여성 아이돌들의 딥페이크 성범죄물은 제재 없이 소비하고 있다. 친족·지인을 성적으로 모욕하기 위한 채팅방 개설을 모의하거나 1대1 대화를 통해 여성 지인을 모욕할 사람을 찾는 가해자들도 많다.
딥페이크 등 디지털 성범죄 처벌이 강화되는 와중에도 이들이 이처럼 디지털 성착취를 이어가는 데에는 텔레그램이 수사기관에 협조하지 않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 이들은 디지털 성범죄 관련 기사와 함께 경찰에게 잡히지 않을 방법을 공유하며, "요즘 많이 잡혀간다던데 이 방은 괜찮냐"고 물어보는 가해자에게는 "금전거래만 조심하면 된다", "텔레그램은 절대 이용자 정보를 수사기관에게 주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뉴스에 나와도 쫄지 말고 지능(지인 능욕)해라. 기사를 낸 기자도 능욕해라"라며 '기자 지능방'을 만들고 여성 기자들을 대상으로 딥페이크 성착취물을 제작한 가해자도 경찰에 잡히지 않은 채 이 방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쫄지 말라더니 기사 나오니까 방 폭파했네"라며 조롱하는 가해자에게 "계정이 삭제돼 방이 폭파된 것일 뿐"이라며 수사기관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을 과시했다.
이들의 범죄 양상을 살펴 보면, 대화방 폐쇄만으로는 딥페이크 성범죄를 근절할 수 없음을 알 수 있다. 가해자들은 누군가의 신고로 성착취방이 폐쇄돼도 성착취방 링크를 공유하는 '대피소'에 가입해 금세 다른 방으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평균 7000~8000여명이 들어와 있는 대피소는 마약을 판매하는 등 다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채팅방도 버젓이 홍보하고 있다.
결국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위해서는 수사·처벌 강화를 통해 가해자들에게 '언제든 붙잡힐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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