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날라린 줄만 알았더니 진국
‘야, 너가 너인 게 뭐가 미안해. 그냥 그게 넌데.’
처음엔 불편하다가, 좀 안쓰러워지더니, 결국엔 부러워진다. 이 낯선 온기는 은근 중독적이고. 세상의 모난 돌, 외로운 아웃사이더일지라도, 해맑게 웃을 수 있을 것 같은, 힘들지언정 외롭지는 않을, 특별한 따뜻함 그리고 든든함이다. 김고은·노상현이 그리는 찐 우정 이야기, ‘대도시의 사랑법’(감독 이언희)다.
시선을 싹쓸이하는 과감한 스타일과 남 눈치보는 법이 없는 자유로운 영혼의 재희(김고은). 그 튀는 개성 때문에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다. 정작 그 관심이 그녀에게 득이 되는 걸 별로 없다. 후회하지 않기 위해 노는 것도, 공부하는 것도, 뭐든 진심을 다하지만 여물지 않은 만큼 시행착오를 겪는다. 많이 도전하는만큼 좌절도 그잦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교훈을 얻기까지 적잖게 아프다.
그런 재희에게 눈길은 가지만 특별히 흥미는 없는 흥수(노상현). 사실 그는 성소수자다. 그 비밀을 누구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아 철벽을 치고 산다. 그런데 그걸 하필 재희에게 들켜버린다. 하지만 재희는 그런 흥수를 누구보다 존중한다. 흥수 또한 남들이 만들어내는 무성한 소문을 뒤로 한 채 재희를 믿고 응원해준다. 서로가 이상형일 수는 없지만 오직 둘만 이해할 수 있는 모먼트의 연속, 그렇게 이들은 친구가 된다.
수위 높은 장면들이 적지 않다. 더러 불편한 상황들도 있다. 그럼에도 그것이 억지스럽지 않다. 대중적이진 않지만 현실적이다. 아직 여물지 않은, 사회적 관념을 깬 두 청춘의 성장 과정은 아슬아슬하고 거칠다. 이언희 감독은 이 모든 걸 담백하지만 용기 있게 정면 승부한다. 어찌보면 상업적 측면에서 다소 리스크가 될 수도 있는 면면들을 타협없이 우직하게 담아낸다. 그 과정을 겪었기에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까지, 작품의 색깔을 잃지 않은 채로 무사히 도달한다.
단연 김고은·노상현의 빛나는 앙상블은 이 작품의 꽃이다. 이 감독이 우직하게 밀고 나갈 수 있는 에너지의 원동력이다. 현실감 있는 서사와 생동감 넘치는 케미가 든든한 두 축을 이뤄 끝까지 흡입력 있게 완주한다.
여러모로 대중성 면에선 리스크가 적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뜨겁게 응원하고 싶다. 취향을 떠나 의미있는 메시지가, 거침없는 아우라가, 용기 있는 대담하고도 섬세한 문법이 매혹적이다. 장르의 다채로움에 힘을 싣는 다는 건 이럴 때 써야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약 140만이다. 추신, 김고은..어떻게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어!
10월 1일 개봉. 15세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118분.
한현정 스타투데이 기자(kiki2022@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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