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신문이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확보한 자료를 보면 기상청의 강수예보 정확도를 판단하는 세 가지 지표(강수유무정확도·강수유무맞힘률·임계성공지수)는 2020년보다 하락했다. 전체 일기예보 중 비가 오는 것과 오지 않는 것을 정확히 예측한 비율인 ‘강수유무정확도’ 지수는 2020년 91.4%에서 올 8월 기준 89.1%로 하락했다. 이 지수는 강수예보의 정확도를 판단하는 데 가장 많이 쓰이는 국제적 기준으로 2010년(89.0%) 이후 처음 90%대 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비가 실제로 내린 날을 예보로 정확히 맞힌 비율인 ‘강수유무맞힘률’도 하락했다. 2020년 0.69였지만 올 8월에는 0.67로 집계됐다. 이 지수는 1에 가까울수록 정확도가 높은 것을 의미하는 만큼 0.1도 적잖은 차이다. 모든 강수예보 중 실제로 비가 내리는 날을 예측한 비율인 ‘임계성공지수’도 같은 기간 0.47에서 0.43으로 떨어졌다.
강수예보 정확도와 관련해 세계기상기구(WMO)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세 가지 지표가 모두 떨어진 것이다.
강수예보 정확도가 하락한 것은 기후변화로 인해 이상기후가 빈번해진 영향이 크다. 변화무쌍한 날씨를 현재의 예보모델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올여름(6~8월) 강수량 중 78.8%는 장마 기간 내렸는데, 이는 현대적인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래 가장 높은 비중이었다. 게다가 좁은 지역에서 강한 비가 내리는 경우가 잦아 시간당 강수량이 100㎜를 넘는 경우도 9회에 달했다. 허창회 이화여대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상기후에 관한 부실한 연구가 예보모델의 정확도 하락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기상청의 강수예보가 어긋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거나 호우 피해가 커진 지역이 많았다. 지난 7월 24일 새벽 부산에는 최대 163.4㎜의 장맛비가 쏟아졌다. 시간당 최대 강수량도 83.1㎜에 달하는 ‘극한호우’였지만, 바로 전날 기상청은 이 지역에 최대 20㎜의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780여억원을 투입해 개발한 ‘한국형수치예보모델’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점도 예보 정확도 하락의 또 다른 이유다. 한국형수치예보모델은 기상청이 기존에 사용하던 영국기상청통합모델(UM모델), 유럽에서 제공받는 유럽중기예보센터모델(ECMWF모델)보다 적중률이 낮다. 2020년부터 올 8월까지 평균 강수유무적중률의 경우 한국형수치예보모델은 0.44, UM모델은 0.46, ECMWF모델은 0.48로 집계됐다.
김해동 계명대 환경학부 교수는 “들쑥날쑥한 날씨로 인해 예측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업계 종사자들은 한국형수치예보모델보다는 기존 모델들을 더 신뢰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서명석 공주대 대기과학과 교수도 “한국형수치예보모델은 운영된 지 몇 년 되지 않아 축적된 기후 관련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많은 예산을 투입한 만큼 적중률을 높이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앞으로 기후변화 양상을 충실히 반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 주말에도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강한 비가 내려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전남 장흥군 장흥읍 평화저수지에서 A(89)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전날 오후 장흥읍 집 앞 배수로에 빠져 실종됐다. 사고 당시 자활센터에 갔던 아내를 마중하려고 집을 나섰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역은 전날 시간당 70㎜가 넘는 폭우가 쏟아졌다.
https://naver.me/FaftQ42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