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고체 배터리 경쟁 ◆
리튬이온 배터리는 리튬이온이 양극재와 음극재 사이를 이동하는 화학적 반응을 일으킨다. 다만 초소형화를 위해 곡선 형태로 배터리를 만들게 되면 판이 접히는 부분에 주름이 발생한다. 주름을 최소화하기 위해 너무 얇게 판을 제작하면 제조 과정에서 판이 끊어질 위험이 있다.
또 리튬이온 배터리는 충전이 되면서 내부 부피가 팽창하므로 여분의 추가 공간이 필요하다. 부피가 팽창하는 것은 액체 전해질을 사용하기 때문인데 액체 전해질이 들어 있는 배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패키징 또한 필수다.
패키징을 위해서도 추가 공간을 확보해야 하고, 양극과 음극 사이를 분리하기 위한 분리막이 추가로 필요해 공간을 차지한다는 문제도 있다.
삼성전기는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사업에서 확보한 적층, 소성(열처리), 세라믹 재료 기술 등을 활용해 소형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성공했다. MLCC는 반도체와 함께 정보기술(IT)·자동차 산업의 '쌀'로 불리는데, 삼성전기는 일본의 무라타와 함께 MLCC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기의 소형 전고체 배터리는 MLCC 공정과 유사하게 전극(양극·음극), 고체 전해질 재료를 얇게 쌓아 제작한다. MLCC와 같이 종이처럼 얇게 인쇄한 재료들을 번갈아 쌓아올린 후 절단하므로 제작 과정에서 주름이 발생하지 않는다.
또 전고체 배터리는 충전 시 부피 변화가 매우 작아 여유 공간을 확보해 둘 필요가 없으며, 별도의 분리막도 필요로 하지 않아 추가 공간을 차지하지 않는다. 쌓아올린 전고체 배터리는 필요한 크기와 모습으로 절단해 제작할 수 있어 형상 자유도가 높다. 화재 위험성을 낮추는 등 안전성도 우수하다.
삼성전기는 약 3년의 시간을 집중 투입해 지난달 전고체 배터리 연구개발을 완료했다. 삼성전기 관계자는 "전극과 고체 전해질 사이의 계면 저항을 개선하는 것이 관건이었다"며 "밀리미터(㎜)부터 센티미터(㎝) 단위까지 고객이 원하는 크기대로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단 삼성전자가 첫 번째 고객이 될 가능성이 높지만 스마트워치를 만드는 애플, 스마트링 제조사인 오로라링,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헤드셋을 개발하는 구글, 무선 이어폰 제조사 샤오미 등 웨어러블 기기를 생산하는 대다수 IT 기업이 삼성전기의 잠재 고객군이 될 수 있다.
그간 삼성전기는 전고체 배터리 관련 다수의 특허를 확보하며 사업화에 대비해 왔다. 전고체 배터리의 핵심 재료인 고체 전해질 조성과 독창적 배터리 구조 설계 등을 포함해 최근 3년간 40여 건의 특허를 해외에 출원했다. 최근에는 산화물계 고체 전해질의 내습성을 강화하는 데 중점을 둔 특허도 국내외에 등록했다.
이번 개발의 성공은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이 공언한 신산업 비전 '미래 프로젝트'의 첫 결실이라는 의미도 있다. 삼성전기는 전장(Mobility industry), 로봇(Robot), 인공지능(AI)·서버, 에너지(Energy) 등 4개 분야의 머리글자를 딴 Mi-RAE(미-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장 사장은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에서 "미래 산업의 기술 실현은 반드시 부품·소재가 기반이 돼야 가능하다"며 "미세화·박막화로 부품 기술 전환도 가속화하고 있어 이 분야의 핵심 기술을 보유한 삼성전기의 역할이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라스(Glass) 기판 △실리콘 커패시터 △전장 카메라용 하이브리드 렌즈 △소형 전고체 배터리 △고체 산화물 수전해전지(SOEC) 등 5가지를 진척이 가능한 사업으로 소개했는데, 소형 전고체 배터리가 가장 먼저 수면으로 올라온 셈이다.
웨어러블 배터리 시장은 점점 성장하는 추세다. 시장조사기관 VMR은 스마트 웨어러블 배터리 시장이 2023년 35억달러(약 4조6500억원)에서 2030년 92억달러(약 12조2300억원)로 연평균 5%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고체 배터리
충전·방전에 필요한 전해질을 불연성 고체로 사용해 외부 충격에 견고하고 안전성이 높다. 형상 자유도가 높아 평평한 형태는 물론 다각형, 곡면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할 수 있는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박승주 기자]
박승주 기자(park.seungjoo@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