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데뷔 이후 우리는 배우 박신혜의 연기에서 그 눈이 검은자보다 흰자가 많이 보이는 연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악마’라는 캐릭터 자체보다 더 놀라운 팔색조 연기. 그가 가운데 떡하니 버티고 있는 드라마 ‘지옥에서 온 판사’가 심상치 않다.
지난 21일 첫 방송 된 SBS 새 금토극 ‘지옥에서 온 판사’(이하 지판사)는 시청률 조사업체 닐슨 코리아의 집계에서 전국가구기준 1회가 6.8%, 2회가 9.3%를 기록했다. 2회는 수도권가구기준으로 9.8%였고, 순간 최고시청률은 10.4%로 두자릿수를 넘어섰다.
이는 인기리에 방송된 전작 ‘굿파트너’의 1, 2회 전국가구기준 시청률 7.8%, 8.7%를 넘어서는 기록이며 1, 2회 연속 방송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2회가 3%포인트 가까이 상승한 수치로 향후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드라마는 박신혜 데뷔 21년 만의 첫 ‘안티히어로’ 연기로 관심을 모았다. 지옥의 재판관인 유스티티아가 실수로 인간 세상에 떨어져 사망한 판사 강빛나(박신혜)의 몸에 깃들고 그가 1년 안에 지옥으로 가야 할 죄인 10인을 보내면 구제를 받는 과정이 큰 줄거리다.
박신혜는 지금까지 외로워도 슬퍼도 꿋꿋한 이른바 ‘캔디’ 캐릭터의 대명사로 불려왔지만, 이번 작품을 통해 온갖 명품을 휘감고 하고 싶은 말은 다 하면서, 다채로운 연기와 액션까지 버무리는 경지에 올라섰음을 보였다.
악마가 된 박신혜는 죄인이 가장 많은 형사부 판사를 하면서 일부러 판결을 가볍게 해 죄인을 세상에 풀어준 후 그를 다시 찾아가 죄인이 저지른 죄를 다시 경험하게 해주는 이른바 ‘함무라비 법전’식 처벌로 눈길을 끌었다.
그 과정에서 데이트폭력을 일삼았던 가해자에게 자신만의 세계에서 데이트폭력을 되돌려주는 장면에서는 마치 싸이코패스와 같은 박신혜의 연기가 돋보였다. 죄인에게 정신적인 고통을 되돌려준 박신혜는 화려한 액션으로 그를 제압한 후 죄인의 영혼을 지옥으로 보냈다. 2회 중반 등장한 처단장면은 초반 ‘지판사’의 하이라이트로 불릴 법했다.
드라마는 강빛나 역 박신혜와 한다온 역 김재영의 캐릭터 말고도 조력자 구만도 역 김인권 그리고 데이트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로 등장하는 장도하, 박정연 등 조연들의 연기도 눈길을 끌었다. 작품은 작품의 진짜 빌런이 유력한 이규형과 김홍파 등의 면면과 김광규, 이미도, 김재화, 김영옥 등 조연들의 모습도 공개해 이후 재미를 예고했다.
‘지판사’는 전작 ‘굿파트너’와 유사한 법정물이라는 점. 그리고 ‘굿파트너’의 파리올림픽 편성 변경 영향으로 토요일 1, 2회를 함께 방송해야 하는 약점을 오히려 강점으로 승화하며 강인한 첫 도장을 찍었다. SBS가 금토극 강세를 그대로 이어갈지, 박신혜의 ‘원맨쇼’에 또다시 관심이 몰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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