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정보 예은 "여성들이 자신의 야망을 큰 소리로 외치길 바란다"
4,848 46
2024.09.22 12:52
4,848 46
https://img.theqoo.net/CeKDOm
저는 삼남매의 둘째 딸로 태어났어요. 그래서 위로는 한 살 차이 나는 언니가 있고, 밑으로는 다섯 살 어린 남동생이 있어요. 덕분에 굉장히 전쟁같은 삶을 살았는데요(웃음).


자원은 한정되어있고 사람은 많을 때 굉장히 많은 싸움이 일어나잖아요. 그래서 저는 어릴 때부터 파이터로 살았던 것 같아요. 이를테면 실내화라든지, 내일 입을 옷이라든지, 하나 남은 라면봉지라든지. 그런 것들을 두고 정말 치열하게 싸웠었어요. 그렇게 하지않으면 제 몫이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어릴 때부터 좀 시끄럽고, 자기주장도 강하고, 할 말은 하고 사는 사람이었던 것 같아요.


SLInMl
그러던 제가 가수의 꿈을 꾸게 되었어요. 저는 제 주장을 항상 강하게 말했던 편이기 때문에 제가 가진 생각들을 항상 이야기하고 다녔었거든요. 그래서 학교에서 보컬동아리도 했었고, 댄스동아리도 했었고 어떻게 보면 좀 유명했어요.


그렇게 활발하게 활동을 하다 보니까 저에게 어떻게 보면 충고, 혹은 조언이 섞인 악담을 하는 분들이 계셨어요. 왜냐하면 너무 허황된 꿈을 꾸는 것처럼 느껴졌나 봐요. 저희 담임 선생님은 제가 가수의 꿈을 꾼다고 하니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예은이는요, 그 왜 호텔 가면 있잖아요. 그 엘리베이터에서 올라갑니다, 내려갑니다 하는 분들 있어요. 그런 직업을 하면 딱이에요.”


그런 말씀을 항상 저에게 하셨어요. 고지식했던 한문선생님은 제가 가수의 꿈을 키우고 있다고 하니까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내가 너 같은 애들 정말 많이 봤는데, 지금 걔네들이 다 뭐 하는 줄 아니? 다들 밤업소에서 서빙하고 있어.”

 

저는 그분들을 절대 비하하거나, 낮춰보려는 의도가 아니고 그게 제가 (가수가 되겠다고 말해서) 고등학교 때 들었던 이야기예요.


(*계속된 父의 외도로 母父가 2000년에 이혼한 후 삼 남매 모두 모친 품에서 성장함. 싱글맘이었던 모친이 너무 힘들어했기 때문에, 자신까지 기댈 수 없다고 생각한 예은은 학교에서 누구랑 무슨 일이 있었는지 말하지 않았음.)


그리고 한 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저를 직접 가르치는 선생님은 아니셨어요. 야자시간에 잠깐 감독하러 들어오셨는데 그 때 제가 짝꿍이랑 떠들고 있었어요. 야자 감독 선생님은 그런 저희 둘 머리를 콩콩 때리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그렇게 대가리에 든 거 없이 춤만 추고 다녀서 나중에 뭐가 될래?”


아, 안타깝죠. 저 사실 정말 창피하고 무안했는데, 정말 다행히도 그때 제 옆자리에 앉았던 제 짝꿍이 그 선생님한테 이렇게 이야기를 했어요.


wduXLz
“선생님, 예은이 저희 반 일등인데요.”

 

네, 공부하길 참 잘했습니다(웃음). 그런 일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왜 하냐면요, 사실 저는 머릿속에 지우개가 있어요. 그러니까 옛날 일들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편이거든요. 친구들이나 가족들이 ‘야 너 그때 그랬었잖아, 이랬었잖아’하면 저는 하나도 기억을 못 해요. 정말 지우개처럼.


그런데 이렇게 제 마음속에 오래 남는 일들이 있어요. ‘왜 이렇게 안 잊혀지지? 왜 그때 그 순간들이 선명하게 기억나지?’하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그래서 제가 곰곰이 생각을 해봤어요.


‘왜 나는 이 일들이, 1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날까?’하고 생각을 해보니까 제가 그 당시에 제 이야기를 하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더라고요.


그러니까 그 상황에서 저는

“아니요! 저 춤만 추는 거 아니고, 공부도 열심히 하거든요.”

“아니요! 저는 열심히 해서 꼭 가수가 될 거예요.”

“저는 제 꿈을 꼭 이룰 거예요!”

라는 말을 하지 못했어요.


wCXFwA
왜 그랬을까 생각을 해봤는데,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오디션을 보러 다니기 시작했거든요.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이 될 때까지도 어떤 회사에 들어가지 못했어요.


어떻게 보면 재능도 부족했고, 끼도 부족했고. 당연히 주변에서 봤을 때는 그만하라고 하고 싶었겠죠, 이제 곧 고3인데. 공부도 그럭저럭하는 애가 지금 꿈 찾는다고, 가수 되겠다고 저러고 다니다가 정말 아무것도 안 될 수도 있잖아요.


저 스스로도 그런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내 스스로에 대한 자신이 없고 확신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그분들한테 당당하게 얘기하지 못했던 거죠.


그런데 만약에 지금의 제가 시간여행을 할 수 있어서 그 당시로 돌아간다면 어떨까요? 그럼 저는 그 선생님들한테 당당하게 얘기할 거예요.


“아니요! 저 가수되거든요!”


그렇게 꿈만 꾸던 저는 온갖 걱정과 조언과 충고를 듣던 그 다음 해(2007년)에 원더걸스로 데뷔를 하게 됩니다. 데뷔하고 나서도 쉽지는 않았지만 제가 하고 싶은 노래를 많이 불렀고, 제가 하고 싶은 춤을 많이 췄고. 많은 분들을 만났고, 많은 사랑을 받았고 굉장히 행복한 시간을 보냈죠.


VUlnBk
그런데 저는 지금 이 자리에 핫펠트라는 이름으로 나왔습니다.  


이 핫펠트라는 이름은 제가 2011년에 JYP 작곡가로 계약을 하면서 사용하게 된 프로듀서 이름인데, 저는 데뷔하기 전부터 곡을 만드는 걸 좋아했어요.


음악이라는 게 주는 힘이 좋았거든요. 굉장히 짧은 시간에 갑자기 사람의 마음에 가서 이렇게 훅 치고 들어오잖아요. 그런 힘이 있다는 걸 알게 되고 저는 노래를 부르기도 했지만, 노래를 저 혼자 만들기도 했어요.


그러다가 2014년도에 솔로 앨범을 준비하게 되면서, (17곡 중) 7곡을 준비해서 회사 분들에게 들려드렸어요. ‘저는 이렇게 미니앨범을 내고 싶습니다’ 하면서 회사 분들을 많이 모아놓고 1번 트랙부터 7번 트랙까지 쫙 들려드렸어요. 다들 많이 난감해하시더라고요.


https://img.theqoo.net/BSGCVA

혹시 제 1집 앨범을 들어보신 분 계시나요? 들었을 때 많이 난감하셨나요? 안 들어보신 분들이 많으셔서(웃음). 좀 많이 우울하고,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들이 담겨있고 많이 어두워요.


사람이 생각하는 원더걸스로서의 저의 모습, 원더걸스 예은으로서의 저의 모습은 밝고 당당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모습이었는데 제가 가지고 온 음악은 그렇지가 않았던 거예요. 그래서 회사의 많은 분들이 당황을 하셨죠.


“예은아, 왜 그러니. 내가 아는 너의 모습을 정말 밝고 에너지가 넘치는 아이인데, 왜 너한테는 이런 어두움이 있니?”


굉장히 궁금해하셨어요. 그래서 저도 궁금했죠. 도대체 저는 왜 이럴까요?


제가 가수의 꿈을 꾸게 되었던 어린 시절. 저는 SES와 핑클, 베이비복스를 보면서 자랐어요. 그들을 보면서 춤을 따라 하고, 친구들이랑 모여서 안무 연습을 하고 장기자랑도 나가고.


하지만 한편으로는 자우림의 노래를 들으면서 제 안에 쌓여있던 슬픔이나 분노를 표현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 속에 있는 감정들을 풀어냈을 때는 좀 많이 어둡고, 조금 많이 우울하고..

wFqaOP
제가 내렸던 선택은 예은으로서 많은 분들이 기대하셨던 모습을 보여주는 게 아닌, 핫펠트로서 제 음악을 보여주는 것이었어요.


물론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지 않을 수도 있고, 많은 분들이 불편해하실 수도 있어요. 이런 말을 정말 많이 들었어요.


“그냥 예은하지, 왜 핫펠트야?

그냥 대중적인 거 하지, 무슨 자기 음악이야.

그냥 아이돌 하지, 무슨 아티스트야.”


그런데 이런 말 여러분들도 많이 듣지 않으세요? 아닌가요? 살다 보면.. 제가 정말 느낀 건데요. ‘그냥 뭐뭐하지, 웬 뭐뭐뭐야’라는 말 중에 정말 진심어린(heartfelt) 말은 단 한마디도 없어요. 저는 이런 이야기들을 10년 전에도 들었었거든요.


“그냥 공부나 하지, 웬 가수야.

그냥 대학이나 가지, 웬 가수야.”


nlDrcZ
미래는 정말 아무도 알 수 없잖아요. 그런데 왜 그분들은 왜 당당하게 마치 미래를 내다본 것처럼 얘기하는 걸까요?


10년 전 아무것도 아닌 고등학생 예은에서 원더걸스 예은이 되는 과정이 힘들었듯이, 지금 원더걸스 예은에서 핫펠트가 되는 과정도 굉장히 길고 어렵고 복잡합니다.


그런데 저는 저에 대한 확신이 있어요. 세상 누구보다 제가 제 자신을 잘 안다고 믿고, 누가 뭐라고 하든지 제가 옳다고 생각하는 길을 갈 거예요.


https://img.theqoo.net/kLtIpT

저에게 이런 확신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은데, ‘Girls Be Loud’ 란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왜냐하면 굉장히 유명한 말이 있잖아요.


‘Boys Be Ambitious’


왜 여자들에게는 그런 이야기가 없을까? 그런 말을 하나 만들고 싶었어요. 제가 감히 뭐라고(웃음), 제가 그럴 위치는 아니지만.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 진짜 멋진 말이죠. 우리 여자들도 야망이 있죠? 그렇죠?


tQIMYS
다만 우리는 좀 더 고민하고 망설이게 되는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많은 선례들이 없었고.


사회에서 주어지는 여성에 대한 역할이라든지, 시각이라든지, 사람들이 기대하는 어떤 부분들에 있어서 우리의 야망이 부딪힐 때가 참 많은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말이 주는 힘을 믿어요. 정말 아무것도 아닌 것 같지만, 제 고등학교 시절에 선생님들이 해주셨던 말들이 비수가 되어서 제 가슴에 박혀있기도 하고, 저에게 따듯한 등불이 되어서 아직도 제 가슴속을 비춰주고 있기도 해요.


ZQtvJF
살다 보면 우리는 점점 우리에게 좋은 말을 하는 사람들보다는, 우리를 응원해주고 지지해주는 사람들보다는.


우리를 깎아내리고, 우리를 멈춰 서게 하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많잖아요. 그럴 때 우리 스스로 나 자신에게 이야기해줬으면 좋겠어요.


“난 할 수 있다. 나는 잘하고 있다.

나는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존재다.”


라는 이야기를 우리 스스로에게 해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SzOesX
저에게 정말 소중한 멘토가 되어주시는 언니가 계세요. 며칠 전에도 선물과 함께 편지를 보내주셨어요. 많은 말들이 적혀있었지만, 그 중 한 구절이 제 마음속에 쾅하고 박혔어요.


소향 “예은아, 세상이 참 너에게 파도같구나.”


세상은 가끔씩 가만히 서 있는 저에게 파도처럼 밀려올 때가 있는 것 같아요. 여러분들에게도 그런 순간들이 있겠죠.


정말 다행인 것은 제가 얼마 전부터 서핑을 배우기 시작했다는 것이죠(웃음). 그래서 저는 저에게 불어오는 파도를 잘! 탈 거예요. 여러분들도 (인생의) 서핑을 꼭 배우시길 바라요. 지금까지 싱어송라이터 핫펠트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 2018 원더우먼 페스티벌 핫펠트 강연

목록 스크랩 (2)
댓글 46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오노마🧴] 시코르 에센스 부문 1위! 5중 토탈 안티에이징 케어! 신세계가 만든 오노마 원더 투머로우 에센스 체험 이벤트 57 00:38 1,046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2,694,616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6,373,35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4,256,987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5,581,662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1 21.08.23 4,705,974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3,730,44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40 20.05.17 4,271,63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77 20.04.30 4,779,56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18번 특정 모 커뮤니티 출처 자극적인 주작(어그로)글 무통보 삭제] 1236 18.08.31 9,431,35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79891 정보 네이버페이12원 30 01:00 1,329
279890 정보 충격실화, 2025년 1월 1일까지 100일 남았음 4 00:18 646
279889 정보 2️⃣4️⃣0️⃣9️⃣2️⃣3️⃣ 월요일 실시간 예매율 순위 00:04 370
279888 정보 2️⃣4️⃣0️⃣9️⃣2️⃣2️⃣ 일요일 박스오피스 좌판/좌점 5 00:03 622
279887 정보 네이버페이 1원+1원+1원+15원+1원+10원+10원+10원+1원+15원 132 00:01 9,127
279886 정보 네이버페이 35원+25원+3원+2원 추가 126 00:01 9,905
279885 정보 토스 행퀴 32 00:00 1,576
279884 정보 세상에 이런일이 새MC 36 09.22 4,153
279883 정보 호주에서 만들어졌지만 한국의 편의점에서 인기있다는 음식을 해외 요리 유튜버가 만들어보았다. 16 09.22 6,176
279882 정보 ⚠️환공포증 주의⚠️ 은근히 모르는 사람이 많은 연자육 24 09.22 4,595
279881 정보 가사가 진짜 좋은 영화 <늑대의 유혹> OST 수록곡들 6 09.22 868
279880 정보 세상에 이런일이 새로운 MC 5명 33 09.22 5,882
279879 정보 12년만에 재회한 추억의 뮤직온탑 엠씨 윤두준 이현우 09.22 613
279878 정보 하늘 맑겠으며 아침엔 쌀쌀하겠지만 낮엔 따스해 일교차 클 내일 전국 날씨 & 기온.jpg 5 09.22 2,355
279877 정보 [지진정보] 09-22 20:23 울산 동구 북동쪽 12km 해역 규모2.2 계기진도 : 최대진도 Ⅱ(울산) 8 09.22 1,037
279876 정보 사랑 앞에선 모두 동등한 라이벌 어리다고 얕보지 마라 4 09.22 2,005
279875 정보 아마도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CM송 22 09.22 3,727
279874 정보 [KBO] 프로야구 9월 22일 각 구장 관중수 3 09.22 1,074
279873 정보 [KBO] 프로야구 9월 23일 각 구장 선발투수 8 09.22 1,350
279872 정보 [KBO] 프로야구 9월 22일 경기결과 & 순위 20 09.22 2,4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