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작가이자 인플루언서 마크 맨슨이 한국을 방문한 후 ‘세계에서 가장 우울한 국가를 여행했다’는 영상을 올려 화제다.
맨슨은 『신경 끄기의 기술』 등 유명 자기계발서를 집필한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구독자 140만명을 보유한 유튜브 크리에이터이기도 하다.
맨슨은 약 24분간 이어지는 영상에서 한국이 경제·문화적으로 전 세계 주목을 받고 있지만 한국인들은 깊은 우울증과 외로움을 앓고 있으며, 이는 한국이 유교 문화의 나쁜 점과 자본주의의 단점을 극대화한 결과라며 안타까워했다.
.
.
맨슨은 한국에서 15년간 살며 스타크래프트 해설가 활동을 하고 있는 니콜라스 플롯을 만났다. 플롯은 “내가 여기 처음 왔을 때 놀랐던 것 중 하나가 직업윤리였다. 그들은 거의 과로할 뻔했으나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며 “서울 교외의 한 아파트에서 15~16명의 게임 플레이어가 이층 침대를 쓰면서 PC방과 비슷한 환경에서 훈련했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서로 밀어붙여 점점 나아지게 하는 작은 생태계가 생기면 한국인이 (그 환경을) 완전히 지배한다”며 “자신이 잘하는 일에 전념하도록 강요한 다음 가능한 많은 성과를 짜내기 위해 사회적 압력, 경쟁을 적용하는 공식은 효과적인 것으로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시에 나는 그것이 만들어낸 심리적 부진도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고 덧붙였다.
.
.
맨슨은 원인을 찾고자 한국의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이서현씨를 만났다. 이 작가는 “교육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모든 분야에서 경쟁이 심하다. 한국엔 완벽주의자가 많다. 만약 100점을 맞지 못하면 실패한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라며 “이는 우울증과 연관이 깊다. 항상 실패의 느낌을 갖게 된다”고 말했다. 이 작가는 “6·25전쟁 후 한국의 경제 성장은 정말 빨랐다. 가장 강한 자만이 살아남았다”며 한국이 경쟁을 중요하게 여기게 된 원인을 짚었다.
이에 맨슨은 “20세기 한국의 경제적 기적을 보면 야망이나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였다”며 “국가를 경제적으로 건설하기 위해 정부는 잔인한 교육 시스템을 만들었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한국 젊은이들에게 엄청난 부담과 기대를 안겨줬다”고 정리했다. 이 작가는 “6~7살부터 성취에 대한 압박감이 생겨난다. 예를들면 ‘영어유치원’에서부터 시작된다. 그게 현실”이라고 말했고, 맨슨은 “초등학교 때부터 대학 준비를? 끔찍하다”면서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맨슨은 ‘인지왜곡’이라는 개념에 대해 “세상과 우리의 삶을 보는 잘못된 방식”이며 “이는 더 큰 불안과 우울증으로 이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가장 흔한 인지 왜곡은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라는 사고인데, ‘A가 똑똑하지 않다면 A는 멍청한 게 틀림없다’라고 보는 것”이라며 “한국 젊은이는 ‘전부가 아니면 전무’라는 평가를 받는 것 같다. 정신건강 관점에서 이건 좋은 일이 아니다”고 우려했다.
특히 한국이 유교 문화의 나쁜 점과 자본주의의 단점을 극대화한 점이 안타깝다고도 강조했다. 맨슨은 “유교 문화에서는 개인이 없다. 모든 것이 가족 중심으로 이뤄진다. 가족을 위해 더 많이 희생할수록 더 나은 사람이 된다. 당신이 희생할 의지나 능력이 적을수록 더 많은 수치와 심판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교 문화에서는 우울증이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같은 정신 건강 문제를 공감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인격의 실패로 판단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이는 건강한 태도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맨슨은 “한국은 슬프게도 유교의 가장 나쁜 부분인 수치심과 판단력을 유지하면서 가장 좋은 부분인 가족 및 사회와 친밀감은 내버려 둔 것 같다”며 “자본주의 최악의 면인 현란한 물질주의와 돈벌이에 대한 노력은 채택하면서 자기표현 능력과 개인주의는 무시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상충하는 가치관의 조합이 아마도 엄청난 스트레스와 절망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맨슨은 또 “정신적 웰빙의 가장 큰 부분이 자기 삶의 자율성과 통제성, 즉 내가 어떠한 것을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인데 한국 직장문화에서는 그러기 어렵다”며 개인이 없다 보니 자율성이 떨어지는 것 또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고 봤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251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