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섯 쌍둥이 초음파 사진
국내에서 자연임신으로 생긴 다섯쌍둥이가 처음으로 태어났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는 20일 산부인과 홍수빈ㆍ소아청소년과 윤영아ㆍ신정민 교수팀이 30대 산모의 다섯쌍둥이 분만을 성공리에 마쳤다고 밝혔다. 자연임신으로 생긴 다섯쌍둥이를 분만한 국내 첫 사례다. 다섯쌍둥이는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국내에서 1987년, 2021년에 다섯쌍둥이가 태어난 적이 있지만 둘 모두 모두 난임 시술로 임신한 사례다. 자연임신으로 다섯쌍둥이 태어난건 이번이 처음이다.
병원에 따르면 산모는 결혼 후 임신을 준비하기 위해 찾은 산부인과에서 다낭성 난소 증후군을 진단 받고 치료를 시작했다. 작은 난포가 동시에 발생하는 것을 치료해 정확한 배란을 유도하는 첫 치료 후 바로 자연임신이 됐다. 부부는 다행스럽게도 빨리 찾아와준 아기의 태명을 ‘팡팡이’로 지었다.
하지만 아기는 한명이 아닌 다섯 쌍둥이였다. 부부는 다섯 생명 모두를 지키기로 결심했다. 태명도 다섯으로 구성된 파워레인저에 빗대어 ‘팡팡레인저’로 정했다.
부부는 다둥이 출산 권위자인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전종관 교수를 찾았고, 아이를 지키기 위해 꾸준히 진료를 받았다. 산모는 출산 예정일인 12월이 되기 훨씬 전부터 만삭처럼 배가 불렀다. 전자간증(임신중독증)까지 나타나 출산을 더는 미룰 수 없게 됐다. 의료진은 산모와 아이들이 위험할 수 있다는 판단에 긴급 제왕절개 수술을 결정하게 됐다. 하지만 신생아중환자실 자리가 꽉 차있어 다섯명의 아기를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아기들은 1㎏ 미만 초미숙아로 태어날 것으로 예상됐는데 이런 경우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집중적인 치료가 필요해서다. 전 교수는 서울성모병원에 산모를 받아줄 수 있을지 문의했고, 19일 빠르게 전원이 결정됐다.
다섯 쌍둥이 30대 부부 만삭사진
서울성모병원 측에서는 개원 후 처음 있는 오둥이 분만을 위해 산부인과는 물론 마취통증의학과 허재원 교수, 소아청소년과 김세연 교수, 분만실 전담간호사 등이 철저한 사전 계획을 세웠다.
11시 37분 첫 번째 남자아이가 969g으로 태어났다. 11시 40분 둘째 남아(888g), 11시 41분 셋째 남아(953g), 11시 42분 넷째 여아(736g), 11시 43분 다섯째 여아(781g)까지 순차적으로 수술이 이어졌다. 이후 아기들은 안전하게 집중치료실로 옮겨졌다.
산부인과 홍수빈 교수는 오둥이 수술 전날 밤 수술하는 꿈을 계속 꿀 정도로 철저하게 수술을 준비했다고 한다. 홍 교수는 “세계적으로 드문 사례인 고위험 산모의 분만이라 걱정도 됐지만, 마취통증의학과 교수님들, 소아청소년과 교수님 등 여러 의료진들이 달려와 힘을 모아 주신 덕분에 산모가 계획대로 출산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소아청소년과 윤영아 교수는 “첫 아가가 세상에 나오고 난 후 네 명의 아가가 연달아 나오기 때문에 순차적으로 신속하게 처치가 필요했다. 신생아 교수진과 간호사들이 철저하게 사전 준비와 시뮬레이션을 해왔던 것들이 주요했다. 앞으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퇴원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이에스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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