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더글로리] 김은숙이 영혼 갈아서 쓴 것 같은 학폭 피해자 '문동은(송혜교)' 대사
5,560 28
2024.09.20 12:52
5,560 28
uNbpmn



연진
아 그거 아니? 네 딸은 거꾸로 보는 세상을 좋아하는 거.
세상이 거꾸로인 순간엔 모든 색이 헷갈려도 이해받기 때문일까.



단 하루도 잊어본 적 없어.
어떤 증오는 그리움을 닮아서 멈출 수가 없거든.



흉터는 가렵고 생리통으로 배는 끊어질 듯 아프고
그 순간 그런 생각이 들더라.
약국은 9시에 열고 한강은 20분만 걸으면 된다.
물은 차가울 거고 그럼 다 편해질 거야.
너무 가렵지 않을 거야. 그게 어디야. 이게 맞을 거야.



매일 생각했어 연진아. 난 너를 어디서 재회해야 할까?
모든 것을 가진 네가, 세상 누구도 두렵지 않을 네가
순간이나마 내가 두려울 곳은 과연 어딜까?
아무리 생각해도 거기뿐이라 60 제곱미터의 나만의 체육관 말이야.
난, 아주 말캉하고 뽀얀 네가 제일 아끼는 고데기를 들 거야 연진아.



'눈에는 눈으로 이에는 이로'
'파상은 파상으로 때린 것은 때림으로 갚을지니'
글쎄, 그건 너무 페어플레이 같은데요. 여러분.



결혼 진심으로 축하해 연진아. 미안하지만 축의금은 준비 못 했어.
근데 뭐, 인생의 경조사가 결혼식만 있는 건 아니잖아.



2015년 그해 봄이 난 참 좋았어.
난 두 번의 도전 끝에 임용에 붙었고  고맙게도 엄마가 됐으니까.
가을에 태어날 니 아이의 이름을 난 백 개도 넘게 지어 봤어.
건배도 내가 대신했어. 타락할 나를 위해, 추락할 너를 위해.



아침마다 날씨 채널을 봐요.
예년보다 포근한 날씨의 겨울을 난동이라고 한대요.
겨울철 짙은 안개는 세밑 한파 뒤 찾아오는 난동이 원인이고.
지들은 따뜻하니까 밖이 얼마나 추운 줄도 모르고 한갓지고 그저 해맑고.



오늘부터 모든 날이 흉흉할 거야.
자극적이고 끔찍할 거야.
막을 수도 없앨 수도 없을 거야.

나는, 너의 아주 오래된 소문이 될 거거든.



남의 고통에 앞장서던 그 발과 나란히 걸은 모든 발,
남의 불행에 크게 웃던 그 입과 입 맞춘 모든 입.
비릿하던 그 눈과 다정히 눈 맞춘 모든 눈,
조롱하고 망가뜨리던 그 손과 손 잡은 모든 손,
그리고 그 모든 순간에 기뻐하던 너의 영혼.
난 거기까지 가볼 작정이야, 연진아.
용서는 없어, 그래서 그 어떤 영광도 없겠지만.



여기까지 오는 데 우연은 단 한 줄도 없었어.



궁금해라. 내 몸은 이미 다 망가뜨렸고,
내 영혼도 이미 부서뜨렸고 가 뭘 더 할 수 있는데?
예솔이 전학? 꿈도 꾸지 마. 내 전근, 생각도 하지마.
넌 지금부터 그냥 당하는 거야. 내가 그랬던 것처럼.



사과하지 마. 사과받자고 10대도, 20대도, 30대도 다 걸었을까.
넌 벌 받아야지. 신이 널 도우면 형벌, 신이 날 도우면 천벌.



무지개가 왜 일곱 빛깔인지 이해할 수도 없고,
과일이 익어가는 것도 눈치챌 수 없는

누군가의 세계를 난 외려 격려했어 연진아.



난 네가 시들어가는 이 순간이 아주 길었으면 좋겠거든.
우리 같이 천천히 말라 죽어 보자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



그런 순간들 말이야. 누군가를 좋아하고 좋아해도 되는
그런 순간들이 삶인 거면 내가 살아 있던 날들은 과연 며칠이나 될까 연진아.



좋겠어요, 선배는.
초콜릿 상자 같은 유년이었을 거고, 구김 하나 없는 좋은 어른으로 커서.
그렇게 입바른 소리만 해도 세상 살 만해서.



제가 거짓말했어요. 찌개를 끓이는 그런 저녁은 오지 않아요.
이모님은 선아를 잃게 되실 거예요. 하지만 선아는 안전하겠죠.
폭력을 행사하는 아빠한테서도, 죽음을 공모한 엄마한테서도.
우리가 공모한 건 그런 거예요.



당해봐서 아는데 각오를 했어도 이런 폭력은 많이 아파요.



그동안 감사했어요.
이젠 살고 싶었던 세상으로 가세요.
그곳에서 나의 이모님 말고
강현남으로 사세요, 명랑하게.



흉터는 시도 때도 없이 가렵고 아리고 뜨거울거야.
나도 그랬거든.
내가 복수를 왜 하는지 알아?
18년 동안 너희가 나를 잊었더라?
그래서 하는 거야, 기억되려고.
너도 기억되고 싶은 누군가가 생겼지?



나는 우리의 끝이 내가 세상에 있든 없든
너의 세상이 온통 나였으면 좋겠어.
살아 숨 쉬는 모든 순간, 뼈가 아리게, 억울해하면서.



 도와주는 거 아냐.
어디서 살든 어떻게 살든 이만큼은 짊어지고 살아.
그리고, 나 이제 더는 그 복도에 서 있지 않아.
그러니까 너도, 그 체육관에 더는 서 있지 마.



억울하긴 나도 마찬가지야.
이봐, 신은 날 돕지 않는다니까. 고작 형벌?
그러니 어떡해. 이 감옥이 너의 지옥이길,
평생 넌 아무것도 모른 채 이 지옥에서 오래오래 살아주길 계속 비는 수밖에.


그건 내가 할게. 날 죽이는 건 내가 할게. 그러니까 우린, 이제 그만... 안녕.
죽이고 싶었던 나의 연진아, 안녕.
이게 내 마지막 편지야.
그 외 여러분도 안녕히.
당신들도 나처럼 뜨거웠기를. 쓰리고 아팠기를.



한때는 그런 생각을 했어요.
누가 됐든 뭐가 됐든 날 좀 도와줬다면 어땠을까.
그렇게 열여덟 번의 봄이 지났고
이제야 깨닫습니다.
저에게도 좋은 어른들이 있었다는 걸.
친구도 날씨도 의 개입도요.
그리고 봄에 죽자던 말은
봄에 피자는 말이었다는 걸요.
저를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잘 크진 못했어요.
하지만 언젠가는 어느 봄에는 활짝 피어날게요.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목록 스크랩 (3)
댓글 2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노프랍] 요새 너무 춥죠? 피부에 바르기만해도 따뜻해지는 히팅 클렌징 밤🌽 노프랍 체험단 이벤트 227 11.09 18,001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523,549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303,247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5,468,842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6,816,68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3 21.08.23 5,192,42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4,171,175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50 20.05.17 4,731,962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2 20.04.30 5,218,378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9,954,356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49326 이슈 19년전 내이름은 김삼순에서 현빈 액자씬.gif 17:11 32
2549325 기사/뉴스 '막말 논란' 임현택 의협회장 탄핵...취임 6개월만 / YTN 17:10 13
2549324 이슈 "2천명 몰린다" 서울판 '나는솔로' 대박 조짐...경쟁률 16.7대1 17:10 42
2549323 유머 밤에 자려고 누우면 불안해지는 이유 17:10 93
2549322 이슈 직장인들이 선호하는 사무실 인테리어 갑 6 17:09 538
2549321 유머 김풍 수염의 비밀ㄷㄷㄷ 2 17:09 377
2549320 정보 [4K] 사쿠라자카46(Sakurazaka46), 10th Single 'I want tomorrow to come'에 대해 소개하는 간단한 인터뷰 진행! 17:08 32
2549319 이슈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연준 X 비비지 신비 '쉿' 챌린지 9 17:08 182
2549318 이슈 아빠가 사오는 각종 빵... 13 17:06 1,119
2549317 유머 1층에서는 먹으면 안되는 식당 13 17:06 1,013
2549316 이슈 키오프 쥴리 x 더보이즈 에릭 Igloo 챌린지 1 17:05 126
2549315 이슈 오퀴즈 17시 정답 3 17:05 105
2549314 이슈 최근 공개됐는데 반응이 거의 없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한국 드라마...jpg 27 17:04 2,722
2549313 이슈 입짧은햇님 부모님의 말씀.jpg 7 17:04 1,606
2549312 이슈 작년에 출시된 개쩌는 초콜릿...... 8 17:03 1,618
2549311 이슈 나는 이 놀이기구 탈수있다 vs 없다 11 17:02 500
2549310 기사/뉴스 성심당 우리밀밭 보고 싶은 덬!! 성심당, 밀도 직접 키운다…“관광 자원화” / KBS 2024.11.10. 3 17:01 437
2549309 유머 뮤직뱅크 레전드.....gif 26 17:01 1,404
2549308 정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평균소득 차이 11 17:00 1,366
2549307 이슈 중국집 배달 진상 사례  12 16:59 1,3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