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교수는 가족이 일본군 위안부로 강제로 끌려갔다면 사람들이 가만히 있지 않았을 텐데 그런 사건이 보도된 적이 없다는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그는 “위안부는 대부분 2년 계약제”였다며 “돈을 벌어서 갔다가 돌아오고, 그 기록들이 지금 다 남아 있다”고 했다.
A교수는 일제의 한반도 강점이 불가피했다는 취지의 말도 했다. 그는 “미국, 영국, 프랑스, 그리고 스페인, 포르투갈, 일본이 다 식민지를 만들지 않았냐”며 “그 당시 식민지 대상이 되는 국가는 기본적으로 스스로 국가를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없는 나라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일본 사람들이 사과를 35번이나 했는데 안 한다고”라고 했다.
“A교수 발언은 역사 왜곡이자 2차 가해”···수강생의 대자보
학생들은 A교수의 발언에 반발했다. 19일 한신대 교정에는 ‘사회조사방법1 수업 수강생’ 명의의 대자보가 붙었다. 이 학생은 대자보에서 “A교수가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고 왜곡하고 있으며, 이는 피해자들에 대한 엄연한 2차 가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A교수의 사과와 대학 차원의 징계를 요구했다.
이 학생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위안부가 된 과정은 개인마다 다른데도, 가부장적인 사회 분위기에서 피해자들의 남성 가족에 의해 팔려 간 사례만 부각하며 강제 징용된 증거가 별로 없다고 주장하는 것은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들을 조직적으로 성노예화시켜 착취한 것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의 핵심이고, 이 문제에서 일본의 책임은 지워질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했다. 일본이 이미 사과했다는 발언에 대해선 “우리가 사과를 진정성 있다고 여기지 않는 이유는 전범을 신으로 모시고, 매년 총리가 신사에 참배를 하러 가며, 미래 세대들에게 자신들의 잘못을 가르치지 않는 등 행동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자보는 대학생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의 한신대 자유게시판에도 게재됐다. 한 학생은 2021년부터 A교수의 수업을 들었다면서 “이런 발언하실 때마다 전공필수 과목이라 답답해도 넘기고 있었는데, 이렇게 규탄서를 써주셔서 감사하다”는 익명 댓글을 남겼다. A교수의 문제 발언이 일회성이 아니었음을 추정케 하는 내용이었다.
A교수는 경향신문과 통화하면서 “사회문제를 다루는 수업에서 자료들을 많이 얘기하긴 했다”면서 발언 내용을 시인했다. 그는 ‘일본군 위안부 강제 징용 근거가 별로 없다’고 한 주장의 근거를 묻자 “<반일종족주의> 책에 많이 나와 있다”고 답했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 등이 2019년 출간한 <반일종족주의>는 일제강점기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고 식민지 근대화론을 옹호하는 주장을 담고 있다. A교수는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기자의 이어진 질문에 “실제로 간 사람들이 모르고 갔을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저항의 기록이 안 보이면 누군가 대신 돈을 받고 팔았거나 모른 것일 것”이라고 했다.
A교수는 자신의 발언이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라는 비판을 부정했다. 오히려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를 공론화하는 것이 피해자의 상처를 헤집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피해자들이) 한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 그걸 묻어버리고 자연스러운 생활을 하려고 했던 사람들인데, 국민들이 정치적으로 할머니들의 상처를 헤집고 있다고 본다”고 했다.
A교수는 일본군 성노예제 공론화가 상처를 헤집는 일이라면서 강의실에서 이 사안을 언급한 이유를 묻자 “양쪽의 입장을 고루 들어야 하는데, 한쪽으로 논의가 경직되는 것을 염려하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는 “2000년대 초반까진 학교에서 모든 논의가 자유로웠는데 점점 학생들이 환경·여성·반일 등 모든 것에 있어서 확고한 하나의 입장만 가지고 들어온다”며 “대학이 이미 정치적으로 함몰돼서 이야기를 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A교수는 비판사회학회장을 역임한 중견 학자로서 서울대에서 학부와 석·박사를 모두 마쳤으며 주요 전공 분야는 방법론, 정치사회학이다.
한신대는 학내에서 제기된 A교수에 대한 비판과 징계 요구에 대해 “사실관계 파악 중에 있는 사안으로, 드릴 수 있는 말이 없다”고 밝혔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32/0003321716?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