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만큼 이번 시즌 오타니의 도루 기록 역시 가치가 높다. 때로 도루는 그 가치를 폄하 받고는 하지만, 올해 오타니의 기록은 경우가 다르다. 55차례 도루를 시도해 4차례만 실패했다. 성공률이 92.73%에 이른다. 한 시즌 50도루 이상 기록 중 역대 3번째로 성공률이 높다.
오타니 이전까지 한 시즌 50홈런을 기록한 건 31명(49차례)이다. 이들의 평균 도루는 7.4개에 불과하다. 크고 힘 센 선수가 발까지 빠른 경우는 흔치 않다. 역대 50홈런 선수 중 30도루 기록도 이제까지 없었다. 2007년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1955년 윌리 메이스의 24도루가 최다 기록이다.
반대 방향으로 살펴도 마찬가지다. 오타니 이전 한 시즌 50도루는 241차례 나왔다. 이들의 평균 홈런은 고작 8.4개였다. 50도루를 기록한 선수가 30홈런 이상 때린 경우도 3차례에 불과했다. 2023년 로널드 아쿠냐 주니어(41홈런 73도루)와 1987년 에릭 데이비스(37홈런 50도루) 그리고 1990년 배리 본즈(33홈런 52도루)다.
오타니는 이날 현재까지 양대리그를 통틀어 홈런 2위, 도루 2위를 기록 중이다. 도루는 64도루의 엘리 델라크루스(신시내티)와 격차가 워낙 크지만, 홈런은 이제 진지하게 리그 전체 1위까지 노려볼 만 하다. 이날만 3홈런을 몰아치며 저지의 53홈런에 2개 차까지 따라붙었다.
이대로 홈런-도루 모두 리그 2위로 마친다고 해도 역사에 남을 기록이다. 1909년 타이 콥이 9홈런과 78도루로 2개 부문 모두 1위에 올랐다. 이후 지금까지 양쪽 부문에서 2위 안에 드는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었다. 1909년의 야구와 2024년의 야구는 워낙 차이가 커 사실 직접적으로 비교하기가 어렵다. 오타니는 그 115년의 간극을 뚫고 새 기록을 향해 달리고 있다.
ESPN은 오타니의 50-50을 두고 “현실에서 나올 수 없는 선수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냈다”며 “로알드 아문센이 남극점을 정복한 것, 찰스 린드버그가 대서양을 횡단한 것 그리고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에 착륙한 것과도 같다”고 했다. 다소 과장스럽게까지 들리지만, 그만큼 오타니의 50-50 기록이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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