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한국일보:뉴스룸에서] "뉴진스가 뭘 안다고"
4,560 39
2024.09.20 07:59
4,560 39


뉴진스의 다섯 멤버 민지, 하니, 다니엘, 해린, 혜인은 영락없는 '요즘 아이들'이었다. 세대론 좋아하는 사람들의 정의에 따르면, '할 말을 좀처럼 참지 않고, 자기 권익 찾는 데 거침이 없고, 디지털 기술을 영리하게 활용하는 아이들'. 아이돌인 아이들의 미덕은 그들의 노래 제목처럼 '슈퍼샤이'라는 걸 질리게 들었을 테지만, 뉴진스는 소속사 모르게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켜고 마이크를 잡았다. 

30분 가까운 분량의 방송을 요약하자면, '뉴진스가 뉴진스 구하기에 나섰다'이겠다. 지구를 집어삼킬 기세로 잘나가던 뉴진스는 방시혁과 민희진의 싸움에 끼어 미래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뉴진스는 '가만히 있는 아이들'이 아니었다. "어른들 일이라고 맡기고 계속 기다리기만 하기에는 너무 저희 다섯 명의 인생이 걸린 문제거든요." 2008년생 막내 혜인의 말이다. 누군가 부추겼을지는 몰라도, 뉴진스는 스스로를 위해 목소리를 냈다. "우리가 성공하려면 민희진이 필요하다"는 게 핵심 메시지였다. 적어도 방송에서는 민희진에게 조종당하는 객체가 아니라 민희진의 기획력을 이용할 줄 아는 주체로서 말했다.  10대 아이들의 당돌한 도발은 찬반으로 양분된 격론을 불렀다. 기사 댓글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글들을 보면, 뉴진스를 비판할 때 유난히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지들이 뭘 안다고." 뉴진스는 뭘 모르는 아이들이니 믿을 수 없다는 뜻이다. 맥락상 '지들'이 가리키는 건 '생물학적으로 어린 사람들'과 '대중문화를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겠다. 

뉴진스 멤버들의 평균 나이는 18세. 어려서 철없이 하이브에 맞서려 한다는 게 나이 따지는 사람들의 논리다. 그러나 '어리다'와 '어리석다'는 다르다. '미성년자'는 '미인간'이 아니다. 둘을 뒤섞는 의도는 순수하지 않다. 아이들을 종속적 존재로 묶어 두고 권리 행사를 제한해야 챙길 게 생기는 사람들이 주로 "애들은 가"라고 한다. 초중고교생들이 교내 성폭력을 고발한 '스쿨 미투' 때도 그랬다. "고발 내용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없으니까 (…) 그 불신을 이용한 가해자가 있고, 이를 방패 삼아 가해 사건을 보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기록노동자 희정의 책 '뒷자리' 중에서)

한국에서 연예인의 정치사회적 발화는 위험한 금기다. "'딴따라'가 뭘 아냐"고 무시하다가도 "나 뭘 좀 안다"고 나서면 매장한다. '즐거움만 주는 호락호락한 존재'를 벗어나려는 순간 순수하지 않다고 매도한다. 그런 혐의를 쓰고 추락한 스타의 이름을 누구나 몇 명은 댈 수 있을 것이다. 뉴진스 기사에 "더러워졌군. 끝났어"라는 댓글이 달린 게 놀랄 일도 아니다. 그들은 방글방글 웃는 '상품'이어야 안전하다. 

나는 뉴진스 히트곡 가사와 안무를 거의 다 외울 정도로 열성 팬이지만 그날의 라이브 방송이 패착이 될 가능성이 조금 더 크다고 생각한다. 법과 자본이 하이브에 기울어져 있어서다. 그러나 뉴진스의 용감한 목소리 내기는 이미 세상을 바꾸었다. 입이 틀어막힌 사람들, 권리를 빼앗긴 사람들에게 힘을 줬다. 그리고 뉴진스가 바꾼 세상에서 뉴진스도 끝까지 괜찮아야 한다. 원하는 만큼 계속 말하고, 춤추고, 노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요즘 어른들'이 조금이라도 덜 후져질 것이다. 


출처

https://n.news.naver.com/article/469/0000823894?sid=110

목록 스크랩 (0)
댓글 3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한율💛] 숨은 잡티부터 흔적, 톤까지 집중 잡티톤업! #5분에센스패드 ‘한율 달빛유자 패드’ 체험 이벤트 367 11.09 16,553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3,520,382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7,301,611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핫게 중계 공지 주의] 20.04.29 25,466,869
공지 ◤성별 관련 공지◢ [언금단어 사용 시 📢무📢통📢보📢차📢단📢] 16.05.21 26,807,545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53 21.08.23 5,192,42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30 20.09.29 4,170,416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450 20.05.17 4,731,962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3982 20.04.30 5,217,689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9,952,225
모든 공지 확인하기()
2549148 유머 너네 까탈스러운 사람 멀리하지마라 13:30 94
2549147 기사/뉴스 엄지, 알고보니 비비지 영어 담당 “멤버들 실력 늘어 조마조마” (라디오쇼) 1 13:27 215
2549146 정보 조이뉴스 2024 영화 부문 최고의 재발견 스타 순위 7 13:24 375
2549145 이슈 안녕하세여 근데 이 신발 저한테짝으니까 조카 신기셔요 3 13:24 739
2549144 유머 같은 옷 입은 은우-정우 형제 13:23 465
2549143 기사/뉴스 '사랑하는 어머님께' 故 최성빈, 오늘(9일) 2주기…48번째 생일에 떠난 별 13:23 955
2549142 이슈 @ : 땀 닦은 휴지로 장미 만들어주는 친환경업사이클링낭만뽀이 1 13:20 624
2549141 정보 1990년대생 대가리수 줄세우기 8 13:19 966
2549140 이슈 [단독] 대박난 '무빙', 시즌2 드디어 본다..강풀 작가 대본 집필 시작 30 13:19 1,525
2549139 이슈 한 업체가 독점중인 제품들 8 13:18 1,723
2549138 이슈 지하철에선 반려견을 가방에 넣어야하는 뉴욕.... 12 13:17 1,893
2549137 기사/뉴스 비비지 신비 "팬들과 소통할 때 '무도' 박명수 짤 자주 써"...박명수 '흐뭇' (라디오쇼) 3 13:15 277
2549136 이슈 <모아나 2>의 스페셜 콜라보 뮤직 아티스트는 누구일까요? 13 13:15 651
2549135 기사/뉴스 김소연♥연우진 키스 1초 전 포착, 로맨스 급물살?(정숙한 세일즈) 5 13:14 670
2549134 이슈 현웃 터지는 아기동그리 급발진 1 13:14 453
2549133 이슈 10년 전 오늘 발매된_ "어제처럼 굿나잇" 1 13:14 131
2549132 이슈 어제자 재밌어보이는 남돌 팬미팅 현장...twt 12 13:13 1,022
2549131 정보 네페 180원 8 13:13 799
2549130 이슈 밤마다 같이 자자고하는 아기고양이 3 13:12 911
2549129 이슈 마블 [썬더볼츠*] 캐릭터 예고편 한글자막 9 13:12 3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