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까머리를 한 채 아직 소년미가 남아있는 인상의 A 군은 어쩌다가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것일까.
시간을 돌려 지난 4월 13일 오후 11시 40분쯤. A 군이 살고 있는 강원 삼척의 한 아파트에 '중학교 동창' B 군(19)과 C 군(19)이 찾아왔다.
중학교 3학년 재학 시절 삼척으로 전학을 온 A 군은 '친구들'을 알게 됐다. '친구들'은 학창시절부터 성인이 되어서까지 길에서 A 군을 만나면 아무런 이유 없이 폭행하고 괴롭혀 왔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B 군은 "집이 더럽다"며 냄비에 물을 받아 거실과 방에 물을 뿌린 A 군에게 "물을 닦으라"고 강요했다.
그건 시작일 뿐이었다. 일회용 면도기와 가위로 A 군의 머리카락을 강제로 자르고, 성기와 음모부터 귀, 눈썹을 '라이터 불'로 지지기까지 했다. B 군은 A 군에게 "옷을 벗으라"고 한 뒤 자위행위를 시켰고, 심지어 면봉과 바둑알 등을 항문에 넣으라고도 지시했다.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빗자루와 쓰레받기로 마구 때렸기에 A 군은 어쩔 수 없이 엽기적인 지시를 따라야만 했다.
이 같은 '엽기적 가혹행위'는 친구 C 군이 휴대전화로 촬영했다.
술판을 차려놓곤 A 군의 입에 소주를 강제로 들이붓기도 했다. 이 같은 괴롭힘은 날을 넘겨 장장 3시간 넘게 이어졌다.
더는 참지 못한 A 군은 B 군이 "옆방에서 매트리스를 가지고 오라"고 하자 그와의 '질긴 인연'을 끝내기로 마음먹었다.
A 군은 집 주방에 있던 흉기로 B 군을 찔러 끝내 살해했다.
그렇게 '학폭 피해자'였던 A 군은 '살인자'가 됐고, 엽기적 가혹행위를 일삼던 B 군은 살인사건의 '희생자'가 됐다.
재판에 넘겨진 A 군은 살인의 고의를 부인하고, 사건 당시 상당한 양의 소주를 마시고 신경정신과 처방약을 복용한 상태였다는 것을 근거로 심신상실과 심신미약 등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사건 전날 피해자 등 일행이 피고인 집에 방문하게 된 경위와 괴롭힘을 당한 경위, 내용 등을 비교적 상세하고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어 변별 능력이나 행위 통제력을 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은 피해자로부터 사건 이전부터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해 왔고, 피해자의 괴롭힘에 대해 형사고소를 하는 등 문제제기를 해왔다"며 "그러나 피해자의 괴롭힘 행위를 제지할 만한 조치를 받지 못한 채 오히려 피해자로부터 더 심한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어 피해자의 괴롭힘을 가족이나 학교, 경찰 등에 알리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어 "약 3시간에 걸쳐 피고인에게 인격말살에 이를 정도의 폭력과 가혹행위를 가해, 피고인이 이를 견디지 못하고 범행에 이르게 된 것으로 참작할 만한 사정이 인정된다"며 장기 5년 및 단기 3년을 선고했다.
A 군은 곧바로 항소했고, 검찰 역시 양형 부당을 이유로 항소한 상태다.
검찰은 또 이날 엽기적 가혹행위를 촬영하는 등 괴롭힘에 가담해 특수폭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C 군에게 징역 9년을 구형한 상태다.
검찰은 또 '또 다른 날' A 군의 집에 불을 내는 등 현주건조물방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또 다른 친구' D 군(19)에게는 '장기 6년 및 단기 4년'을 내려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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