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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시혁 하이브 의장, 하이브 사옥/사진제공=하이브
《엔터사 분석 시리즈》- 하이브
엔터사 최초로 대기업 반열에 들며 경사를 맞았지만,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처했다. K팝 원톱 엔터사 하이브의 이야기다.
숫자에 따른 경영 실적은 풍년이지만, 하이브는 안팎으로 상황이 안 좋다. 민희진 어도어 전 대표와 그룹 뉴진스와의 갈등 구도가 가장 큰 불안 요소다. 하이브와 민희진은 지난 4월부터 5달째 법적 공방을 벌이며 대립하고 있는데, 라운드가 펼쳐질 때마다 주가가 크게 출렁일 만큼 이번 사안은 중차대하다. 최근 그룹 뉴진스까지 가세해 민희진의 편에 서고 하이브 경영진과 방시혁 의장을 향한 적대를 공식화 하면서 회사 전체를 흔들고 있는 상황이다.
엔터산업, 특히 K팝 산업은 사람의 이성이 아닌 감성에 소구하는 것이고, 아티스트와 팬(대중) 사이 감정의 통행이 주요하게 작용한다. 때문에 하이브가 이번 사안과 관련 한 배를 탄 민희진-뉴진스에 대한 적절한 대응에 실패할 경우 그 파장은 기대하지 못한 방향과 크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이 K팝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아티스트의 팬들은 사분오열했고, 현재로선 일반 대중에 이르기까지 하이브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향후 하이브의 대처와 행보는 회사의 미래 가치를 크게 좌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몇달 사이 민희진과 뉴진스의 사안을 비롯해 방탄소년단 슈가의 전동스쿠터 음운전 관련 글로벌 팬덤의 요동이 심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슈가의 음주운전 당시 빅히트뮤직은 초기 대응 실패로 '슈가 탈퇴 요구'까지 대두된 바 있다.
게다가 이번 내홍은 하이브가 정립한 멀티 레이블 체제의 위험성과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하이브는 빅히트뮤직(방탄소년단, 투모로우바이투게더), 쏘스뮤직(르세라핌), 어도어(뉴진스), 플레디스(세븐틴, 프로미스나인, 투어스), 코즈엔터테인먼트(지코, 보이넥스트도어), 빌리프랩(엔하이픈, 아일릿), 하이브X게펜 레코드(캣츠아이) 등 해외를 포함해 총 11개의 멀티 레이블을 보유 중이다.
태생적으로 치열한 경쟁 구도에 놓이는 상황에서 모회사와 레이블 사이의 의사소통과 합의가 원활하지 못할 경우 제2의 민희진 사태가 나오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멀이 레이블의 특성상 여러 아티스트들을 두고 '비교', '차별', '도태' 등의 키워드가 문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많다. 또, 필연적으로 표방하게 되는 성과주의 속에서 좋은 음악과 무대가 나올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는 게 정통한 가요 제작자들의 시각이다. 인수 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워온 하이브로서는 여러 한계를 가지고 있는 멀티 레이블 체제가 최선일 뿐, 최고의 선택은 아니라는 평가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하이브의 근간인 방탄소년단 진이 전역해 하반기 솔로 앨범을 예고했고 다가오는 2025년 하반기 완전체의 오프라인 활동 재개가 예정됐지만, 방탄소년단이 군 입대 이전의 파급력과 인기를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또, 적지 않은 시간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했던 위버스가 하반기 구독형 멤버십 서비스를 론칭해 수익 창출을 꾀하지만 하이브가 기대하는 만큼의 성과가 나올지에 대해서는 낙관적이지 않다는 분석이 있다.
당장 하이브의 발에 불 떨어진 것은 민희진과 뉴진스 사안에 대한 적절한 대응과 매듭이란 평가다. 급한 불을 끈 뒤에는 멀티 레이블 체제의 한계 보완 역시 요구되고 있다. 하이브는 업계 1위 엔터사로서 K팝을 향한 비전과 철학을 바탕으로 지속발전할 수 있는 구조 개선에 대한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