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가 해창주조와 협업한 신제품 '해창 10도 플러스' 막걸리
6일 서울 중구 이마트 본사 홍보팀이 발칵 뒤집혔다. 발단은 이날 오전 홈플러스가 언론사에 배포한 보도자료였다. 해창주조와 협업한 신제품 '해창 10도 플러스' 막걸리를 홈플러스에서 단독 판매한다는 내용이었다. 문구 하나가 문제였다. 홈플러스는 해창주조 막걸리에 대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극찬한 브랜드"라는 설명을 붙였다. 2020년 11월 정 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 인생 막걸리로 소개했던 일화를 홍보 포인트로삼은 것. 이마트 입장에선 라이벌 홈플러스가 자사 오너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한 게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홈플러스도 경쟁사의 오너를 앞세우는 데 대해 고심이 많았다고 한다. 장사의 도리, 즉 상도의(商道義)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실리가 더 중요한 법. 재계 최고의 SNS 셀럽(유명인)으로 통하는 정 회장을 활용해 대형마트에서 처음 선보이는 해창주조 막걸리를 널리 알릴 수 있다면 대의 같은 것은 부차적이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홍보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 같다"고 했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적(敵)과의 동침을 선택하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더 많은 제품을 팔 수 있다면 한때 경쟁하던 기업과도 기꺼이 손을 잡겠다는 흐름이 확산되고 있는 것. 롯데백화점에 신세계 스타벅스가 들어서고, 현대백화점에서 롯데의 대표 캐릭터 벨리곰 팝업스토어(임시 매장)가 열리는 식이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 등으로 갈수록 내수 시장이 쪼그라들자 기업들이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경쟁사와 공생하는 방안을 찾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화성시 롯데백화점 동탄점 1층에 위치한 스타벅스 매장 전경.
최근 롯데그룹 변화는 이런 흐름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몇 년 전만 해도 백화점·쇼핑몰·대형마트 등 롯데 주요 유통 채널에 라이벌인 신세계의 스타벅스가 입점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호텔과 백화점·쇼핑몰 등이 몰려있는 서울 소공동 롯데타운이나 잠실 롯데타운에는 계열사인 엔제리너스는 있어도 스타벅스 매장은 없다. 그런데 2020년쯤부터 롯데가 대규모 리뉴얼을 거치거나 신규 출점한 핵심 점포(백화점·쇼핑몰)에는 예외없이 스타벅스가 입점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2021년 7년 만에, 경기권 최대 규모로 지은 화성시 동탄점 1층 입구 바로 옆에 스타벅스가 들어섰다. 또 롯데가 백화점과 쇼핑몰을 결합한 차세대 복합쇼핑몰 타임빌라스 수원점(2024년 5월) 의왕점(2021년 9월)에도 스타벅스가 둥지를 틀었다. 세 점포 모두 젊고 구매력 있는 신도시 2040세대가 주 고객층이다. 그렇기에 롯데가 스타벅스 입점 건물에 젊은 층이 몰리는 '스벅 효과'를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스타벅스뿐만 아니다. 롯데백화점은 최근 현대카드와 제휴를 맺고 백화점에서 결제 시 최대 10% 적립 혜택을 주는 두 가지 카드를 출시했다. 롯데백화점은 그동안 롯데카드를 통해서만 제휴 카드를 발급해왔는데 이런 캡티브(내부 거래) 관행을 깨부순 것이다. 범(汎)현대그룹인 현대카드와 손을 잡아서라도 프리미엄 카드를 쓰는 젊은 층을 공략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 또 롯데백화점은 타임빌라스 수원점에 계열사인 크리스피도넛뿐만 아니라 MZ세대에서 인기가 많은 랜디스 도넛까지 입점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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