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KBO리그 사상 최초의 '80년대생 사령탑'인 이범호(43) KIA 타이거즈 감독이 첫 시즌부터 해냈다. 이런저런 우려도 있었지만 결국 정규시즌 우승을 일궈내며 활짝 웃었다.
2024 시즌 개막 전 LG 트윈스, KT 위즈와 함께 '3강'으로 꼽히던 KIA는 예상 못한 악재를 맞닥뜨렸다. 스프링캠프를 앞두고 김종국 감독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며 자리에서 물러나는 돌발 변수가 생긴 것이다.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 전력 등을 고려할 때 1군 감독 경험이 있는 외부 인사도 유력하게 거론됐지만, 최종 선택은 '내부 승격'이었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젊은 나이의 이범호 감독을 발탁한 건 다소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이 감독 부임 이전 KBO리그의 최연소 감독은 두산 베어스 이승엽 감독과 삼성 라이온즈 박진만 감독이었는데, 둘 다 1976년생이다.
이 코치 시절 온화한 리더십으로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선수로 9년, 코치로도 3년간 KIA에 몸을 담으면서 선수단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 또한 장점으로 여겨졌다.
그럼에도 우승 후보로 꼽히는 팀을, 젊은 초보 감독이 이끄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없을 수 없었다. 게다 스프링캠프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갑작스럽게 지휘봉을 잡았다는 점도 시행착오가 예상되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 감독은 빠르게 팀을 수습했다. 추가적인 코치 영입 없이 '선배' 진갑용 수석코치를 필두로 코칭스태프를 꾸렸고, 예정대로 캠프를 진행했다.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격의 없는 소통'을 자신의 장점으로 꼽으며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게 하겠다"고 했고, 개막 이후에도 실제 자신의 말을 지켜냈다.
입단 후 2년간 부상 등으로 자리를 잡지 못하던 김도영에게 '장타 재능'을 일깨운 것이 대표적이다.
또 확실하게 자리를 꿰차지 못하던 이우성도 꾸준히 기용하며 믿음을 줬고, 젊은 포수 한준수를 김태군의 확실한 백업으로 안착시켰다.
아울러 외국인타자 소크라테스 브리토는 계속된 부진 속에서도 믿어준 덕에 살아날 수 있었고, 9번타자보다 1번타자를 선호하는 박찬호의 속내를 헤아린 것 역시 초보 사령탑답지 않은 모습이었다.
전문 파트가 아닌 투수 운용에서도 투수 코치들과의 협업을 통해 훌륭한 성과를 냈다.
베테랑과의 소통도 이 감독이 가진 특장점이었다. 투타의 핵심 선수들과 '형님-아우'와도 같은 친근한 관계를 이어가며 편안하게 기량을 발휘할 수 있게 했다.
마냥 친근하기만 한 사령탑도 아니었다. 간판타자인 김도영도, 외인 소크라테스도 다소 느슨한 플레이를 할 때면 질책성 교체로 선수단 전체에 메시지를 줬다.
'대투수' 양현종이6점 차의 리드를 안고도 흔 흔들리자 5회 2사 후 교체를 결단한 장면 역시 인상적이었다.
이후엔 더그아웃에 돌아온 양현종을 뒤에서 끌어안으며 달래는 모습도 보였다. 이 감독의 강단과 친근함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KIA는 노장부터 신예까지 선수들의 연령 폭이 꽤 넓은 팀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모든 선수는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리며 똘똘 뭉쳤고, 그 중심엔 이범호 감독의 리더십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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