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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속 터지는 '관광 갈라파고스'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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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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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img.theqoo.net/yKdeEM


지난 9월 9일 오후, 미국에서 온 랜스 샤코스키(33)씨는 서울 명동 유네스코빌딩 앞에서 연신 휴대폰을 매만지고 있었다. 기자가 다가가 "무슨 일로 그러느냐"고 묻자 그는 휴대폰을 내밀며 "명동이 어디냐"고 물었다. 샤코스키씨가 보여준 것은 '구글맵(구글 지도)'이었다. 그동안 여행한 모든 나라에서 구글맵의 '길 찾기' 기능을 이용해 도보로 길을 찾았는데, 어쩐지 먹통이라는 것이다. 기자가 "바로 이곳이 명동"이라고 설명하자 그는 밝게 웃으면서도 "한국에선 구글맵이 안 되는 거냐"라고 물었다.


지난 9월 10일 오전 인천 송도의 '인천글로벌캠퍼스' 인근에서 만난 미국 출신 교환학생 줄리아 랜다(22)씨는 한국에 온 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가 한국에 와서 가장 해보고 싶었던 것은 '배달음식 먹기'다. 넷플릭스 등으로 한국 드라마를 보며 기숙사에서 '치맥'을 하는 게 로망이었단다. 하지만 아직 한 번도 배달을 시켜본 적이 없다고 한다. 가입부터 어려운 배달 애플리케이션 탓이다. 랜다씨는 "'배달의민족' 앱을 추천받아 설치했지만, 휴대폰 본인인증을 하라는 첫 화면부터 어려웠다"고 전했다.



구글맵도 우버도 안 되고, '본인인증' 벽도


외국인들이 토로하는 가장 큰 불편은 '구글맵'이 사실상 먹통이라는 것이다. 구글맵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앱이지만, 한국에서는 정밀지도 데이터를 제공하지 않는다. 샤코스키씨는 기자에게 "구글맵을 켜고 해당 장소를 찾은 뒤, 무슨 교통수단으로 이동할지 '길찾기'를 통해 찾는 게 보통의 여행"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한국에서 구글맵은 길찾기 서비스나 고화질 위성지도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는 안보상 이유로 지도데이터의 국외 반출을 금지한 법규 때문이다. 


이런 탓에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 커뮤니티에는 "인천공항 입국장에 '구글맵은 당장 지우고 '네이버지도'와 '카카오맵'을 설치하시오'라고 써 붙여 놓아야 한다"는 우스개도 돈다.


한국에서는 이렇게 '토종 앱'들을 써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들이 가장 당황하는 것은 '본인인증'이다. 한국에서 사용하는 거의 모든 앱이 최소한 국내 휴대폰 번호를 요구한다. A씨는 "한국에 잠깐 체류하는 단기 여행자들은 이심(eSim)을 이용하는데, 이때는 사용자 등록이 어렵다"고 전했다. 더불어 "신용카드 번호가 필요하거나 계좌 인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며 "어딘가 회원가입을 할 때면 부담부터 된다"고 토로했다. 외국인이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 간편결제를 이용하기도 어렵다. 현행법은 간편결제라는 접근매체를 발행할 때도 '본인인증'을 거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신분증 사본 제출, 영상통화, 기존 계좌 활용 등의 방법을 사용하게 돼 있는데, 외국인이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원조 갈라파고스' 일본은 탈출

'태그 결제' 문제도 외국인이 불편을 겪는 것 중 하나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실물 카드'를 고집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됐다. 카드 결제의 글로벌 표준은 모바일 페이나 컨택리스 결제 시스템이다. 계산할 때 카드를 단말기에 삽입하지 않고 '찍는' 것이다. 구글페이나 애플페이가 국내에서는 거의 불통이라는 점도 이와 맥락을 같이한다. 정란수 한양대 관광학부 겸임교수는 "외국에서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처럼 큐알코드를 찍어서 결제하는 시스템을 원한다"며 "국제적으로 포용될 수 있는 결제 방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현금 사용을 고집하는 등 원래부터 '갈라파고스'라는 폄하를 듣던 일본은 이미 이런 문제에서 탈출한 모양새다. 대중교통을 애플페이를 통해 탈 수 있고, 백화점 같은 큰 매장에서도 컨택리스 결제 시스템인 라인페이 등으로 결제할 수 있다. 우버도 성업 중이다. 우버X는 없지만, 택시 호출은 가능하다. 한국에는 없는 배달 서비스 '우버이츠'도 있다. 일본 유명 맛집 예약·추천 사이트 '타베로그'는 '일본 관광객이 설치하면 되는 단 하나의 앱'으로 유명하다. 일본에 2년째 체류하는 유학생 박모(26)씨는 "일본은 도쿄 올림픽 이후 고집을 꺾은 것 같다"며 "전통을 중시하다가도 관광을 위해 많은 것을 바꿨다"고 전했다.

한국 플랫폼 기업들도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한다. 배달의민족, 카카오T 등 대표적 플랫폼 서비스가 해외 카드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기 시작했다. 한국에 체류하는 외국인을 노린 서비스 시장도 커지고 있다. 카카오T가 최근 출시한 외국인 전용 앱 '케이라이드'는 카카오 계정 없이도 구글 또는 애플 계정이나 이메일 인증을 통해 간편하게 가입할 수 있다. 해외 카드를 통한 자동결제도 가능하다. 

정란수 교수는 디지털 관광 인프라 개선을 위해 "재정적 지원과 규제 차원의 혁신, 두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단 외국인이 사용하는 토종 앱의 외국어 버전 개발 등을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정 교수는 "부킹닷컴, 아고다 같은 거대 기업은 이미 엄청난 비용을 쏟아부어 시장을 점유했다"며 "국부가 유출되지 않는 길이 무엇일까 잘 생각해 볼 일"이라고 했다. 



https://naver.me/FPn8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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